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건강권 (2)

from 콩이 쓴 글 2009/05/11 13:01

 경기 노동자건강권 쟁취 기획교육 제2강 자료

 

 


2. 노동자 건강권은 아~주 넓은 의미랍니다

 

 

‘건강권’ 안에는 여러 의미가 담길 수 있다. 멜라민, 조류 독감, 광우병, 돼지 바이러스를 걱정하지 않고 안전한 식품을 먹을 권리. 석면이 들어가지 않은 안전한 ‘베이비 파우더’를 아이의 엉덩이에 발라줄 권리.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갈 권리. 어디를 다니든지 사고 걱정없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권리. 돈이 없어도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노동자 건강권에도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흔히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할 권리’라고 얘기하지만, 죽음과 사고와 질병 없이 일할 ‘방어적인’ 권리는 노동자 건강권의 일부일 뿐이다.

 

노동자 건강권이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도 포괄적인 권리다. 어린이에게는 과자를 먹고 독극물에 중독되지 않을 권리만 있는 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 필요한 영양과 교육을 부족함 없이 누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온전히 행복한 상태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말을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풀어본다면 “노동자 건강권이란 단순히 질병이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온전히 행복한 상태를 누릴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육체적 건강권 : 다치거나 병들거나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정신적 건강권 : 정신적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들에 대해 자주적, 민주적으로 통제할 권리

 

사회적 건강권 : 사회구성원 모두가 골고루 누려야 할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의료 등 모든 사회적 권리를 함께 누릴 권리

 

영적 건강권 : 사상, 종교, 이념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말하고 행동하며 조직할 권리


기존의 산업안전보건 제도와 원칙들도 노동자 건강권의 시각에서 재해석해보면 참 새롭다. 예를 들어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에서 만든 “산업보건서비스의 원칙” 다섯 가지를 재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보호와 예방의 원칙 :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요인으로부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한다.

☞ 보호와 예방의 권리 : 노동자는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요인으로부터 자신의 건강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

 

2. 적응의 원칙 : 노동자의 능력에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을 맞춘다.

☞ 적응의 권리 : 주어진 일에 자신을 맞추도록 강요받거나 그럴 수 없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상태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을 바꾸어낼 권리가 있다. (관련 글 읽으러 가기)

 

3. 건강증진의 원칙 :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확대한다.

☞ 건강증진의 권리 : 노동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을 훼손받지 않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동환경을 바꿀 권리가 있다.

 

4. 치료와 재활의 원칙 : 산업유해요인, 사고와 상해 및 직업성 또는 직업관련성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를 최소화한다.

☞ 치료와 재활의 권리 : 유해요인 및 노동재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대로 된 치료와 재활을 요구하고 누릴 권리가 있다.

 

5. 일반적인 일차보건의료 원칙 :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작업장이나 가까운 보건시설에서 일반적인 보건의료서비스(치료와 예방 서비스)를 제공한다.

☞ 일반적인 일차보건의료의 권리 :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작업장이나 가까운 보건시설에서 일반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3. 노동자 건강권, 더 넓게~

 

 

이것만이 아니다. 노동자 건강권은 인간답게 일할 권리인 동시에 일하지 않을 권리이기도 하다. 앞에서 강조한  ‘적응의 원칙’을 또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적절하지 못한 환경에서는 일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아프면 일하지 않아도 되고, 너무 더울 때나 너무 졸릴 때는 일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일하지 않을 권리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제대로 쉴 권리도 건강권에 포함된다. ‘놀지 않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서양 속담도 있지만, ‘제대로 쉬지 않으면 병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한 양과 높은 질의 휴식을 취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권리다. 노동자 건강권은 제대로 쉴 권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관련 글 읽으러 가기)

 

끝으로, 건강권은 ‘전체 노동자’가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한 개인, 한 사업장, 한쪽의 성별이나 한 쪽의 지역, 인종, 국가에만 보장되는 권리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험하고 유해한 산업의 환경오염과 노동보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단지 소위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더럽고 위험한 작업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소규모 외주하청 노동자에게, 이주 노동자에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관련 글 읽으러 가기) 심지어 노동자 스스로 보편적인 권리로 나아가기 위한 골치 아프고 피곤한 길을 피해 가거나, 보고도 못본 척 하는 일도 있다. 노동자 건강권은 계급 전체의 보편적인 권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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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1 13:01 2009/05/11 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