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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의 함정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었다고 하더라, 흥행은 성공했고, 과정은 감동이었다고 이야기가 오간다.

 

우리나라 유권자의 상당수가 살고 있는 +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둔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나경원  VS. 박원순 변호사 라는 여/야 선택의 구도가 됐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여당과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은 나경원 찍고, 그 반대인 사람은 박원순 찍어라" 이런 식이다.

 

정치는 프레임 싸움이라고 하고, 큰 그림이나 틀을 어떻게 짜느냐가 선거에 주요하다라는 것에도 (사실상?) 동의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 그 안에서 정책을 검토하고픈 유권자나, 모 아니면 도 식의 답안지에 마킹하기 싫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최장집 교수의 논의를 빌려 ("백화점에 옷 사러 간 사람이 있어요. 근데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요. 헌데 최선을 피해서, 차선을 산다는 건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지요." 라고 백화점의 예를 들어, 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과정에서 무효표가 더 많았던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이야기하면, 내가 무슨 옷을 선택할지는 일단 나중 문제고 정권을 심판할 의사가 있으면 일단 야권 단일화를 통해 시장에 내 놓은 단일후보옷을 사라는 이야기이다.

 

구조적인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무효표도 승자에게 (보통 이런 경우 승자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부류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현 정권에 대한 심판에 동의하지만 후보를 고를 수 없는 입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옷 없으니 다음에 살게요"는 해답이 되지도 않는다.

 

이게 선거판에서 프레임 싸움이 가지는 최대 문제라고 생각한다.

 

박원순 변호사라서 안 되고, 다른 민주당 후보면 되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픈게 아니다. (오히려 지금 누구로 단일화 되었는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권 심판/닥치고 반 한나라당의 프레임 싸움은 결국 유권자를 동원기재, 거수기로 만들고, 유권자가 가진 종이짱돌의 위력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느냐? 그런 식으로 하면 다음 정권도 한나라당 세상이다! 조직된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나도 알고 있다.

 

선거전술, 혹은 현실정치에서 이런 방식이 유의미하고, 구도 대결로 갈 경우 얻는 이점들에 대해서 모르는 바 아니다.

 

단지, 그렇게 하기 때문에 놓치는 것들이 아주아주 크니까 이건 완전 함정에 빠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민주주의 하자는 거 아닌가? 이런 구도 대결에 손을 들어주는 순간, 4년에 한 번 투표 시작부터 끝까지만 왕 노릇 하는 시민 노릇을 계속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말이다.

 

그나마 그 선택이 어떤 것이든, 후보가 누구든 간에 이런 방식으로는 늘 차선, 혹은 차악을 선택할 뿐이니까. 그게 참 안타깝다.

 

덧) 어쩔 수 없는데, 어쩔 수 있게 만드는 좋은 방법 없을까?

 

덧) 근데 그것도 의회에서 바꿔야 한다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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