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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것은 '영적인 작업'(박순천)

인터뷰, 그것은 '영적인 작업',박순천(출처: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

인터뷰는 르뽀글의 기초자료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도 훌륭한 르뽀글, 르뽀문학이 될 수 있다. 님웨일즈는 김산을 인터뷰 함으로써 '아리랑'을 탄생시켰고 피에르 부르디외의 '세계의 비참'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로 만들어졌다. 요즘 사람들이 생생한 일상생활과 보도된 적이 없는 '신선한 생각'들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현장 작업인 '인터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간지, 잡지에서는 매호마다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사이버 공간 안에서는 인터뷰 전문 사이트인 '퍼슨웹'이 만들어졌고 '지승호'라는 인터뷰 전문가도 탄생하였다. 인터뷰 글도 종류가 다양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긴 생애사'나 특별한 경험, 한 주제에 대한 짧은 견해을 담은 글도 있다. 그 글의 형식도 다양하다. 인터뷰어가 면담자의 입장에서 서술한 글도 있고 면담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살려 정리한 글, 질문과 응답이 있는 대화식으로 이루어진 글들도 있다.


1. 인터뷰의 생명력은 무엇인가
현장작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내용'을 얻을 수 있다. 개인들이 겪은 풍부한 인생경험과 그를 둘러싼 사회 정치적인 체험을 생생한 언어로 재현해내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 공개화된 기록 자체가 소수의 힘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배제된 언어의 결합체일 것이다. 인터뷰는 이런 배제된 말들의 회복 작업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결정적이었던 사건이나 경험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강력한 경험은 시간과 공간을 멈추고 끊임없이 기억 속에서 재생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통해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 이런 기록은 대부분 '구술'의 형태를 띤다. 구술은 인터뷰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구술'자료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에서는 부설로 <구술사 연구소>를 만들었다. 1년에 2500여명 이상의 학자들이 구술자료수집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작업으로 천권 이상의 책과 수백편의 논문을 써낸다.

2. 인터뷰 방법
1) 신뢰- 깊이있고 솔직하게 면담자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생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뷰어와 면담자가 서로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뷰어는 면담자를 믿어주고 그 개인사의 독특성을 인정해야한다. 그의 시각과 감정, 사고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면담자는 '대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인터뷰어가 면담자의 가장 노골적인 문제나 상황을 끄집어내도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에르부르디외는 이러한 인터뷰을 '영적인 작업'이고, 면담자의 독특한 요구에 따라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적인 사랑'이라고 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인터뷰어는 받아들인 면담자의 내용을 '사회구조적인 관점'으로 객관화 시켜 거리를 유지한다. 특히 자신과 정치적인 신념이 다른 사람(극우주의자)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사회적으로 접근하여 거리를 유지 할 필요가 있다.

2) 이용허가서 - 인터뷰를 왜 하려 하는지 어디에 쓸 것인지 솔직하게 밝힌다. 이렇게 밝히고 나면 면담자가 거기에 맞춰서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는데 더 풍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다양하게 한다.

3) 사전 준비과정- 면담자의 개인적인 역사, 즉 그의 독특한 삶의 궤도와 그가 처해져 있는 사회, 환경적인 조건, 일의 조건에 대해 사전에 알아서 정리해 갈 필요가 있다. 면담자에 대한 사전지식은 인터뷰 과정에서 부적당한 질문과 강요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적절한 질문을 즉석에서 계속 만들어 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그때그때 인터뷰어와 면담자가 만들어 내는 말들을 추적해 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신문하듯이 질문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최소한 2번 이상 인터뷰를 해야한다.


4) 분위기 - 면담자 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 일상적인 의사교환을 제약할 수 있는 여러조건을 가능한 만들지 않는다. 시간은 충분히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넉넉해야 하고 면담자가 거북한 점, 부족한 점, 요구사항이 있으면 말하게 해서 해소한다.

5) 의미- 인터뷰의 상황과 질문자체가 면담자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 불행한 상황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거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벗어나게 하거나 노인분들 자신의 인생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준다

6) 기억 보완 - 정확하게 기억 할 수 있게 그 당시 배경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해서 환기 시킨다. 왜곡된 사실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다시 되물어 수정한다.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거나 왜곡해서 기억한다. 그 점에 유의하여 질문한다.

7) 긴 시선 -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독특한 무언가를 발견하기는 쉽지않다. 살아온 여정이 다 비슷비슷하고 거기서 거기인 것 처럼 느껴진다. 이럴때는 길게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 혼자 사는 시골 할머니의 삶에서 시의 냄새를 맡고 금속 기계공의 삶에서 철학을 느껴본다.


3. 인터뷰 글 쓰는 방법

1) 인터뷰 글은 일종의 번역작업- 구두로 말한 내용을 읽기 쉽게 '글'의 형태로 드러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한다. 인터뷰 중에 말한 모든 것을 다 기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발음, 목소리, 억양, 리듬, 신체언어, 본론에서 벗어난 여담, 글로 옮기기에는 애매한 말들을 다 적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 그 왜곡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번역에서는 번역자가 중요하듯이 인터뷰은 글로 옮기는 사람이 중요하다. 미국 하층 흑인 여성들의 생활에 관한 구술 기록집 은 흑인여성의 증언을 문법적으로 정확한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들의 언어'로 바꾸어서 출간하여 '구술자의 생생한 삶의 현실로부터 언어를 빼앗아 기록을 박제화하였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글쓰는 사람의 보는 관점, 사실 취사 능력, 편집방법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정반대로 기록될 수 있다.

2) 인터뷰 글의 장점- 비록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왜곡되기는 하나 인터뷰 글은 구두보다 더 생생히 내용이 전달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고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잘 드러내 주었을 때 가능하다. 구체적인 예증과 사건, 상황, 상징적인 이야기들은 문학작품 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또한 면담자가 속한 계층 특유의 속성을 생동감 있게 살릴 수도 있다.

3) 쓰는 방법
ㄱ. 면담자의 목소리 직접 담는 방법- 그 사람이 쓰는 말투, 사투리 그대로 생생히 드러나 있다
(참고자료-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

나가 스무살에 딸을 낳고 즈그 아부지 간 뒤에 유복이 하나 낳응께 딸이 둘이제. 긍께 나도 8년동 안 혼차 살면서 고상도 헐만치 혔제. 인자 나가 딸네 둘을 데불고 딴 방에서 자거든. 그라믄 시어머니가 시방 생각허믄 즈것이 마음이 빈해진가 안 빈해진가 그것 볼라고 그란 거 같어. 전에는 여 가 방이면 저가 문이 있어. 그 문으로 살짝 들어와서 나를 찔벅찔벅해. 나 간 떠 볼라고 문도 똑똑 뚜드려보고. 시어마이가 그랑께 나는 나대로 간이 커지제. 또 잠이 살짝 들믄 가만히 이불 밑으로 손을 여갖고 나 몸수색하고 그래.. 우뜬 남자가와서 이래 손을 대도 가만 있을 거인가 어첳 거인가 그거 염짬 보니라고 그래. 그러믄 누구냐고 나가 소리지를 때도 있고 발로 툭 차뿌리기도 하고 그랬제. 그런 것을 다 직감(참고)살았어. 어디 가서 홀아비라도 만나서 살으라는 소리는 시상 없이도 안해. - 나 사는 동안은 좋은 시상이 안 나올랑갑소(금산댁 할머니)-

ㄴ. 인터뷰어가 면담자의 삶을 서술하는 방법- 인터뷰어의 성향에 따라 글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사물을 보는 눈이 깊은 인터뷰어가 쓰는 글은 직접적인 구술보다 훨씬 생동감있게 그 사람의 인생을 잘 드러내준다. (참고자료- 권기봉의 청계천 만물박사 이용진 대진정밀대표, 님웨일즈의 아리랑)

그가 대진정밀이라는 개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82년이다. 71년 상경해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 77년 지금의 금형 일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82년 창업한 이 대표. 네 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었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솔로 오너'다. 실제로 금속·기계·공구 상가가 발달되어 있는 이 근방에는 적잖은 작업장들이 1인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근데 이 일 배우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막내 동생이 일찍이 이 일을 하고 있던 터라 그 애한테 배웠어. 참 많이 애먹었지."

"버니어 캘리퍼스(원형으로 된 물체의 안과 바깥 지름을 재는 기구)를 다 쓴 뒤에 프레스 기계 위에 올려놨는데, 갑자기 그걸 집어서 날 막 꼬집는 거야."

듣자 하니 버니어 캘리퍼스의 날이 예리해 괜히 기계 위에 두었다가 떨어뜨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끝이 부러져 못쓰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생담을 기대했지만 에피소드로 맞받은 그는 그러나 기구도 부족하고 별다른 교육 시설도 없던 상황이어서 기술을 배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그래도 내가 금형 일을 시작했는데, 이왕 하는 거 한번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지."

쇠가 쇠를 깎는다는 게 너무 신기해 금형 일을 시작했다는 이 대표. 수더분한 인상과는 달리 독한 면이 있었던 것일까? 주변에서 6명이 함께 공부하며 도전했는데 유독 그 혼자만 선반기능사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 1982년의 일이다.

이후 아무리 한가해도 주 50시간 이상 일하면서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곡면을 깎을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등 독창성 있는 일 처리로 많은 일거리를 따올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 거래처가 4개로 줄었지만 잘 나갈 때는 17개 업체와 거래를 했다고 한다.
(대진 정밀 이용진 사장, 권기봉 글)



ㄷ. 인터뷰어와 면담자의 대화로 서술하는 방법- 인터뷰 과정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대화 내용 변화의 흐름과 이야기 지점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참고자료- 지승호의 인터뷰 글)

-청계천에 어떻게 들어오시게 되었어요? :
1977년까지 이런저런 일을 하다 1977년 금형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접한 금형에 대한 호기심과 철과의 힘겨루기에 대한 매력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처음엔 막내동생에게서 혹독하게 일을 배웠어요. 1982년 선반기능사 1급 자격증도 땄습니다. 처음엔 관수동에서 시작했는데 평화은행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자리로 터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집 주인이 지금 이 건물을 사라고 했는데 세로 들어왔어요.처음엔 이렇게 넓게 쓰지 못했습니다.관수동은 14평이었는데 여기에 처음 와서는 너무 좁아서 적응하느라 고생좀 했습니다.동생이 어찌나 혹독하게 가르치는지 우리집엔 이 자가 벌어져있는게 없습니다.꼬집히면서 배웠어 요.일제시대때 시보리의 대가라 불리던 청각장애인을 마음속에 은사로 생각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 당시는 주로 공면가공을 하던 때였는데 나는 혼자서 연습하면서 입체연마법을 익혔습니다.


-주문형태와 근무시간, 요즘 경기는 어떤가요?
주문은 주로 동네에서 받아서 해주는데 예전엔 17개업체 정도 했었는데 요즘엔 4개정도로 줄었어요. 직원도 4명이나 데리고 있었고 주50시간씩 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IMF때보다 더 경기가 안좋아요.2000년경부터 팍 준것 같습니다.

- 경기가 안 좋아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중국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가격이 1/7~1/10정도니까.
IMF 때 싼값에 우리 좋은 기술을 돈 몇 푼에 싹 다 넘겨서 그렇죠.

- 청계천 복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청계천이 복원되면 금속,공구상가 일대도 재개발이 될 게 뻔한데
다른 곳으로 옮겨가 일을 하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인맥을 모두 잃게 되고
와해되는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작업장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갈 수도 없고 이 골목 전체를 뚝 떼서 가져갈 수
는 없잖습니까? 청계천에 오면 모든 공정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완성품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말이에요. 게다가 타지에서 정착하는데는 6개월정도가 소요되고 그동안의 금전적 피해가 막심하
겠죠.이제는 마음이 위축되고 자포자기 심정이 됩니다.
금전적 혜택이 있다면 옮겨야가겠지만 의욕은 꺾였어요.
(대진정밀 이용진 사장을 대화체 인터뷰, 청계천 드림팀)



ㄹ. 인터뷰어의 서술글과 대화를 혼합하여 쓰는 방법- 서술과정에서 생략한 대화의 구체적인 과정을 넣어주므로써 더 이해 할 수 있게 하고 대화방식에서 생략한 인터뷰 상황이나 대화의 사회적인 맥락을 동시에 짚어주어 핵신적인 내용과 전체적인 흐름을 동시에 알려준다. (참고자료- 분가: 세계의 비참 3)

서술
파리다는 35세의 여성이었으나 대중들과 섞여본 경험이나 적극적인 사회생활의 경험이 없어서인지 마치 어린 사춘기 소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매우 낯을 가리고, 우리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으며, 게다가 어색하고 서투른 행동을 보여주었지만, 동생이 몇번이나 안심시켜주자 마침내 인터뷰에 동의하게 되었다. 우리는 그녀와 학교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를 원했다. 하지만 파리다가 진정으로 만족감과 위안을 느끼면서 상세히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그녀 자신의 이야기 였다

인터뷰 글
파리다 - 난 학교에 다니긴 했지만, 그것 뿐이예요. 학교가 뭔지도 모르고 다녔어요...아마 모
두들 그랬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 부모인들 학교가 뭐하는 곳인지 제대로 알고 다녔을까요?
..............
아브델말렉 사야드(인터뷰어)- 그런 생활이 정신과 육체를 모두 죽여갔을 것 같은데.
파리다- 그럼요. 죽어가게 했지요. 내가 집을 떠났을 때, 당신 말대로 내가 받은 상처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나는 모든 걸 새로 배워 가야 했어요... 아니 새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게 처음 배우는 거였죠. 자연스럽게 말하는 법, 떨지않고 남의 얘기를 듣는 법, 들으면서 동시에 생각하는 법. 그런 건 내가 전혀 배우지 못했던 거예요.......나는 진정제 같은 약과 나만의 약을 갖고 살았어요.

아브덱말렉 사야드- 나만의 약이라는 게 뭐죠?

파리다- 나만의 약은....그건 독서예요. 실로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었어요. 잠이 안오는 날에는 항상 책을 읽으며 밤을 새웠어요. .............
(아브델 말렉 사야드의 '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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