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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면 행복한가?

뻐꾸기님의 [멋진(?) 의자가 있는 공장이야기] 에 관련된 글. 

   자동차 제동및 조향장치 생산업체. 강요된 노동의 비참함이란 무엇인지를 똑똑하게 알게 해주는 곳이다.



  지난 보건관리 기록을 보니 4년차 선생이 3월에 다녀갔다. 4년차 선생은 올해부터 어엿한 보건관리 책임의사로 등록이 되어 독자적인 업무수행 자격이 생겼다. 왠일로 보건교육을 했나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04년 특수건강진단에서 소음성 난청 유소견자가 발생하여 법정 청력보존 프로그램 대상 사업장이 되어 그 일환으로 소음성 난청 예방교육을 실시한 것이었다.


3월 의사 방문 기록의 일부를 옮겨 본다.

“토론결과, CNC 선반 소음이 본인 작업이 아닌데 불필요하게 소음에 노출된다.

 귀마개 착용이 불편하여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공간이 협소하여 기계간 사이가 좁아져 소리가 점점 커진다.

 귀덮개 사용을 해봤으면 좋겠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더라도 작업자들과 함께 문제점을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흔적이 보인다. 이렇게 의논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가 당장 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몸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할 능력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


#1. 주말부부라 부인이 대신 처방받은 약을 드시는데 혈압이 혈압이 200/120이어서 주치의한테 전화하고 편지를 써 주었던 아저씨는 최근 혈압이 150/100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여전히 뚱뚱하고 매일 술먹고 운동하려고 헬스클럽 등록해서 하루도 못가고.... 그래도 뇌혈관이 터지기 일보직전인 위기는 면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치료의지도 좋아졌고 다음 단계로 절주, 운동, 체중조절에 노력해보겠다고 하는데 기대를 해 볼까나. 


#2, 59년생 남자, 하지정맥류로 수술한 상태. 호소증상은 '잠이 잘 안 온다'. 자세히 물어보니 입면시간 평균 20분, 하룻밤에 2번이상 잠이 깬단다. 교대근무를 하는 것도 아니니 뭔가 문제가 있다. 우울하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혹시 죽고 싶은 생각이 드냐 물어보니 자주 그렇단다. 그럼 시도해 본 적이 있냐 물어보니 어릴 적에 한 번 그랬단다. 평일에는 아침 6시반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토, 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 일한다.  함께 사는 가족은 없고,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직장과 기숙사외에는 다니는 곳도 없다. 어떤 취미생활도 없고 친구도 없다. 휴~ 인생은 고해라는 말은 참으로 맞다.

‘요즘엔 약이 좋아서 수면장애에 대한 좋은 치료법이 많이 발전했다, 수면장애의 원인이 우울감일 가능성이 높고, 우울감도 약 먹으면 좋아진다.’고 설명하자 그럼 치료받아보겠다고 한다. 내가 의뢰한 정신과 선생님이 그의 무수한 불면의 밤의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시기를 빌어본다.  


#3. 아주머니가 인상 잔뜩 쓴 얼굴로 내 앞으로 온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분이고 작업장에서 만날 때마다 아프다고 하셨는데 오늘도 그녀는 아프고 짜증이 난다. 99년 추간판 탈출증으로 수술했고 산재처리를 했는데 재발하여 요통과 다리 통증 및 저림으로 계속 고생하던 중 올 3월에 다시 엠알아이를 찍었더니 지난 번 수술한 자리 밑에 또 추간판 탈출증이 생겼다. 현장관리자는 근로자가 몸 관리 안해서 그렇다고 했다며 억울해 한다. 일단 요통 체조를 좀 더 열심히 하고 증상 호전이 없어 수술을 결심하게 되면 찾아오라고 했다. 


#4. 작년에 우리 과장이랑 특수건강진단 대상자와 항목 선정을 둘러싸고 한두시간을 싸웠다는 무시무시한 보건담당자는 특별한 건강문제가 없다. 스트레스 때문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지 4개월되었다는 점 말고 특이사항 없다. 이 사람은 공장의 모든 작업자들의 사생활까지 다 알고 있고 건강상태에 대해서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게 문제이다. 자기는 열심히 하는데 외부에서 와서 잔소리하는 것을 못 참는다. 그래서 작년에 소음초과공정에 대한 대책을 물어보니 2공장으로 옮기고 기계 주변을 차폐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검진끝나고 나오면서 수고많다고 하자 ‘회사가 살아야 하는데...’한다. 다시 물어보니 요즘 완성차 부분 파업 때문에 회사가 어렵다고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수는  공장장과  맨 마지막 부분만다르다고 한다.


#5. 기록을 앞으로 계속 넘기다 보니 04년 5월 간호사 일지에 4월 의사방문시 만났던 가잉의 불면증은 야간근무 제한후 좋아졌고 디하의 두통도 조금 호전되었다고 써 있다. 두고 온 아이가 보고 싶어 눈물 흘리던 여인이 가잉이었는지 디하였는지 는 가물가물하나 그 큰 눈은 기억이 난다. 검진 중 만난 생산과장에게 물어보니 연수생들은 모두 나갔는데 그 필리핀 여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망쳤다고 한다. 아이가 얼마나 자라야 엄마들이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6. 마지막에 검진받은 아주머니는 당뇨병 9년차. 꼬박 꼬박 병원다니니 제발 병이 있다는 게 소문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혈당검사결과가 나쁘면 재검통보가 갈 수 밖에 없어 담당 간호사에게 ‘치료중 미검’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그러고 보니 신장질환이 있어 퉁퉁 부은 얼굴로 다녔던 싸움쟁이 아주머니가 검진을 안 받았다. 결국 회사의 압력에 굴하여 그만 두었을까?  

 

  오전중 62명 검진하고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다는 중국음식점에 가서 세상에서 제일 매운 짬뽕을 먹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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