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무상지원을 !!

from 잡기장 2008/05/09 04:13

紅知님의 [스프라이셀 약값 55,000원이 말해주는 세상] 에 관련된 글.

돈없으면 죽으라는 이야기죠, 미국 이야기가 아닙니다.  희귀병에 걸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이

의료보험 적용이 안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의료보험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험적용이 안되는 나라..

실업자 신세인데도 의료보험은 철저히 계산해서 청구하는 철두철미한 민첩성을 보인다.   

자영업하는 사람의 의료보험이 모 재벌 의료보험과 비슷한 액수로 내야하는 것은 기준과 계산법이 너무 어려워서 인가?   

 

스프라이셀 그것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 줄 것인가?

국가는 스프라이셀 한 알 55,000의 가격의 조정이 아니라 무조건 무상으로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지원을 내놓아야한다.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아픔을 다시 한번 경제적 가치로 짓누루고 있다. 

 

스프라이셀 약값 55,000원이 말해주는 세상

어렸을 적에 자주 앓았다. 툭하면 편도선이 붓고, 열이 나고, 그래서 남들은 평생 한 두번 한다는 경기도 나는 어렸을 적에 수십번을 했다고 한다.

 

그 때의 기억이 지금도 잔상처럼 남아 있다. 열이 펄펄 끓을 때, 온 몸을 엄마가 찬 수건으로 닦아주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고, 아빠는 이마를 쓰다듬어주고 그러면서 먹기 싫은 쓰디 쓴 가루약, 시럽 등을 입 안에 넣어주었다. 그러다 보면 씻은 듯이 나았다.

 

나에게 약은 '온도'로 기억이 된다.

내 몸의 열, 엄마 품의 체온, 아빠 손의 시원함, 그보다는 무척 차가운 물 수건, 따뜻한 물과 함께 들이킨 약. 그리고 얼마 후 열에 들뜬 내 몸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그 안정감 등등.

 

내가 기억하는 약은 사람의 체온과 함께 섞여서 내 몸에 들어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그런 것이었다. 먹으면 똥이 되어 나오는 음식이 아니니까.

 

아픈 것을 제 몸으로 온전히 이겨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누구나 빈 틈이 있는 거고, 그래서 약이 만들어진 것일 거다.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주는 그 따뜻함. 피를 돌게 하고, 열을 내리고, 머리를 맑아지게 하는 그 따뜻함. "엄마손은 약손"이라는 말도 거꾸로 보면 약이 인간의 체온을 가진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온 것 같다.

 

어제 스프라이셀 약값 결정을 위한 4번째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열렸다.

가격은 한 알에 55,000원으로 정해졌다.

하루에 11만원, 1년이면 4천만원이 넘는 경이로운 가격의 약이 되었다.

 

그래서 '금값보다 비싼 약'이라고 했다.

그 말들이 내 머리 속에서 뽑아내는 생각의 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말 비싸구나"라는 가격에 대한 생각, 다른 하나는 금이 가진 그 차가운 금속성이다.

이 약을 어릴 적 내 부모가 나에게 약을 먹였을 때처럼 '따뜻함'이나 '안정감'을 연상하며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너무 감상적인가?

 

"엄마손은 금손"이 아닐지언데, 사람의 체온을 가져야 할 약이, 그래서 우리 몸의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 36.5도의 건강한 따뜻함을 만들어야 할 약이 금속이 되어버릴 때.

약은 몸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박히는 딱딱한 이물질이 되는 것 같다.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약을 먹고 산다는 한 백혈병 환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내 가슴에 남는다. 살기 위해 그녀가 먹는 그 약도 그녀에게 '따뜻함'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마음에 지우기 힘든 생채기를 남기며 박히는 이물질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체온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 둘씩 금속성의 외피를 덮어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심지어 사람마저 그렇게 되어가는 것. '인간다움'이라 불리던 것들이 어느 순간 차가운 금속성을 지닌 것들로 변하게 됐을 때, 남겨지는 것은 절대적 고독과 절망이 가져다주는 공포. 유일하게 생명력을 내뿜듯이 빛나는 것은 화폐로 변이된 금속/물질이다.

 

스프라이셀 약값 55,000원이 말해주는 세상은 이런 거다.

공포가 지배하는 세상.

공포에 잠식될 수록 미래를 그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사는 이 세상이 점점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들 이야기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용기'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시절이 된 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5/09 04:13 2008/05/09 04:13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karaAn/trackback/3

  1. Subject: 전액 무상지원을 !!|

    Tracked from 2008/05/09 12:15

    karaAn님의 [전액 무상지원을 !!] 에 관련된 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