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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부산에 있는 모 찜질방을 애용(?)할때,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유명인사의 사진과 사인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예지원과 추신수였다.
안티팬의 역공이라 여길만한 예지원의 찐따 사진도 그랬고,
삼촌 박정태의 방망이들고 흔들거리는 모습 귀퉁이에 걸린
추신수의 시애틀적 증명사진도 애처로와 보였다.
그러니까 당시 부산분들은 추신수를 박정태의 조카인데
물건너 미국에 가 있는 애정도로 밖에 치부하지 않았던 것.
그의 인터뷰를 듣다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사투리를 듣고
자연스럽게 위의 찜질방 사진이 떠올랐다.

그런 추신수가 금의환양 이라는 타이틀을 받으며
지금 여기에 왔다. 부상으로 시작한 시즌 막판 9월의 리그 선수를
차지할 정도로 빛나는 활약을 했기에 그랬을 터.
하지만 그 스스로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듯이
풀타임 성적이 아니기에 이 기록은 별 의미가 없다.
특히나 야구라는 게임은 3계절이라는 긴 시간동안 해야 하는 스포츠고
(요즘 월드시리즈를 보시라. 돈만 밝히는 인간들에게
자연은 섭리를 따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반짝 빛나고 사라지는 주기가 짧은 스포츠도 아니다
(언제적 박찬호가 아직도 그대로인거 보면 특히!!)
긴 시간동안 마치 누구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보듯 한 게임 게임
그 선수의 세월 세월등이 켜켜이 쌓여 감동이 되는 스포츠인 것.
그래서 추신수의 올 활약은 즐거운 것이긴 하지만
그의 선수 궤적중 아주 일부에 해당하지 않은 시절일 뿐.
다만 지금 이 곳의 지랄맞은 현실이 그의 궤적에 상처를 내려 하기에 걱정이다.
이상하게도 한국 감독들에게 찍혀 국가대표로 뛰지 못했던 추신수는
아직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뛰었더라면 해결이 되었을터인데...
내년 3월에 있는 WBC에서 뛰고 싶다고 절규하듯 인터뷰하는 추신수를
보고 있자니 가음 한쪽이 시려온다.
마지막인 이번 기회(사실 입상하더라도 WBC는 규정이 없어서 애매하긴하다)를 놓쳐
그가 스스로 이야기하듯 풀타임 리그를 소화하는 모습을 앞으로 몇년간 보지 못한다면
사실 올 9월의 활약은 불행한 현실을 예고했던 짧은 쇼였을 뿐.

비극이 횡행하는 지금 이 곳의 미래까지 암당해진다.

맘 같아서는 그냥 군대 따위는 가지 말고,
평화롭게 너의 갈 길을 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있는 기회까지 뺴앗아 그의 인생까지 불행해지는건 옳지 않다.

올 초 부상에서 복귀한 후 올림픽 명단이 발표된 후,
그때부터 추신수의 성적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겠지만
어느 인터뷰에서 오히려 맘이 편안해 졌다하는 그의 말 속에
병역 문제가 얼마나 그를 짓눌렀는가를 알 수 있다.

그를 불행하게 할 것인가? 좀 내비뒀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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