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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6
    오랜만
    스밀라
  2. 2009/11/30
    파랑이
    스밀라

오랜만

 

블로그를 다시 찾게 되었다.

한 9개월 만인가?

지난 주말에 남해를 다녀왔다.

크... 날씨가 좋아서 진짜 이번 봄 들어서 화창한 날씨는 이게 처음이 아닌가 싶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하루 , 독일 마을 근처에서 하루 이렇게 묵었는데

다랭이 마을 민박이 참 좋았다.

새벽 네시에 깨서 아침 먹을때까지 무척 긴 시간, 긴 배고픔이었지만...

동네 한 바퀴 돌고 내려가면  바위들 따라 바닷가 까지 내려 갈 수 있다.

바닷가라기 보다 바위 밑에 뚝 물이 있어서 낚시꾼의 천국인듯.

6시에 숙소에서 나와서 혼자 거기 까지 갔는데

내가 내려가야 할 길 끝에서 군대 물정 모르는 내 보기에 완전무장을 한 것 같은

군인 여섯명이 올라와서 쪼금 무서운 마음이 들어서

체면만 아니면 그냥 뒤로 돌아 마을 쪽으로 막 달려가고 싶었다.

근데 가까이 오면서 잘 보니 어리디 어린 얼굴에,

뚤레 뚤레 하는 것이 근처 전복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죽 한 그릇에 커피 한잔 하고프다는

얼굴들이라 (대한민국 해군을 무시하는건 아니고...) 무섭게 느낀게 주책스러웠다.

 다 지나갈때 까지 딴청 하느라 한 십분 거기 멈춰있었나,

저 위에서 '엄마!' 부르는 소리가 나서 보니 아직 자고 있어야 할 파랑이가 제 아빠랑

나와 있었다. 반가워서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군인들 때문이 아니라...

여행 오기 전날 일터에서 기분이 있는대로 상해서

왜 이렇게 기분이 상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하루 지나서도 그러니, 이번엔 내 소중한 여행을 망친다는 생각에

더 기분이 상하고 뭐, 그랬기 때문이다.

잠의 기능 중에 낮동안의 감정을 해소하고 잊게하는 기능이 있다던데

잠을 설쳐서 어제가 계속 이어지는 듯 했다.

그날 오후에 훠이 훠이 부른배를 안고 보리암을 올라가면서야

몸이 지쳐서 적당히 수면 아래로 넣을 수가 있었는데

어수선한 감정이 수면 아래 들어 가니 비로소 떠오르는 건,

내가 그 동료를 미워한다는 것이다.

뭐, 사람이 미운게 아니라 그 동료의 사고방식을 미워한다. 

고민을 중간에 그만둬버리고 자기가 미리 정해둔 도덕적 지향으로 건너가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 증거들을 대충 뭉개고 가는 방식을 미워한다.

여행 오기  바로 전에는 내가 한 일처리를  오해하고 쫒아와서 은근히 따지는 것에, 

 나중에 오해라는 걸 안 후에는 자신의 지향과 다른 의견을 예비안으로 적어놓은걸

질타하는 분위기에 기분이 상하기 시작한 것이고.

일터에서 한 목소리로 이메가 욕하고 딴나라당에 우웩하고 천암함을 북한탓으로 모는

음모에 같이 넌덜머리를 치지만 그 사람이 생각하기를 멈추는 그 방식,

아예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는 다른 일터 동료들보다 진정 힘빠지게 하고

밉다.

이해하려고 내 뇌속을 파헤쳤을때는 답답하던 마음 속이

이해하기를 그치고 왜 싫어하는가 물어보니까 풀리는 것 같다.

그런 방식을 미워할 순 있다지만 왜 이렇게 그 동료한테

격렬한 감정이 생겨나는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그 동료와는 전공 이야기도 서먹해서 안 하게 된 것 같다.

처음 와서는 자주 하려고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이 자꾸 시도했던 것 같은데 )

했었는데 하면서 늘 뭔가 찜찜한 감정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일해본

경험이 좀 있는데 그럴때는 못 느꼈던 감정, 그니까 내 학문은 이런것이다, 이런 에고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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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

 

어제 파랑이가 뭔가 물어보는 말에 다시 기록을 하자 생각이 들었다.

지난 어린이날 어떤 삼촌을 만났다고 자꾸 그러는데 이번 어린이날 뭘하고 지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그 무렵 날씨라든지 기분이라든지 내가 바빴는지 한가했는지를

잡아내려고 해도 완전 공백이었다.

 

파랑이는 이제 만 네살 하고도 일주일이 되었다.

별 말을 다 할 줄 알고 한글을 완전히 안다.

이 아이가 하는 말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화가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말을 아무거나 하는 것 같아서 집중해서

들어주기가 힘들다.

 

오늘 아침에는 나하고 파랑이하고 나갈 채비를 해야 하는데

밥을 모셔두고 또 이말 저말 계속 하는 것이다.

어금니는 어디있어? 송곳니는 어디 있어?

점점 짜증이 올라오면서 얼굴이 굳어졌나 보다.

파랑이 하는 말

" 엄마, 지금 내 혀에 아무것도 없거든? 그런데 왜 계속 화를 내고 있어?"

약간 속을 들킨 것 같아서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부엌을 이리 저리 치우고 있었더니

또 하는 말

" 엄마, 나 좀 봐~"

그제서야 파랑이를 제대로 쳐다 봐 주면서  웃음이 나왔다.

"어, 그래 엄마가 파랑이 볼께"

네돌된 아이한테 이런 웃음이 나올 줄 몰랐다. 딱 1초 동안 친구한테

멋적어서 웃는 기분이었다.

내가 화가 나면 얼굴이 굳어지면서 화를 일으킨 사람 얼굴을 외면하곤 하는데

파랑이가 그걸 알고 있는것 같았다. 몇번이나 보았나 보다.

"엄마가 어제 잠을 잘 못 잤거든. 엄마는 그러면 화가 잘나."

사실이다.  잠을 설쳐서 참을성이 금방 바닥나고 조바심이 나는 상태였지만

그보다 어떤 몸 상태였든지 육아를 할때 내가 잘 못하고 힘들어 하는 부분이

이런것이다. 빨리 밥 먹이고 조금 빨리 어린이 집 데려다 주고 학교 조금 일찍 가서

뭘 하려고? 이런 시간이 쌓여서 긴 나날이 된다지만 사실 월요일만 이렇게 둘이서

보내니까 더 느긋해져도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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