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트 영역으로 건너뛰기

연대할 자격

자기 전에 양치질 하면서 보려고 TV를 켰는데 BLACK WHITE 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웬 흑인 부부가 술집에 들어갔다.

내부의 손님들은 죄다 백인이었는데 다들 그 부부를 벌레보듯 쳐다봤다.

흑인 여성이 커피를 주문했는데 바텐더는 카드를 달라고 했다.

카드를 남편이 가지고 있는데 남편이 지금 주차장에 있다고 하니 카드를 주기 전까지 커피를 줄 수 없다며 걸인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그 부부가 술집에 있는 동안 그 여성이 여러사람에게 말을 걸었지만 다들 그다지 말을 받아주기 싫다는 태도였다.

그리곤 밖으로 나와 차에 탔는데 놀랍게도 그 부부는 백인이었고 흑인 분장을 한 것이었다.

단지 피부색과 가발의 차이밖에 없었는데 그 백인 술집에서 그 부부는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 프로를 보고나서 입에 거품을 문 채 깊이 생각했다.

내가 직접 다른 존재가 되어보지 않고서 그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 혐오감조차 느끼고 있으면서도 실상 나는 과연 그들과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나.

직접적으로 차별과 핍박을 받아보지도 않고서 그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혹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과연 내가 그들과 연대할 자격이나 있는가.

가령 인도에 며칠 여행 갔다와서는 인도에 대해 다 안다는 듯 떠드는 사람이야말로 오히려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오해가 더 많이 쌓인 사람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는 것과 비슷한 경우 아닐까?

그래서 상선약수가 명구인가 보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에게 이로움을 주지만 다투는 일이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도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