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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파랑이가 뭔가 물어보는 말에 다시 기록을 하자 생각이 들었다.
지난 어린이날 어떤 삼촌을 만났다고 자꾸 그러는데 이번 어린이날 뭘하고 지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그 무렵 날씨라든지 기분이라든지 내가 바빴는지 한가했는지를
잡아내려고 해도 완전 공백이었다.
파랑이는 이제 만 네살 하고도 일주일이 되었다.
별 말을 다 할 줄 알고 한글을 완전히 안다.
이 아이가 하는 말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화가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말을 아무거나 하는 것 같아서 집중해서
들어주기가 힘들다.
오늘 아침에는 나하고 파랑이하고 나갈 채비를 해야 하는데
밥을 모셔두고 또 이말 저말 계속 하는 것이다.
어금니는 어디있어? 송곳니는 어디 있어?
점점 짜증이 올라오면서 얼굴이 굳어졌나 보다.
파랑이 하는 말
" 엄마, 지금 내 혀에 아무것도 없거든? 그런데 왜 계속 화를 내고 있어?"
약간 속을 들킨 것 같아서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부엌을 이리 저리 치우고 있었더니
또 하는 말
" 엄마, 나 좀 봐~"
그제서야 파랑이를 제대로 쳐다 봐 주면서 웃음이 나왔다.
"어, 그래 엄마가 파랑이 볼께"
네돌된 아이한테 이런 웃음이 나올 줄 몰랐다. 딱 1초 동안 친구한테
멋적어서 웃는 기분이었다.
내가 화가 나면 얼굴이 굳어지면서 화를 일으킨 사람 얼굴을 외면하곤 하는데
파랑이가 그걸 알고 있는것 같았다. 몇번이나 보았나 보다.
"엄마가 어제 잠을 잘 못 잤거든. 엄마는 그러면 화가 잘나."
사실이다. 잠을 설쳐서 참을성이 금방 바닥나고 조바심이 나는 상태였지만
그보다 어떤 몸 상태였든지 육아를 할때 내가 잘 못하고 힘들어 하는 부분이
이런것이다. 빨리 밥 먹이고 조금 빨리 어린이 집 데려다 주고 학교 조금 일찍 가서
뭘 하려고? 이런 시간이 쌓여서 긴 나날이 된다지만 사실 월요일만 이렇게 둘이서
보내니까 더 느긋해져도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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