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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서울대 오랜만에 왔는데 방학이 시작되어 한가하네.
SH 생각도 나더라. 아이는 잘 나았는지, 주로 환차익 거래로 돈을 굴리던 남편은
요번 경제 위기에서 오히려 이익을 보았는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는지.
학교에서 우연히 만났으면 담담하게 말걸것 같은데 메일을 보낸다거나 전화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어.
일대일로 대하기가 어색해서 그런가 봐.
한편 오랫동안 알아오고 젊은 시절의 상처를 누구보다 많이 얘기 나누던 사람을 이렇게 내 삶에서
밀어내려는데에는 어떤 무의식적인 기제가 작동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잘은 모르겠어.
이제와서,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 같은 것일까? 과거의 나와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구별짓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어쩐지 체온을 느끼기 힘든 비현실적인 관계였던걸까.
다시 만나게 되면 뭔가 같이 뛰어 놀면서 다시 사귀어야 할 것 같다...
 
어제 오후엔 여성oo회가 열린 예전에 근무하던 연구소에 갔어.
실제 발표들은 오늘 있을거라 주로 시니어 선생님들이 많아서
내 자리 아닌곳에 왔군, 싶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홍릉에 가보고 싶어서 갔지.
발표는 과학기술계에서 학계나 기업에서 여성의 위상 전반적인 내용이었어.
메디슨에서 온 여교수와 마이크로 소프트 연구 책임자인
미국 발표자들의 발표는 자신의 경험이나 폭넓은 통계 자료를 보여주면서,
장담은 못하고 지금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런 방향성이 맞지 않겠나 하는 거였고
뒤에 한국측 발표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세련된 통계치
(예를 들어 전자는, UC 대학원에서 남/여성이 애초에 목표로 하던  커리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비율, 그리고 애초에 연구직을 희망하다가 전향한 경우 어떤 요인 때문인지 등등을 보여주었는데
후자는 고등학교, 대학의 문/이과 성비, 포닥과 전임 교수에서 성비 이런거였음)
를 제시하면서 기본 전제나 결론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라가야 한다,' 여서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더라구.
어쩌면 영어 구사력 때문에 내용이 단순해진 면도 있지만
음.... 미국에 비해 진짜 연구에 종사하는 시니어 여성이 (비율상으로도) 매우 적어서 그런 것 같아.
솔직히 옆에 앉아 있는 시니어 선생님들이 다양성이 궁극적으로 (그니까 결과론적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별거 아닌데 희한하게 많은 선생님들이 원피스를 입고 오셨더라.
치마야 미국인 발표자도 입었고 (그 사람은 히피 엄마 분위기...) 당연히 문제 없는데 선생님들의 드레스 코드가 너무나 한국사회의 보수적이고 참한 이미지에 딱 맞다고 느꼈어.
나만 해도 그런 연구 결과들 (예를 들어 노약자 친화적인 사회가
결국 지속가능하다거나 여성친화적인 랩이나 기업, 혹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나 기업이
좋은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결과도 우수하다거나 )을 종종 신문이나 책에서 보면서
더 설득력있는 논지를 갖게 되는 것 같거든. 이러 이러 하다니까 우리도 한번 실현해 보면 어떨까, 이렇게.
그리고 이미 차별을 오랫동안 받아온 집단이라면 그러니까 더더욱 비분강개는 실익이 없는것 같아.
후후 나중  토의시간엔 배고파서 언제 끝나나 하고 있다가 너한테 써보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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