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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카랴멜과의 이별


 

 

 

 

 

 

 

 

 

파란색 크라운 '밀크카랴멜'.......

어려서부터 이 카랴멜을 정말 좋아했었다. 근데 꼭 밀크카랴멜만을 고집했다. 오리온에서 나온 사각 캬라멜은 끝맛이 텁텁하고, 수입캬라멜은 입안에 잘 달라붙는다. 게다가 절반이 초코로 이루어진 수입 캬라멜은 캬라멜 고유의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새콤 달콤'은 과일맛이라서 지나치게 천박한 맛이 강하고, 최근에 새로 등장한 '마이쥬'는 과일 맛이고 모델이 많아서 정통 캬라멜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크라운 밀크카랴멜은 다르다. 끝맛에서 우유맛이 느껴지기도 하고 입안에 들어갔을 때 혀 위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있다. 다른 캬라멜에 비해서 색깔도 비교적 밝은 편이어서 여러모로 최고의 캬라멜임이 분명하다..

그런 이유가 내가 밀크카랴멜을 좋아하는 전부는 아니다.

밀크카랴멜은 입대하기전 첫사랑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기도했다.잘갔다오라는 말과 함께 받은 작은 편지에는 그토록 듣기 두려워했던 말들이 적혀있었고, 내 군생활은 그리움이 8할이상이 될것임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난 그 밀크카랴멜을 아직도 먹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나중에 제대하고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때, 그 사람은 내게 다시 한번 밀크카랴멜을 사줬다. 갈색 모자와 빨간코트를 입고서, 작은 손으로 내게 밀크카랴멜을 건네주던 모습을 선명히 기억한다.

추억이 회색의 필름처럼 머리속에 저장되어있다면, 그날의 추억만큼, 그 추억의 주인공은 회색추억 속에서도 원색의 화사한 옷을 입고 있다.그 사람은 대단한 의미를 담아서 건넨 캬라멜이 아니었지만 내겐 지금까지 내삶에서 받은 가장 인상적인 선물로 남아있다. 내겐 그 캬라멜이 감동이었다.

늘 겨울만 되면 한 박스씩 사놓고 먹던 밀크카랴멜이 요즘 들어서는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며칠전 집 근처 슈퍼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아예 생산이 멈추어 버린 것 같다고 이야기해줬다. 왠지 모르는 서글픔이 느껴졌다.

그 사람과의 인연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캬라멜도 생산이 중단되어 버린걸까? 내가 가진 밀크카랴멜이 더이상 내게 어떤 기쁨도 줄 수 없을만큼 굳어버린 것처럼, 그토록 내 삶에 귀한 부분을 차지했던 밀크카랴멜도 이제는 사라져 버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나와 같이 밀크카랴멜이 1981년 생이란 것이다.
같은 해인 2004년에 난 첫사랑을 완전히 잃어야 했고, 동시에 밀크카랴멜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생물과 나와의 인연은 얼마나 닮아있는지.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소품, 밀크카랴멜...

이제는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게 됐구나.....

안녕...




p.s 밀크카랴멜이 사라지고나서 크라운 측은 아마도 '마이쥬'라는 새로운 제품을 런칭한 것 같다. 때가 되면 사라지고 새로운 만남을 가져야 하는 인간의 인연처럼, 캬라멜도 그런 세계가 있는 모양이다. 과거를 청승떨지 않을 만큼 자랐으니까 이제는 밀크캬라멜을 추억하면서 마이쥬를 먹어야겠지. 잘 먹어줄께..난 성장했으니까..보다 좋은 사람으로...

Nothing Lasts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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