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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 모다

어느새 놀이방 문 연지 2주차다. 매일 10시에서 12시, 점심식사 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1반에서 3분까지 출퇴근하는 나는 요즘 출퇴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일 지각하는 나에게 아이들은 지각한다며 놀이방 문 열기를 종용하는데 문을 여는 기분도 참 좋다. 매일 평풍 사무실에만 있다가 놀이방을 시작한 후 오매가매 산책하 듯 다니니 기분도 상쾌하니, 흙 밟는 느낌이, 약간 볼이 시리게 다가오는 바람이, 가볍게 목례하거나 손을 흔들며 만나는 주민들이 정겹다.

어제 아침 출근하는 길에 3반 재활용센터 바로 위에 있는 집에서 샤시며 문짝을 떼가는 걸 보았다. 이미 집은 내부가 훵하니 보이고 현관문 뗀다고 휘두르는 헤머소리는 저 멀리까지 들렸다. 난 웬 고물상 주인인가 왜 남의 집을 부수나 하고 말을 걸어 확인해 보니 바로 오늘 아침까지 이 집에서 먹고 살던 집주인들이였다.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있을까. 비록 협의매수해서 이사간다고는 하자만 멀쩡한 집을 부수고 가는지 해도 너무 한다 싶었다. 그러나 집주인들은 새로 집을 지어서 문짝이며 샤시를 거기에 달려고 한다고 사정을 얘기해 오죽 어려운 상황이면 이러겠나 싶기도 하고 집이나 깨끗이 청소하고 가라고 하고는 놀이방으로 출근했다.

 출근한 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앗다.종이접기를 하는데도 튤립 접다가 금붕어 접다가 계속 들려오는 집 부수는 소리와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에  아직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전혀 배려없는 태도가 더욱 안절부절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그 집 앞에서 놀다가 유리에 베이면 어떻하지? 아이들은 이사간 집에 맘대로 드나들며 구경하고 주운 물건을 놀이방으로 가져오기도 하는데 그걸 '빈집탐험' 이라고 부른다. 거실에 있던 커다란 창이 떨어지고 여기저기 잡동사니가 널부러져 있는 집은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약간의 공포를 동반하니 더욱 즐거움을 준다.

처음엔 연필조차도 충분하게 구비해 놓지 못한 놀이방에 버리고 간 샤프심이며 인형을 주워 오는게 반가웠다. 아이들은 크고 돈되는 진주목걸이나 비디오, 오디오세트보다는 손바닥만한 자동차, 몽당연필을 좋아한다.

그런 곳을 다니면서 왜 우리 동네는 점점 빈집이 늘어나는지, 마을이 점점 부서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며칠전에는 '저주받은 집'에 다녀와서는 왜 ㄱ은 전학갔냐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냐고 묻는 ㄴ에게 나는 군사기지가 들어선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집과 땅을 빼앗고 주민들을 내쫓아서 이사가는 거라고 설명한다. 이런 현실에서  전차와 칼, 총과 벗하여 노는 아이들에게 놀이방에선 싸우지 말고 무기경쟁과 적자생존을 학습하는 게임보다 자연과 함께 공존의 지혜를 발휘하자는 얘기가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는다.

국제관계란 힘쎈 나라가 힘없는 나라에 ‘까라면 까’라고 하는 거라지만 그러면 국가란 뭐지? 교과서에선 차마 대추리에 관한 얘기가 통 없으니 국가라는 이름으로 풀뿌리민중을 모욕하고 착취하고 뭉둥이로 때리고 그것뿐인가.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요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다.

어른들이 이사가면서 마을을 부수는 걸 똑똑히 본다. 오후에는 ㄷ,ㄹ과 냉이를 뜯으러 가다가 다시 그 집앞을 지나쳤다. 마당에는 이미 두동강이 난 샤시가 쌓여있고 창문의 유리가 다 깨진 상태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어쩜 자기가 살던 집에 집주인이 직접 이런 몹쓸 짓을 하는지 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서 말을 걸었다. '아까는 새로 지은 집에  달기 위해 뗀다더니 아주 전기톱으로 자랄버리셨네. 사실 이렿게까진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신들 밥숟가락 하나까지 다 보상받고 나가면서 왜 국유재산을 훼손하냐고 불법행위인지 모르냐'고 얘기했다. 그러자 '당신이 뭔데 떼가라 마라냐. 떼어가도 된다고 해서 떼어가는 거니까 고소하려면 고소하'란다.

'고소도 고소지만 여기가 당신 혼자 사는 마을 아닌데 아이들이 무서워서 밤에 지나가기나 하겠냐고 귀신나오겠다고, 당신 눈에는 고철로 보일지 몰라도 사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사실 무서운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낮에도 그집앞을 지나가려면 등골이 스산함을 느끼고 누군가 사는 것만 같다.

아저씨는 필요한 거 떼어가도 된다고 했다는 그 사람이 누군지 대답하지 않고 계속 뜯는다. 아니 필요한 걸 얻기위해서라기 보다 집을 일부러 훼손하는거 같다. 더 많이 때려 부시고 다시 누군가 들어가서 살지 못하게 만들어 빈집프로젝트를 훼방하려는 음모로 보인다. 며칠전부터 빈집프로젝트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장면이 눈에 띄인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메이의 집에  전주인이 찾아와 유리를 다 깨고 싱크대와 수도모터를 떼어갔다.

자두네는 전에 살던 노부부의 아들이 다녀갔고 놀이방으로 이용하는 집의 전주인도 아직 마을에 살고 있는 매형에게 그 집을 부셔 버리라고 했다고 한다. 쳇, 집에 남기고 간 쓰레기 다 치우고 커튼달고 바닥 닦아 이제 다시 쓸만하게 해놨더니 다시 들어와서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게다가 자기가 살던 집을 부수나 난 정말 이해가 안된다.

나쁜 몇몇이 들어왔다기 보다 국방부에서 조직적으로 부추기거나 사람들에게 미끼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이게 요즘 우리 마을 moda다. 이사갈 때 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하게 부숴라. 부수고 깨는대로 너희들에게 돌아갈테니 마을을 양껏 망가뜨려라. 사람이 살 수 없도록, 무서워서 갈 수 없도록

부순 기억은 금방 사라질테니 행정수도 연기군으로 오세요. 땅값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와 보면 안다니까요. 자~ 이사를 가세요. 등 떠밀 때 모르는 척하고 가세요. 어차피 당신도 떠날테니까. 

우리 놀이방에도 moda가 있다. 얼굴 그릴 때 코 안그리는 게 유행인데 ㅁ만 유일하게 입도 안 그린다. 아이들은 느낀다. 대추리 주민으로 느끼고 산다. '사는 것이 저항'이라는 '인생의 별' 사장 말처럼 마을을 고철덩이로 보는 사람들에게 소리치자. 소리내는 것이 저항이다. 내 재산이니 부수든 말든 상관하지 말라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왜 니 쓰레기는 남기고 가냐고, 깨버린 유리며 니 쓰레기 다 청소할 때까지 자리 비우지 말고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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