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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아름다움

출처: www.kunstkopie.ch/a/albrecht-duerer/duerers-mutter.html

 

삶의 멍에아래 겪은 갖은 수모와 그에 대한 원한이 움푹 페인 할머니의 얼굴을 보여주는 이 그림에 얼른 호감이 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그러한 거부로 다가오는 첫 충동에 고삐를 채우고 우리의 눈길을 거기에 고정시킬만한 가치가 있는 그림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러한 아무런 타협이 없는 진실성이 자기 어머니를 그린 뒤러의 이 작품을 위대한 미술작품이 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어떤 그림의 아름다움은 뭔가 아름다운 것을 그려내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곰브리히, 예술의 역사)

 

가난, 내일에 대한 근심걱정, 분노, 냉대, 무관심, 끓어오르는 열정, 치우친 목적만을 움켜 쥔 전전긍긍, 요동, 이리저리 갈라진 산만한 정신, 외부 자연에 예속된 상태, 한마디로 어디서나 한계에 부딪히는 인생의 이런저런 우연이 온통 독특한 것으로만 얼굴에 낱낱이 각인되고 표현되어 인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어떤 인상은 모든 열정이 하나같이 파괴적인 폭풍이 되어 모든 것을 휩쓸어 부셔버린 표현을 담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인상은 삭막하고 진부한 것으로 가득 찬 내면만을 엿보이게 하고,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인상은 아집으로만 가득 차 보편적인 유형이 거의 다 사라진 형상만이 남아있을 정도다. 이렇게 인상이 갖는 형상의 우연한 모습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어린이가 대체적으로 가장 아름답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아직 모든 독특성을 아무런 요동 없는 씨에서와 같이 간직하고 있고 또 아직 편파적인 열정이 가슴을 휩쓸고 지나가는 법이 없어서 삶 속에서 이리저리 갈라지는 소원과[Interesse] 그것을 달성하려는 노고의 흔적이 그 어느 하나 아직 유연한 표정에 다시 지을 수 없는 획으로 패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생동성은 있지만, 거기에는 자신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더 보편적인[wesentlich] 방향과 목적을 향해서 박차를 가한 정신의 흔적이 없다.“ (헤겔, 미학강의)

 

그래서 쭈굴쭈굴한 시골 할머니의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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