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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8/04
    베트남 방문기-2
    쌈마이
  2. 2004/08/04
    베트남 방문기-1
    쌈마이

베트남 방문기-2

1번국도

 

베트남은 매우 길쭉한 나라입니다. 무려 1800km나 됩니다. 지금 하노이에서 호치민을 잇는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지만, 현재까지 두 곳을 잇는 도로는 1번국도 뿐입니다. 물론 기차가 있기는 하지만 비싼 요금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스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이 1번국도가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매우 중요한 도로였을 겁니다. 누가 이 길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또한 이 1번국도를 따라 저질러 졌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가야 할 곳은 베트남 중부지방이었습니다. 호치민에서 버스를 빌려타고 26시간 동안 가야지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1번 국도는 오가는 길이 하나씩인 좁은 도로입니다. 이곳으로 오토바이도 지나다니고 소들도 지나다닙니다. 한국에서 2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라면 지겨워서 아무도 타지 않았겠지만 퐁니마을까지 가는 1번 국도는 매우 아름다웠고 생각보다 그리 지겹지는 않았습니다.

 

                                                                             <1번 국도변에서 만난 아이들>

 

 

밀라이 박물관에서 본 두장의 사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결정적인 사건들 중에 중요한 사건이 미군에 의한 밀라이 학살이었습니다. 1968년 1월 구정대공세에서 결정타를 입은 미군은 3월 16일 베트남 중부의 한 마을이었던 밀라이 마을에 들어가 5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합니다. 아마도 구정대공세에 대한 보복이었을 겁니다. 당시 희생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인들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이었습니다. 지금의 전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아무리 정밀폭격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죽는것은 힘없는 여성들과 아이들입니다.

 

                                                                                    <밀라이 박물관의 조각상>

 

퐁니마을로 향하는 도중 밀라이박물관에 들렀습니다. 그곳에는 당시의 학살과 관련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두장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장은 한국전투병이 베트남에 첫발을 딛는 순간의 사진이고, 다른 한장은 학살되었던 밀라이 마을의 한가족 사진이었습니다.


 

호치민에 있는 전쟁박물관에 가면 베트남 전쟁에 파병했던 나라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사진이 두장 걸려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 중에 가장 많은 전투병을 파병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라크전쟁이 끝난 뒤를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는 이라크에도 이러한 전쟁을 기억하는 기념관이나 박물관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곳에 또다시 한국군 사진이 걸릴 겁니다. 미국과 영국 다음 세번째로...

 

 

이 사진을 보면서 잔혹한 학살사진보다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누가 저들을 무슨 이유로 죽인겁니까? 무슨 권리로 가족을 파괴합니까? 이 세상에 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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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방문기-1

세번째 베트남 방문이었습니다

 

첫번째 방문에서 처음으로 민간인학살 생존자들을 만났었습니다. 대부분 나이가 든 할머니들이었고 얼굴과 몸에는 선연한 상처가 고스란히 기억되어 있었고 한국사람들을 만난 할머니들은 소리내어 우셨습니다.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손이라도 잡고 나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두번째 방문에서 학살이 일어났다는 폭탄구덩이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학살에 대해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생존자를 인터뷰하면서 순간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그분이 웃지만 않았어도 아니 오히려 화를 냈다면 눈물이 나질 않았을 겁니다. 담담하게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수많은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면서 괴로웠습니다. 또다시 그분들의 아픈 상처를 내가 후비고 있다는 자괴감과 학살을 자행했던 국가의 한사람이라는 미안함... 생존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말하는 동안의 표정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작년 촬영하러 갔던 곳이었고, 그곳에서 인터뷰를 한 생존자는 '한국군을 증오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젖먹이였다가 엄마품에서 다행히 살아남았던 생존자 동생의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눈망울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령비를 세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가고 싶었습니다.

 

 

사람만이 오직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호치민에서 반레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베트남전쟁에 참가했고 부대원중에서 살아남은 5명 중의 한사람인 반레 선생님의 이름은  친구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꿈이 시인이 되고 싶었던 친구의 이름을 전쟁이 끝난 후에 본인의 이름으로 사용하면서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분께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평화란 무엇인가요?'

'지금의 전쟁은 단추를 누르는 전쟁입니다. 단추를 눌러 전쟁을 시작하고 무기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바꾸거나 조정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만이 오직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

 

 

작년 <미친시간>작업을 하면서 그리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 과연 인간이란 존재는 선한 존재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용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반레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인간이지만 그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인간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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