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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상학 A. 의식 II. 지각; 혹은 사물과 착각 (번역 재개) -(§ 15) - 가재걸음 6

[im Gegensatz mit]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im Gegensatz mit’는 좀 이상한 표현이다. 보통 ‘im Gegensatz zu’라고 한다. 헤겔 당시엔 ‘im Gegensatz mit’란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나? 그랬다면 왜? ‘대립’에 대한 이해가 당시 지금과 좀 달라서?

 

그건 잘 모르겠고, 관계자(pros ti)상의 대립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살펴보자.

 

아리스토텔레스한테 또 물어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론> 10장에서 대립(antikeimenon)을 분석한다. 여기서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관계자의 대립’이 다른 대립으로 설명되지 않는 고유한 대립이란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립을 ‘이것이 저것에’(‘heteron heterōi’) 대립하는(antikeisthai) 것으로서 한 쌍을 이루는 것이라고 시사하고 대립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관계자의 대립(ta pros ti), (흑백과 같은) 반대항의 대립(ta enantia), (시력이 없음과 있음과 같은) 결여와 가짐(sterēsis kai hexis)의 대립, 그리고 긍정과 부정의 대립(kataphasis kai apophasis) 이 네 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계자의  대립과 그 외의 다른 대립들과의 차이는 ‘한 쌍’을 이루는 양식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갔다. 관계자의 대립은 한 쌍을 이루는 그 어는 한쪽의 {성질}과 관계하는 대립이 아닌 반면 다른 대립들은 대립관계의 한쪽과 연계되어 있다. 결여와 가짐의 대립과 반대항의 대립은 [일개] 존재자의 존재양식을 전제하는 대립이고, 긍정과 부정의 대립은 존재자와 무관하지만 한 사람이 동시에 ‘예’ ‘아니다’ 할 수 없는, 한 주어에 동시에 긍정(앉아 있다)과 부정(앉아 있지 않다)을 부여할 수 없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한 쌍’이다.

 

이런 관계자의 특유한 대립을 표현하기 위해서 ‘im Gegensatz zu’하지 않고

‘im Gegensatz mit’라고 했나?

 

암튼, 문제의 문장을 계속해서 이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Diese Bestimmtheit, welche den wesentlichen Charakter des Dings ausmacht und es von allen andern unterscheidet, ist nun so bestimmt, daß das Ding dadurch im Gegensatze mit andern ist, aber sich darin für sich erhalten soll.”

 

 “사물의 필연(개념)적인 관(계)성을 이루고 사물을 다른 것들로부터 구별하는 [단지] 관계에서[만] 드러나는 규정(성질)이란, 사물이 바로 그 [관계적/사회적] 규정을 통하여 다른 것과 한 쌍이 되는 [ta pros ti적인] 대립관계를 이루지만, 사물이 [그런 대립관계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대립관계 안에서 자신을 지켜 따로 유지할 수 있다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erhalten soll”)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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