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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다

설거지 하다가 한눈팔면 영낙없이 그릇을 깨뜨려먹는다. 그래서 소리도 많이 들었다. 내 곁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그러면 암담하다. 아프기도 하고.

어릴 때 부잡하게 놀다가 왼손을 크게 다쳤다. 시골 병원에서 상처만을 꿰맸는지 결국 손이 오그라졌다. 수술해서 폈지만 손가락에 감각이 없고 엄지손가락은 아직도 완전히 안 펴진다. 그래서 왼손에 눈이 따라가 주지 않으면 뭘 자주 놓친다. 감각은 어떨지 몰라도 엄지손가락은 한번 더 수술해서 완전히 펼 수 있었을 거다. 근데 여태 안하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마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고 말하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일 거다. 또 깨먹었냐고 뭐라하면 “내가 원래 부주의해서 그래, 미안”하고 지나가는데 익숙해 졌고.  

아다다를 좋아한다. 음치에 박치지만 ‘아다다’는 부를 줄도 안다. 그리고 내가 디지게 좋아했던 여성들은 어딘지 모르게 다 ‘아다다형’이었던 것 같다. 나도 ‘아다다형’?

암튼, 흠이 없는 것은 싫다. 매끈한 것은 더더욱 싫고. ‘칼자국/ incision'을 보라고 끊임없이 지적하고 자신의 '1월 20일'1을 이야기하는 첼란에게서2 지하로 통하는 결사(combination)를 보게 해준 데리다가3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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