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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회 등

  지금 학교에 온 지 8년만에 처음으로 의학과 4학년이 주최하는 사은회에 참석했다.   원래는 갈 생각이 아니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 때문에.

 

  사실 일년전에 학장님이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업및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를 하고 싶다며 설문지를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다.  길 가다 학장님을 만날 때마다 찜찜했고, 사은회는 점점 다가오는데, 시작할 짬이 전혀 없어서 고심하다가  어찌저찌해서 학생의 도움을 받아서 설문지를 만들어 학장님한테 보내고 나서 생각하니, 혹시 학생들이 설문지를 작성하다가 질문이 있으면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갔다.  그렇기도 하고 지도학생중의 하나가 졸업하는데 가서 축하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늦게 가보니 생각밖으로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어서 놀랐고, 학생들도 우리 학교처럼 교수들이 학생한테 관심을 가져주는 곳은 드물다고 고맙다고 해서 음... 그렇구나 하고 배웠다.  작년에 처음으로 교수 상조회 연말모임에도 나가서도 비슷한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저녁에 있는 일정은 매우 부담스럽고 내가 발표를 해야 한다든가 구체적인 책임을 맡지 않은 경우에는 무조건 피하고 살았는데,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면 참여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가끔은 저녁에 일을 보아도 이젠 큰 부담이 없는 상황이 되어서 그런 변화가 생겼나 보다.

 

  거기서 지도학생을 한 명 더 만났다.  이번 본과 4학년 과대표가 되어서 선배들 행사 도와준다고 왔단다.  중책을 맡으심에 축하드린다 했더니 아무도 안 하려고 해서 그냥 한다했다며 씨익 웃는데, 훌쩍 커 보인다.  이 녀석은 곧잘 일등도 하곤 해서 공부만 하는 애인줄 알았는데, 과대표같은 일도 마다않고 한다니 기특하다.

 

  이번에 졸업하는 지도학생의 성적은  국가고시에 떨어질까봐 고민고민할 정도. 공부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어찌 그리 올라갈 줄을 모르는지 휴.~,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4학년인 지도학생의 성적이 하위권이면 학장실에서 메일이 날아온다.  상담바란다고.  그래서 같이 밥고 먹고 어떻게 공부하는게 좋은지 의논도 해보기도 하지만 뾰쪽한 수가 없다. 그냥 열심히 하는 수 밖에.  뻐꾸기, 학교다닐 때는 공부라곤 별로 열심히 해 본적이 없어서 딱히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찾기가 힘들어서 난감했었다.

 

   어쨌든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집에 오는 길에 그 아이가 바래다 주었는데 우물쭈물하더니 , 저... 만나는 사람 생겼어요. 한다.  의대생활 7년동안 연애한번 못 해본 친구가 여친이 생겼다니 오호 그래? 했는데, 근데요, 그 친구가 자꾸 같이 여행가재요. 가도 될까요? 한다. ㅋ 에구, 에구, 그런걸 왜 나한테 물어보니? 내가 말이야, 연애에 좀 소질이 없거든. 나랑 상담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어.   택시왔다. 담에 이야기 하자. 어쨌든 결과나오면 꼭 연락해... 하고 헤어졌다. ㅎ  .

 

  직장 동료들하고,  학생들하고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집에 와서, 못다한 일을 좀 할까 하고 컴을 켰다가 몇 자 적는다.  무슨 이 시간에 일을 하냐,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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