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07/20 19:53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바쁘다라는 핑계로 하루하루를 버리고 있다. 스트레스 만땅이라 집중도 안 되고 놀고만 싶은데, 이미 게으름은 피울데로 피워서 더 놀았다가는 문제가 커질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자잘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들이 쓰나미처럼 자꾸 생긴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 ㅠㅠ 

 

#1.나한테는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새 스탭을 뽑은 과장님 때문에 여기저기서 궁금함이 담긴 전화 받고 원래 오기로 했다가 아파트도 계약했는데 붕 떠버린 신세가 되버린 선생님한테도 이래저래 마음을 써야 하니 매일 매일 더운 날씨만큼이나 신경이 날카롭다. 

더 마음이 상한것은 '선생님의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을거에요.'라거나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말에 할 말이 없다는 것이고 괜히 여기에 대고 성질만 내봤자 괜히 의국분위기만 나빠져서 불편해 할 직원들과 전공의가 걸려서 내가 개긴다고 될 문제가 아니므로 그냥 참아버린 내 자신이었다. 스탭들 사이가 나쁘면 가장 죽어나가는 건 그 밑에 있는 전공의들과 직원들이라는 사실을 절절히 겪어본 나로서는 사표쓰지 않을 이상에야 더운 날씨에 화 내느라 에너지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냐는 직원들, 동료들의 물음에 '어쩌겠어요? 허허허~'하고 웃어버리고 나도 금새 한 켠이 무겁다. 나도, 직원들도, 전공의도, 관련된 사람들 아무도 이해를 못하는 일을 하는 과장님 속을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결정에서 완전 배제된 느낌은 정말 뷁이다. 정말 짜증인데, 어디 화풀이 할 데도 없다.

 

#2. 최근 깜짝 놀랄만한 행태 한 가지를 경험했다. 아는 선배의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겪은 일이 한 가지다. 부의를 문자로 보내면서 못 가는데 조의금을 전달하고 싶으시면 나한테 보내라고 하고 은행계좌번호를 알려줬다. 몇 분후 교수를 하고 있는 선배와의 통화 이후 잘 모르는 전화가 와서 아무 생각없이 받았다. 그 선배가 있는 병원 해당 과의 연구원이었다. 교수님이 조의금을 보내라고 하는데 계좌번호랑 은행을 알려달란다. 흐억... 프로젝트 때문에 나랑도 안면이 있는 연구원이었는데, 이런 것도 연구원 시키나 싶은 생각이 화~악 밀려오더라는... 그리고 10분쯤 지났을까? 또 계좌번호를 물어보는 친구의 문자가 왔다. 그 친구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선배를 모르는데 왜 계좌번호를 물어보냐고 했더니만 그 친구의 보스로 있는 (역시 교수인) 선배 둘이 조의금을 나한테 보내라고 오더를 내린 것이다. 본인의 개인적인 조의금을, 당장 급한 것도 아닌데, 인터넷으로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건데, 그걸 꼭 연구원이나 아래 전공의를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일까? 진보적인 활동을 계속했다고 생각되는 선배들이고 나와 친하다고 생각하는 선배들인데, 교수라는게 그런건가? 허탈했다. 

 

#3. 세 번째는 동지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다. 내가 무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조직의 의결기구에서 결정을 한 사항이라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회원의 문제제기가 있으면 총회결정이 아닌 다음에야 충분히 다시 토론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릇 조직의 대표가 된다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정이 아무리 중요하고 준엄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사실 그런 결정이라면 더욱더) 이해가 안 된다고 하거나 동의 못하는 회원이 있다면 설득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나눠야 한다. 그런데 조직에서 결정한 것인데 그걸 따르지 않을거면 나가라는 식의 발언은 조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 조직은 정부조직도 아니고 군대도 아닌, 운동을 하는 조직인데 말이다. 같이 하겠다는 사람도 설득 하지 못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설득하고 조직하겠다는 것이냔 말이다. 천천히 가더라도 좀 제대로 갔으면 좋겠다. 꽂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4. 최근 마음에 걸리는 것 중에 하나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행보이다. 기본소득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동안 의료보험료가 올랐어도 보장성이 떨어지거나 정체해 있는 이유가 뭔지에 대한 분석이 다른 걸까? 건강보험료를 파격적으로 올리면 정말 좋아질까? 지금 환자들이 많은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 항목은 비보험인 항목들 때문인데 이걸 급여화해서 건강보험에서 주게 되면 병원은 또 다른 뭔가를 개발해내면 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쪼그만 개인 병원들은 지금도 너나 나나 모두 태반주사나 비만클리닉, 미용 시술, 각종 건강보조제 같은 걸로 돈벌고 있는게 솔직한 상황에서 뭔들 추가로 못 만들까 싶다. 보험료 올려주면 결국 병원들 배만 채우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야 뭐, 정책 전공자가 아니니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구박 먹을 수도 있지만 나는 현재 상황에서도 건강보험료를 못 내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나 되고 이런 불안정한 노동 시장에서는 점점 그 비율이 높아질텐데 의료보험료를 올리는게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의료의 공급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너무 어렵기도 하고 현실성이 없어보일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돌아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건 아닌 것 같다.

 

#5.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더니 자꾸 살이 찐다. 보는 사람마다 살쪘다고 하고 날이 더워지니 다니는 것도 힘든데, 그것도 다 스트레스다. 흑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7/20 19:53 2010/07/20 19:53
TAG :

트랙백 주소 : https://blog.jinbo.net/ptdoctor/trackback/51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요꼬 2010/07/21 0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1번 문제 3번문제 읽기만 해도 엄청 스트레스네요^^ 1번 과장님한테 대놓고 이야기 좀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솔직하게...(이미 하셨나?) 3번....저도 어느조직이건 마찬가지인거같아요 급하다는이유로 다안다는이유로 자주 저런 실수들을 하는거같은데....저도 요즘 고민입니다^^ 힘내세요!

  2. 비밀방문자 2010/07/21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해미 2010/07/21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연히 아셨지요. 원장님한테 같이 가서 인사까지 시킨 상황이었지요. 정중하게 사과하신 것 뿐만이 아니라 본인이 계약금은 물어주겠다고 하시는 지경이랍니다. 보통 무리를 하시는게 아니지요. 걱정 감사혀요. 흑흑.

  3. 스머프... 2010/07/22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번, 심각하다고 사료됨..ㅋ 먹는걸로 풀지 말고 운동(sports)으로 풀어요(지금 찐살은 빼는거 엄청 힘듦). 지난번에 보고 해미 아닌줄 알았다니깐...ㅋ 만나서 무지 반가웠다우!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20861
· Today
: 48
· Yesterday
: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