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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신고 된 음성현대굿모닝병원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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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38억 원, 절박해서 노조를 만들었다”

 

폐원신고 된 음성현대굿모닝병원을 지키는 사람들

 

천윤미 미디어충청 기자 (moduma@cmedia.or.kr)

 

단 하루 만에 설립된 노조, 당일 자체 폐원된 병원

“총무과 원무과 등 관리체계 빼고 거의 100% 가입했어요. 그만큼 절박했던 거죠. 그날 노조를 가입하자고 가입서를 들고 병원에 왔는데 한 장씩이 아니라 뭉텅이로 돌렸어요. 서로 가입할거니까 달라고, 모두들 자기 아는 사람들 다 가입하려고 한다면서요.”

폐원공고가 부착된 현대굿모닝병원엔 얼마 전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50여명만이 모여 있었다. 병실을 가득 메웠던 환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흩어졌고 환자이름을 부르며 소란스러웠던 병원 로비는 조합원들만이 지키고 있었다. 병원 이사장은 지난 21일 폐원신고를 접수했다.

매일 병원에 모여 토론하는 조합원들. 이동호 실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7월 31일 충북 음성에 위치한 현대굿모닝병원 노조는 단 몇 시간 만에 전체 직원 82명중 관리직 11명을 제외한 71명이 노조 가입서에 동의, 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충북지역지부에 가입했다. 이들은 이날을 “체불임금만 받길 기다리던 병원 직원에서 체불임금을 돌려받는 투쟁을 시작한 병원 노동자로 새롭게 태어난 날”이라고 말한다.

반면 병원 이사장은 이날 “병원 로비에 있던 달력을 쭉 찢어서 폐원공고라고 휘갈겨 쓰더니 현관문에 떡하니 붙였다.”

의료법인 3곳에서 벌어진 체불액만 38억 원으로 추정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던 사람들은 해고됐고, 아들 병수발을 위해 사채까지 쓰기도”


충북 음성에 병원 노조가 생긴 이유는 체불 임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작년 6월에 설립된 정근희 이사장 부부가 운영하는 의료법인인 굿모닝병원을 포함해 생극면의 음성정신병원과 현대정신병원에서 벌어진 체불임금액은 현재 38억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8월 초 노동부가 24억으로 예상했지만 이사장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 않아 체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체불된 병원 3곳 중 현대굿모닝병원만이 노조가 설립됐다.

“체불이 작년 9월부터 시작됐어요. 체불 금액도 다양하고 개월 수도 짧게는 1개월부터 길게는 7개월까지 가지 각색이예요. 이사장이 다른 곳으로 취직이 가능한 면허 있는 사람들이 임금 달라고 요구하면 줬고, 요구 못하고 기다린 사람들은 못 받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출근 첫 한 달은 임금 주고 그랬어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자주 바뀌었죠. 게다가 임금 체불에 대해서 말하면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은 바로 해고됐고요."

노조에서 활동 중인 이동호 씨(39세) 역시 7월 말에 해고당했다. 이 씨 역시 4개월 간 임금이 체불되어서 둘째 출산을 앞두고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었다. 이 씨는 “휴가기간이 둘째 출산예정일이었어요. 그래서 휴가 들어가기 전까지 체불 임금을 받아야 해서 요구했는데 결국 받지도 못하고 둘째 출산 후 출근하자마자 해고 당했어요”라며 웃었다. 이어 “상황이 안 좋았어요. 임금 체불된 거 받기 전에는 일 못하겠다고 나왔는데 그날 병원에서 사고가 있었거든요. 병원 측이야 잘 걸렸다 싶었겠죠”라고 덧붙였다.

“해고됐지만 노조를 만들어야 했어요. 아들의 심장질환을 고치겠다고 일하던 장 할머니는 임금이 체불되고 난 후 사채를 빌려썼어요. 이사장에게 처지도 이야기하고 사정도 했는데 이사장은 ‘노동부에 가서 받지 왜 나한테 달라냐’며 거절했어요. 또 다른 조합원은 굿모닝병원 직원들은 체불 임금 다 받았다는 헛소문 때문에 가족과 싸우고 결별 위기까지 왔어요. 이게 다 이사장이 임금을 체불해서 일어난 일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저 역시 제가 해고 된다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법원은 영장 발부 안하고 군청은 법 위반사실 알고도 경고만”
“이사장은 시간 끌 때 까지 끌겠다고 말해”
매일 오후 1시면 병원으로 모이는 조합원들, 그러나 관계당국은 뒷짐만


노조를 만든 이후 충북 지역에서는 이들을 돕기 위해 법률자문부터 중식집회까지 다양한 활동 들이 펼쳐졌다. 때문에 처음 폐원공고를 본 후 불안해하던 조합원들이 이제는 “지금 당장 힘들지만 조만간 해결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매일 오후 1시가 되면 어김없이 병원 로비로 모여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과 노동부, 음성군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사장은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체포될 걸 아는데 거길(법원) 왜 가냐, 시간 끌 때까지 끌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이사장 구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체불된 임금을 받고 싶을 뿐인데, 아무리 많은 임금체불이라도 해결되면, 노동자들은 참 착해서 처벌을 취소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도 안하는 이사장에게 가만히 있어요. 없는 사람에게는 출석안하면 바로 체포영장 나온다는데 이사장은 있는 사람이니까 출석요구서만 나왔나봐요. 그래서 우리 나라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이번에 또 이사장이 법원에 안 나오면 검찰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지 두고 보고 있어요. 만약에 체포영장 안 나오면 그건 직무유기라고 보기 때문에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노조를 만든 후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희망이 보인다”

“음성 주민들은 어떻게 체불이 그렇게 많이 됐냐며 납득을 못하죠. 사측은 노조가 만들어져서 한마디로 개판이 됐다고 말하고 음성군은 이사장이 불법으로 조각공원을 만들고 입장료를 받아 왔는데도 두 손 놓고 있고요.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한 사람씩 뎅강뎅강 다 잘려 나가져. 그런데 노조가 생기니까 자기가 갖고 있던 생각들도 표시하고 말할 수 있게 됐어요. 사측은 이런 걸 못 마땅하게 생각하겠지만, 지역에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들이 모여 대책위도 만들고 모두들 도와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한 달만 체불 돼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지만 간병하던 환자를 외면할 수 없어 계속 일을 해 왔다던 조합원들은 “하루 빨리 체불된 임금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조합비조차 걷지 못하는 노동조합이지만 “이제는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에 함께 싸우겠다”며 한동안 불 꺼진 병원 로비에 모여 서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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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7 09:56 2009/08/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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