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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이야기....

  • 등록일
    2004/09/02 03:53
  • 수정일
    2004/09/02 03:53

시골에서는 TV가 없어 전설의 고향은 볼 수 없었지만, 할머니들로 부터 듣던 옛날 이야기가 있어서 지루함이 없는 여름방학을 유년시절에 보낸 기억이 난다.

 

시골 할머니들은 이야기 보따리 장수였다. 아이들은 할머니들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면 할머니는 잠시 머뭇거렸다가 이내 이야기를 토해낸다. 참신기하다. 할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보따리 장수의 봇짐처럼 계속해서 터저나온다. 우리는 이런 할머니 말에 귀를 쫑긋거리며 이야기를 듣는다. 참 행복했던 시간이다.

 

여름 저녁이면 어김없이 마을 아이들은 동네에 있는 문중집에 모여서 짚을 테워가며 모기불을 지피고, 밭에서 금방타온 참외와 수박을 먹으면서 동네 할머니로 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도깨비 이야기이다.

 

무서우면서도 참으로 기대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절정에 다달아 무서운 느낌이 들면 귀를 막아보지만 이내 궁금증으로 귀를 막았던 손은 풀리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슴졸이며 듣는다.

참으로 무서우면서도 재미난 이야기이다. 동화책에서 나오는 이야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이야기 여름밤 별들과 모기불의 조화 속에서 듣는 귀신이야기는 오금을 절이지만 무서움 속에 소박함이 깃들여져 있어서 참 재미났던 기억이 난다.

 

여름밤 참 무덥지만 이야기가 있고, 마을 어른신들과 아이들이 정겹게 뛰어노는 여유로움이 있어서 참 좋았다.

 

시골에 이젠느 이야기를 들을만한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내가 들은 도깨비 이야기를 함 소개해 보고자 한다.



시골 농사일을 하는 아주 젊은 장성한 사내가 있었다.

이 사내는 농사일은 잘하나 늘 술을 즐겨먹는 터라 농사일을 파하면 마을 읍내로 나가서 얼큰하게 취해 오는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던 어느날 이 젊은이는 어김없이 술이 얼큰히 취해서 마을 길을 들어오는데, 웬 빗자루 한자루가 길 한복판에 있는게 아닌가? 이에 술이 얼큰히 취한 젊은이는 빗자루가 가는 길에 누워져 길을 막고 있어 빗자루를 길 옆 개천가로 던저 버리고 만다.

 

이 빗자루는 도깨비가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숨어 있던 도깨비의 변신된 모습이었다. 개천가로 내버려진 빗자루 아니 도깨비는 자신을 내던진 것에 분노를 하지만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화가 났지만 화를 풀고 그냥 그 젊은이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청년은 빗자루를 내던지후 무슨 영문인지 도통 그자리를 뜨질 않고 노상방뇨를 한 후 그 자리에 철퍼덩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밤에 활동하는 도깨비는 이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시간이 삼경이 되어가도 청년이 그 자리를 떠나지 앉아 도깨비는 묘안을 내오기로 하였다.

 

도깨비는 청년을 놀래기 위해서 호랑이로 변신하여 청년을 놀래킬 요량으로 호랑이 울음을 내면서 청년을 소리로 위협하였다. 그러나 청년은 술이 만취해 있어서 호랑이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냥 그자리에 돌부처 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이에 도깨비는 다시 여우(우리시골에서 전설에서는 여우는 처녀 귀신과 동일하게 무서움의 대상이다.)로 변신하여 청년을 혼내키지만 청년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여러방법을 써보 청년이 움직이지 않자 도깨비는 곰곰히 생각에 잡겹다. 마지막 수단을 강구하게 된다. 도깨비는 마지막 수단으로 장수로 변신한 것이다. 장수로 변한 도깨비는 청년에게 가서 술에 취한 청년이 집에 갈 것을 권하였다. 그러나 청년은 술에 만취한 나머지 그 자리를 틀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도깨비는 술 취한 청년에게 만취했지만 내기를 권유하였다.

 

자신과 씨름을 해서 이기면 자신이 갖고 있는 보물을 내어주고, 청년이 평생 마실 수 있는 술을 주겠다고, 청년은 술에 만취하였지만 보물보다는 평생 마실 술을 준다는 말에 번득이며 도깨비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도깨비와 씨름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청년도 농사일로 다져진 몸이라 술이 만취하였다 하여도 힘은 장사 못지않는 괴력을 발휘하였다. 이에 도깨비와 청년은 시간이 계속 흐르는데도 계속하여 승부를 보지 못하고 서로 힘을 쓰면서 서로 이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도깨비인 장수와 젊은 청년은 계속해도 승부수가 나지 않았다. 서로 진땀을 흘리면서 서로 팽팽하게 허리를 부여잡을 뿐 도저히 승부가 나질 않았다. 그러기를 몇시간이 흐른후 첫닭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갑자기 같이 힘겨루기를 하던 장수는 펑 하더니 사그러 들더니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청년은 이 소리에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장수는 온데간데 없고 앞에는 피뭊은 빗자루 한자루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청년은 놀라 소스라쳐 마을로 주랭낭을 쳤고, 이 일을 촌장에게 말했다.

 

청년을 이야기를 들은 촌장은 깜짝놀라더니 젊은 청년에게 저승사자에게 잡혀갈뻔하였다고 청년에게 말하고는 그 빚자루가 있는 자리로 같이 가자고 말했다. 두려움이 들었던 청년은 촌장의 말에 따라 그 빚자루가 있는 곳으로 촌장과 마을 주민 몇몇과 함께 같다.

 

청년이 본 빗자루를 유심히 살펴보니 그 빗자루에는 피자국이 있었다. 이에 촌장은 이 피로 인해 도깨비가 이 빗자루에 깃들었던 것 같다며.... 이 빗자루를 태우기로 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빗자루를 태웠다. 촌장은 태우고 난 후 도깨비가 분노하여 도깨비불로 마을을 습격할 것을 두려워하여, 태운 빗자루를 정성드려 수집한 후 제를 지내고, 도깨비가 이 마을에 나타가지 말 것을 청하였다.

 

풍성한 제를 지내지 않으면 도깨비의 진노가 마을에 미쳐 한해 농사를 미치는 일이 다반사였던 터라 도깨비불이 나타나지 말게 해달라고 도깨비에게 빌고, 산신에게 빌었다. 정중한 제를 지낸 후 마을 청년에게 10일간 금주령을 내렸다. 금주령을 어기면 도깨비 나타나 마을을 어지롭힌다고 대부분 도깨비가 깃든 물건은 태운후 그 당사자가 이 도깨비와의 약조를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금욕과 금주를 한다. 그러나 청년은 술 없이는 못사는 사람인지라 촌장의 말을 어기고 그만 술을 마시고 만것이다.

 

촌장의 말을 어겨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청년은 그만 술을 마시고 말았다.

술을 먹고 나온후 청년은 마을로 몰려오는 한무리의 도깨비불을 목도하게 된다. 도깨비불이 나타난 것을 촌장에게 알리자 촌장은 청년에게 약조를 어기면 큰 재앙이 온다고 하지 않았냐며 청년을 크게 꾸지람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집에 있는 모든 팥을 가지고 나올 것을 권유하였다. 도깨비는 팥을 제일 싫어하기에 도깨비불로 부터 마을을 수호하기 위한 촌장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팥으로 마을을 둘러싸자 도깨비불은 마을 주변만을 배외할 뿐 마을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지 못하였다.

 

이렇게 수시간이 흘러서야 첫닭이 울음을 터트리자 도깨비불은 사라져 마을부락을 지킬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마을에는 도깨비들과 화친을 맺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아무리 도깨비를 노여워하게 해도 봐주라고 매년 5월 단오가 있기전 시제를 지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청년이 도깨비와 씨름을 하여 졌다면 청년은 약속한것은 없지만, 도깨비와 내기만 한것으로 혼령을 빼앗기는데 도깨비와 씨름에서 지지 않아서 혼령은 빼앗기지 않았고, 청년이 약조를 어겨 마을이 위기에 처해지자 팥으로 마을의 위협을 막았다는것에 유래하여 동지팥죽을 쒀먹는다고 한다.

 

시덥지만 내가 들은 이야기를 조금 각색하여 써봄.... 재미 없었다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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