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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 여는 파티

지킴이집에서 파티를 여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에게 놀이방의 존재를 알리는 것과 아이들의 입을 여는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었지만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놀이방을 생각해 보자.  강요가 아닌 아이들의 자유의지로 잘 조직되고 프로그램도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을 것이며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기자회견에서도 놀이방 얘기를 하면 아마 사람들은 놀랄 것이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싸움에서 아이들도 마을주민으로써 마을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을 푸하하하

일단 효정씨가 고구마전과 김치전을 부치고 밥과 지선은 매떡범벅을 준비했다. 음료는 다산인권센터에서 남기고 간 토마토쥬스와 오렌지쥬스. 자 이 정도면 아이들의 입이 저절로 열려질 것이다. A양은 10시에 언니의 뾰족구두를 신고 와서는 아직 문 안 열었냐고 재촉을 하고 B, C는 각각 '쟈키쟈키'를 하나씩 가지고 와서는 이것저것 참견을 한다. 상을 차리는 중, C가 대사치기를  '이런건 여자들이 잘 하는데' 하길래 여자들이 나서서 '이런 건 C도 잘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해줬다.

사실 요리를 먹기 전에 회의를 먼저 하려고 했지만 학원 다니는 D, E를 기다리며 지친 아이들을 생각해  준비한 음식을 풀었다. 내가 먹기엔 5배정도 더 매워야 진정 매떡범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맵다고 몇 젓가락 먹고 물배를 채웠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건 '고구마전'이였다. 효정씨가 손이 바쁠때 아이들이 서로 뒤집는다고 군침을 흘렸으리라. 역시 자기가 직접 만든 음식은 왠지 손이 가고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신이 먹은 그릇과 젓가락, 물컵을 각자 치우고 자기소개, 놀이방이름 정하기, 다음날 하고 싶은 일, 별명 정하기, 빈집에 얼쩡거리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말고 어른들에게 신고하기, 규칙 정하고 내일 일정 공지하는 내용의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자기소개를 시작하고 나니 E와 F는 까불기 시작하는데 절대 집중 불가 상태에 이른 것이다. 난 그때부터 목소리가 40데시벨 이상으로 높아지고 뱁새눈을 하고는 계속 회의진행을 강행했다. 놀이방 이름을 정하는 시간은 그나마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이였다.

모두 6가지 이름안이 나왔는데 -생각을 키우는 놀이방(2), -보리밥 -꿈을 이루는 놀이방 ,- 우리가 만드는 놀이방, -즐거운 놀이방 ,- 행복이 넘치는 놀이방(5) 이 나왔는데 2표와 5표를 얻은 '생각을 키우는' 과 '행복이 넘치는'을 두고 2차투표에 들어갔는데 예상과 다르게 두표를 얻었던 생각을 키우는 놀이방이 당첨됐다. 나처럼 둘다 맘에 안들어서 손 안 든 사람들 때문에 어부지리 반전행각이 벌어진 것이다. 규칙정하는 시간엔 아무 생각없이 세상살기를 다 포기한 듯한 충격고백들이 나왔다.

-어지르지 않기,- 싸우지 않기, -뛰어 다니지 말기, -소리 지르지 말기, -음식 먹은거 자기가 정리하기, -도와주기 등등  규칙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보다는 그 시간을 모면해 보려는 분위기인 것같아 필요할 때마다 정하기로 하고 5시 30분에 헤어졌다. 아~ 진이 빠지고 다리가 후둘거린다.

지선씨 힘내고 내일 아침 10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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