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는 뿌리Root와 길Route를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뿌리"를 말하는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그것을 '근원', '기원' 혹은 '본질'의 유비로 사용하는 신화학/족보학의 방식입니다. 이를테면 "우리의 뿌리는 단군에 있다."같은 주장이 그것입니다. 이런 입장에서 "뿌리"는 신성한 대상으로 '숭배'되는 대상이며 다른 것을 판단하는 척도로 기능합니다. 그리고 뿌리에 대한 숭배를 통해 어떤 집단은 그 집단의 동일성을 유지하며, 그 "뿌리"와 어긋나는 것들을 배제하지요.
그러나 '비평루트'는 뿌리를 다른 방식으로, 즉 신화학의 유비로 사용되기 이전, 생명체 그 자체의 "뿌리"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런 사유에서 뿌리들은 현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그것을 근거짓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뿌리는 사실 하나의 기원으로 소급되지 않으며, 도리어 무수한 갈래로 뻗어가며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대지 속에서만, 그 대지의 흙과 미생물, 수많은 영양소들의 관계를 통해서만 실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뿌리를 말하는 방식은 따라서 '숭배'가 아니라 언제나 '비평'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평루트'는 우리에게 주어진 '그런 뿌리'의 비평 속에서 '길Route'을 찾으려 합니다. 하나의 뿌리가 제시하는 하나의 길 대신, 수만 갈래의 뿌리들과 대지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길들을 탐구해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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