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소탐대실은 나의 적

 

한의사가 나더러 태음인이라며 태음인은 눈 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등등 지침이 담긴 인쇄물을 한장 주더라니.

 

학회는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에서 있다.

일단 밴쿠버 옆에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주도인건 알았다.

그런데 왜 밴쿠버까지만 항공권을 끊어 놓고 그 뒤 여정에 대해선

머릿속에 백지로 남겨두었을까?

진짜 이해가 안간다.

아마 이래서 계속 학회가 가기 싫었나 보다.

당연하지, 길을 한도막 잘라놓고 해외 미아 될건데  무고한 뇌가 얼마나  불안했을까.

 

이번 주 토요일에 길을 떠나야 되는데

그저께 밤에야 이 미싱 링크를 채우면서 욕은 또 엄청 했다.

선택지가 여러개다. 에어 캐나다로 공항에서 바로 가는거,

헬기 타고 빅토리아 항으로 가는거,

페리타고 가는거.

헬기는 비행기만큼 비싸고 페리는 공항에서 또 배타는데 까지 가야하니 비행기로 가기로 했다.

에어 캐나다만 간다는데 원래 항공사랑 연계가 안되니 표를 따로 끊어야 했고

뒤늦게 끊어야 하니 비싸기도 많이 비쌌다.

이걸 처리해야 발 뻗고 잘 것 같은데 마스터 카드로 사려니

무슨 코드가 계속 틀리다고 흐미...

난리 굿을 치다가 결국 법인카드로 샀다.

항공권을 법인 카드로 샀다고 그 다음날 한소리 들었고.

 

내 돈은 아니지만 항공권 사는데 돈이 쓸데없이 많이 나가서

세금을 이렇게 썼다는것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이 마구 밀려왔다.

(그러니까 진작 했어야지, 이 인간아)

오늘 학교 와서 갈 길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다 보니

오오! 페리는 비행기의 1/10 가격이고 또 공항이나 대학에서 페리 타는데까지

버스 노선이 왕 친절하게 잘 나와 있는게 아닌가.

시간이 넉넉하니까, 오케이, 배로 들어 가자.

해서 버스 노선이랑 배 시간표랑 인쇄해서 열공 후 에어캐나다 홈페이지 가서

표를 취소 했다.

그런데...

그제서야 뇌리에 박히는 문장이 있었으니

Non-refundable 이라고.

엉? 카드 구매 철회되는거 아니었어? 다시 룰을 보니 이미 멜로 받은 전자티켓에도

선명히 박혀 있는 문장이었다.

또 그걸 처음 봤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만 매우 주관적인 뇌에서

'이렇게 제 돈 다 주고 산 표가 환불이 안 될리가 있어?

다  잘 되야지, 고럼 고럼.' 이랬던 것이다.

법인 카드로 구매했으니 어째야쓰냐, 이 사태를.

깨알 같은 글씨들을 해독해보니 돈으로는 안 돌려주지만

일년내에 다른 표를 살 수는 있다는데 웹상으론 안되고

직접 문의하라고 한다.

그러니까 난 취소한 바로 그 표를 다시 사야 한다.

한국 에어캐나다 사무소에 전화 돌리기를 삼십분 했더니

거기 언니가 상큼하게 '그건 본사로 직접... 콜 센터는 24시간 열려 있어...' 하신다.

 

잠시 얼어 붙어 있다가

차범근 광고가 생각나서 00700-1-880-xxxx-xxxx로 전화를 돌리길 십여분,

캐나다 총각이 받았다.

의사소통... 한 쪽의 의지가 강력하면 되긴 되더군.

이거 제대로 처리 된건가 긴가 민가 했지만 할말 다 한거 같아서

끊고 이메일 확인하니 새로운 영수증이 도착해있었다.

 

 

어디 보자.

우선 나는 밴쿠버-빅토리아 간 여정을 메꾸질 않고 계속 불안한 상태로 한달 있었다.

(솔직히 이부분이 제일 이해가 안 간다. )

두어 시간 허비하여 결국 비행기표를 샀다.

두어 시간 웹 서핑을 하며 그 표를 취소했다.

패닉 일보전이 되어 국제 전화까지 하여 취소한 표를 다시 샀다.

일이 처리(아니지, 원상복귀. 참 무위가 젤로 좋단 장자님 말씀이 이런건가...)

되고 나서도 심장이 다다다다 뛰고 있다. 불로그에 올릴만치.

 

소탐대실은 나의 적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