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어느 오후. 2011.03.07

 

코뮨주의는 실천일 뿐이며 또 실천일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오후다. 나는 완전히 실패했다. 관념에 현실을 꿰어맞추려고 했던 것이다. 공간을 만들고 내가 열심히하면 뭔가 될 거라는 건 착각이었다. 비르투는 내게 없었고, 포르투나는 오지 않았다.

 

나는 동료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으며, 사실은 믿음을 주는 것도 실패한 듯 하다. 언제부턴가 난 잔소리꾼처럼 굴고 있었고, 활동에 대한 피로만이 내게 보상이었다. 정작 활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데 말이다.

 

동료들은 잘못한 것도 없이 내게 미안해 해야 했으며, 나는 그게 싫어서 더 짜증이 났다. 이제 알겠다. 지금 국면은 전환되어야 한다.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국면에 맞추어 내 실천은 조정되어야 한다. 5년 전에 기독교 성직자의 길이 끝장이 났듯이, 이제 코뮨주의라는 어떤 삶의 실천도 끝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물론 둘 다 언제든지 내게 돌아올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지금처럼 계속 살 수는 없으며, 살아서는 안 된다는 건 분명하다. 유학을 가면서 삶의 자리가 자연스럽게 바뀌긴 하겠지만 그 때까지를 견뎌야 한다는 게 지금으로선 마치 연명치료같은 고통스러운 느낌이다. 게다가 돈도 없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