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2/18 17:38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시험을 보고난후 몇일 지나지 않아 병원일로 학교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지하철 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학생회관 정면 벽에 검정색 플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워낙에 비운동권이 총학생회를 잡은지 몇년되는지라 오래간만에 보는 낯설은 광경이었다 (이쁘게 인쇄된 플랑이라서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으로 올라가는 길 더욱 놀라운 광경을 발견했다. 수년간 본적이 없는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의대건물과 병원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손으로 만든(!) 플랑이 걸려 있었다.

 

문제는 등록금이라고 한다. 매년초 벌어지던 등록금투쟁이 흔적없이 사라진것도 몇년된것 같은데 난데없는 등록금 문제로 학교에 플랑이 나붙게 된 것이다.

 

올해 사립학교들이 대거(!)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한다. 인상폭도 10%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다보니 등록금이 비싸기로 소문난 의대는 1년에 천만원이 꼬박 든다고 한다. 한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인 것이다.

 

기가 찼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95년에 신입생들이 내던 한학기 등록금은 약 220만원이었다. 그리고 6년후 졸업하는 학기에 냈던 등록금은 약 280만원정도 였다. 신입생때는 입학금이라는 명목의 돈이 추가로 붙으니까 대략 80만원 정도가 오른 것이었다. 이는 내가 다닌 사립대만 그런것이 아니다. 국립대도 의대는 다른 단과대학들과 다르게 끊임없이 등록금이 올라왔고 내가 졸업할 무렵에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중간에 IMF가 터져서 동결이 몇차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거뜬히 300을 넘겼을거다.

 

서울 강북의 산동네 출신인 나로서는 참으로 겁도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결국 대학 6년 내내 학력을 이용한 과외시장에서 발을 뺄수가 없었다. 예과 2학년때는 과학생회 총무일을 하면서 과외는 4개나 했었다. 시험기간이라고 시간조정하는 등등의 사치는 부릴수도 없었다. 담날이 시험이라도 과외를 했어야 했고 과외하는 집까지 왔다갔다 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셤공부를 했어야 했다.

 

6년내내 차이가 좀 있기는 했지만 끊임없이 과외를 했고 다종다기한 장학금을 찾아 다녔다. 운이 좋을 땐 성적장학금을 받기도 하고 졸업하기 직전 2년은 외부 장학금(재단이름도 생각이 안 난다.)을 받았고, 학교 여의사 동문회 장학금, 학생회장 장학금, IMF 장학금등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장학금들을 여기저기서 받았다. 그렇게 총 6년간 받은 장학금이 2200만원 정도 됐었다.

 

결국 6년간 들어간 총 등록금의 절반은 장학금으로 어떻게든 떼우고 과외알바해서 모자란거 메우고 간혹 이모 도움 조금 받아가며 우찌우찌 졸업은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일년에 천만원이란다. 의학전문대학원이 세워지면 한 학기에 천만원이 될거라고 한다.

 

이제는 아무리 알바를 하고 장학금을 타도 학교를 다닐수가 없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일년씩 쉬면서 학교를 다니거나 해야할 판국인 것이다.

 

'의대는 빨리 졸업하는게 장땡이야'라고 이야기하던 선배들의 말이 떠 올랐다.

 

이 땅의 노동자들중에 일년에 등록금만 천만원인 의대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등록금외에 그 비싼 책값과 각종 비용을 합하면 더욱 난감해진다.

 

연봉이 1000만원 겨우넘는 노동자들이 수두룩하건만 등록금은 다른나라 이야기같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기 위한 정부와 자본의 광기가 판을 치는 지금, 등록금 자기가 벌어 학교다녔다는 이야기는 역사책에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젠 정말로 부모가 노동자면 자식들은 의사가 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배우던 기회의 평등은 눈씻고 찾아볼래도 찾아 볼수가 없다.

 

이건 정말 너무 심한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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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8 17:38 2006/02/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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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당을 생각한다(3)

    Tracked from / 2006/02/25 01:49  삭제

    '전망좋은당' 건설을 처음 제안한 게 2004년 10월인데, 1년 반 가까이 흘렀다. 당시나 지금이나 때는 무르익었는데,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중간보고를 하자면 현재까지 진척이 없다. 당시

  2. Subject : 당을 생각한다(4)

    Tracked from / 2006/03/11 09:34  삭제

    얼마 전 한 친구가 '전망좋은당'에 대한 자문 메일을 보내왔다. "전망좋은당을 건설할라므는, 강령초안을 보아도 그렇지만, 일단 '누가' 구성-지지집단(constituency)인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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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철 2006/02/18 2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해요.

  2. 이재유 2006/02/19 15: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학교 아이들 얘기로는 이번 등록금 인상율이 18%라네요... 참 기가 막힌 이야기입니다. 등록금 인상할 때 잘 써먹는 변명거리로는 <교강사의 임금 인상>이라는 거지요. 대학 시간 강사들은 강사 임금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데도 말이지요...ㅠㅠ... 등록금 인상되면 아이들은 더 죽어날 것입니다. 알바와 성적으로... 에구... 아이들에게 자꾸 미안하다는 말밖엔 해 줄 수밖에 없네요. 공대, 예술대는 입학금까지 합한 금액이 500만원이라네요... 소팔고 논팔아서 대학 보낸다는 말, 우골탑이 어쩐다는 말...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옛날 얘기가 돼 버린 지 오래입니다...ㅠㅠ... 제가 입학할 때 입학금까지 합쳐서 54만원이었고, 소 한 마리 값이 60만원 정도였는데...

  3. newtimes 2006/02/22 2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헬스통신 인터뷰 재미있게 읽었음...여풍당당, 여유만만이라...ㅎㅎ

  4. 해미 2006/02/23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newtimes/헉... 인터뷰 해놓구 정신이 없어서 깜박하고 있었는데 형 땜시 봤네요. 기자가 의도하는 바가 뻔해서 피해가려고 이래저래 이야기를 했건만... 결국 자기가 쓰고 싶은 데로 쓰는군요. 정형화된 의사틀에서 기자가 벗어나지 못하고 제가 이야기하는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더만 결국은... ㅠㅠ 글구 그날이 하여간 하루종일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사진은 왜 그 모양인겨? 쳇.

  5. 해미 2006/02/23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유/ 18%라.. 진짜 장난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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