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5년 7월 12일(화)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은 예전에는 삼척탄좌의 직원 아파트였다. 6층 높이에 주공아파트가 8개동이 서있다. 산등성이 비탈진 곳에도 집을 지을 만큼 이곳 고한에서 집을 구하기란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떠나고 낡고 허름하게 변해지만, 이곳은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최고의 주거공간이었다.

방이 두 개에 거실과 화장실을 갖춘 이곳은 생활하기에 아무 불편이 없다. 다만 비가 오면 방에 물이 샌다. 3층인데....

지난 주말 서울에 다녀오니 비어있는 방이 연못으로 변해 있었다. 다행히 거실까지는 물이 넘치지 않았다. 주말 내내 걱정이 많았다. 물이 새지 않는 방 하나도 벽에 물이 스며들고 있다.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다.


이곳의 생활은 익숙한 것에 대한 시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수에 샤워를 하는 것이 익숙한 나에게 찬물에 씻는 다는 것이 처음에는 고역이었다.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이 씻는 것이다. 송환에 보면 김선명 선생님이 씻는 장면이 나온다. 물을 조금씩 뿌려가면서....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감옥살이에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부지런해야 하는데 겨울에 하는 냉수마찰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였다. 아주 적은 물을 받아서 수건에 물을 적신 다음, 계속 몸을 닦으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몸에서 열이 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내가 씻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먼저 머리를 감는다. 그리고 세수를 하면서 팔에 물을 묻힌다. 그리고 중요 부분을 씻고 발을 씻으면서 허벅지까지 물을 묻힌다. 그리고 다시 가슴에 물을 조금씩 뿌리면서 웃통을 씻고, 마지막으로 물을 온몸에 붓는다. 처음 머리를 감을 때가 제일 힘들지만, 40분 정도 걸리는 씻는 과정은 맨 마지막 온몸에 물을 붓는 데서 보상을 받는다. 뼛속 깊이 전해지는 상쾌함과 청량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분이 좋다.


냉장고를 언제부터 썼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였을 거다.

해발이 높은 이곳은 덥지는 않다. 그러나 내가 있는 숙소는 습기가 많다. 자주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반찬 몇 가지가 있는데, 냉장고가 없다 보니 쉬이 상하는 반찬이 있다.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것은 간장에 넣어둔 마늘과 마늘 짱아지, 그리고 또 간장에 담근 고추가 있다. 종종 김과 계란을 사서 반찬을 하지만 두 끼 정도 먹을 양만 산다.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물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먹다 보니 그냥 물도 괜찮다. 처음에는 상희가 냉장고가 없는 것을 걱정했었다. 그러나 지내보니 처음에 조금 불편할 뿐이지 지금은 아무 불편이 없다.


우리는 주변에서 사용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돈을 주고 우리는 소위 생활에 편리한 것들을 산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불행하다.

편리한 삶이 행복한 삶일까. 돈이 많은 아주 많은 사람들은 아주 많이 행복할까.

욕심 없이 행복할 수 있는 돈은 어는 정도일까.


처형과 상희가 드디어 책을 냈다.

아주 많이는 아니고 조금만, 상희가 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 정도는 팔렸으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