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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은 부시의 대북 압박 이 낳은 위험한 결과

북한 핵실험은
부시의 대북 압박 이 낳은 위험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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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북한을 가상적국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용감한 방패' 훈련 - 북한 핵실험은 이러한 대북 위협의 결과다
우리는 북핵을 포함한 모든 핵을 반대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부시가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부시 정부는 2002년 1월에 제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사실, 조지 W 부시 정부는 1994년 북한 핵 위기 후 합의했던 약속을 모두 파기한 장본인이다. 미국은 약속을 파기한 뒤 언제나 북한을 고립·압박하는 정책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9·19 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를 깨고 금융 제재에 들어간 것은 최근 사례일 뿐이다.
게다가 1천 회가 넘는 핵실험을 반복해 왔고 1만 기가 넘는 핵탄두를 가지고 있으며 동북아시아를 겨냥한 잠수함 탑재 핵탄두만 1천7백 기가 넘게 보유한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위선이 아니다.
미국은 북한더러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라고 하지만, 정작 NPT를 밥먹듯이 어긴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마저 거부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반도 불안정의 근원은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이다. 이것의 중단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는 이뤄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유로,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대북 제재는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

북한 핵에 대한 태도

북한 핵실험에 대한 입장은 북한 핵 반대와 미국 책임론의 비율을 어떤 균형으로 제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돼 있다.
먼저, 지금의 정치 상황에서 북핵 반대를 전제로 내세우거나 북한과 미국을 공평무사하게 비난하는 양비론은 잘못됐다. 1만 기 이상의 핵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그런 미국의 위협을 받아 이제 막 핵실험을 한 국가(6∼7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를 동렬에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 핵실험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을 압도적으로 비난해야 한다.
현 국면에서 우리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은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를 반대하는 대응을 건설해야지, '북핵 반대, 미국 규탄'을 대등한 반열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2001년 9·11 직후 국제 반전 운동이 '테러 반대'와 '전쟁 반대' 하는 식의 양비론에 빠지지 않고 사태의 핵심 ― 테러를 빌미로 한 미국의 전쟁 몰이 ― 을 정확하게 간파했기 때문에 강력한 반전 운동을 건설할 수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한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이 사태의 본질이며, 따라서 북한 정권에 대한 태도 여부를 떠나 우리 민주노동당은 사력을 다해 미국의 패권 추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한편, 당 내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무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전쟁 억지력을 갖게 됐다는 주장이 그런 경우다. 이는 "[북한 핵무기가]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북한 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전쟁 억지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핵 1만여 기 가운데 7천6백50개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 북한은 최대 6∼7기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도 아직 낮은 기술 수준에 의한 것이다. "핵 공포의 균형"라는 지극히 냉전적인 용어가 지닌 정치적 문제점은 제쳐두고라도, 이런 비대칭적인 균형을 두고 "핵 공포의 균형"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실험은 일본·남한·대만·호주 등의 핵 무장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군사 경쟁을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
북한 관료의 처지에서는 핵실험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불가피한" 수단이었을지 모르지만, 핵실험은 사회주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동북아시아 민중을 담보로 한 위험한 게임일 뿐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을 좌절시킬 수 있는 방법은 핵 무기가 아니라 세계 민중의 반전·반제국주의 운동이다. 핵무기는 세계 민중의 연대에 부정적 영향만을 미칠 뿐이다.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차베스가 세계 민중의 지지를 받는 까닭은 핵무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 정부와 국내 우익의 압박 속에서도 차베스가 개혁을 제공하고 반제국주의 운동을 고무하기 때문이다.


사태를 올바르게 조망하기

북한의 핵실험 후 한반도에서 전면적 군사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있다. 그러나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봤을 때 미국이 당장 군사 제재를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첫째, 가장 큰 요인으로 미국은 이라크에 발목이 묶인 데다 이란 공격 준비라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으로 전선을 확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금 부시 정부의 인사들은 북한에 대해 군사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면서도,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이란 공격 준비를 정당화하려 한다. 부시 정부의 세계 제패 전략의 현재 초점은 중동이기 때문이다.
부시가 핵 '보유'에서 핵 '이전'으로 레드라인을 변경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부시 정부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반영한 후퇴다. 또한, 북한 핵무기를 이전받을 수 있는 대상국 중 하나인 이란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이란을 손보지 않으면 장차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중국과 남한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에는 동의하지만(비록 수위에는 이견이 있을지라도), 군사 공격은 지지하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핵 강국인 중국은 북한이 동북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또, 북한이 중-미 관계에서 완충지대 구실을 하기를 바란다. 행여 북한 체제가 붕괴하더라도 중국이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지, 통제권을 미국에 내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에 반대해야 한다. PSI가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북한 선박 검색 과정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북한은 PSI와 같은 해상봉쇄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경고한 바 있으며, 또 "선제공격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제재가 더 '부드러운' 것도 아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지속된 유엔의 경제 제재 때문에 이라크인이 1백만 명 이상 죽었다. 그 중 50만 명이 어린이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북 제재가 실행되면 북한 경제는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훨씬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며, "대북 원조 중단으로 예상되는 식량부족분은 주요 생필품 가격의 인플레이션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보고했다.
현재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해외 원조와 수입량을 감안하더라도 북한에 연간 42만 톤 가량의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제재 강화가 북한 주민들에게 무엇을 뜻할지는 자명하다. 경제 제재는 그렇잖아도 주민의 삶보다 무기 개발을 우선해야 하는 종류의 체제 아래서 고통받아 온 북한 주민들을 괴롭힐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군국주의와 대북제재를 반대하는 강력한 반전 평화 운동을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맨 먼저, 미국에게 현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국의 북한 핵실험 비난이 위선이라는 점,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선제공격 위협과 이스라엘·인도 핵무기에 비춘 미국의 이중 잣대가 오히려 핵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 등 친자본주의 정당들이 감히 할 수 없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또, 모든 형태의 대북 제재에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당은 PSI에 참가하려는 한국 정부를 옳게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유지 수준의 언급을 넘어 모든 경제 제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내놓아야 한다. 열우당 의원들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유지를 주장하지만 경제 제재 일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우익의 '대북포용정책 원인'론에 반대하는 동시에 노무현의 대북정책, 즉 '미국과의 협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파산했음도 분명하게 주장해야 한다. 노무현은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자이툰을 파병했고 부시의 전쟁을 지지해 왔다.
현재 미국 대외 정책의 초점은 중동이다. 지금 부시 정부와 이스라엘은 북한 핵실험을 이란 공격 태세를 강화하는 지렛대로 쓰려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대북 제재에서 군사 옵션을 포기했다. 유엔 본부의 한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이란 핵 개발 문제를 놓고 안보리가 본격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상임이사국 간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 민주노동당은 대북 제재 반대와 함께 미국이 중동에서 벌이(려)는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사활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그것만이 미국의 패권 추구와 억압을 꺾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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