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4/11/07 23:51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최근, 현장의 동지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자동화가 된다는데 어떻게 하죠?', '외주를 준다는데 뭐 방법이 없을까요?'와 같은 노동의 과정 변화, 즉 작업을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하느냐의 문제가 변화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노동의 과정과 작업이 조직되는 방식의 변화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둘 사이에 대한 연구들이 북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최근, 자본주의의 첨병 미국에서도 일부 학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조금 학술적이기는 하겠으나 외국에서의 연구 흐름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미 세계노동기구(ILO)에서는 경제적 세계화가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인정한 바가 있으며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통해 작업 조직의 변화가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나 사고를 증가시킬 수 있고,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스트레스 관련 질환으로 뇌 심혈관계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사회심리적 질병 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적 세계화와 노년층의 증가 같은 외부적 맥락은 경영 방식이나 생산방식, 관리감독 방식 등 조직적 맥락에 영향을 준다. 즉 구조조정과 외주화, 노동의 유연화 증가와 같은 노동과정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작업의 내용이 변화하게 되어 노동과 관련된 사회적 관계 및 문화가 변화하게 된다. 이로 인한 직무스트레스의 증가가 유발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형태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저 '도요타 생산방식'으로 유명한 '마른 수건도 짠다'는 린 생산방식의 도입은 직무스트레스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스트레스의 증가가 고혈압과 관련이 있으며 사고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시간외 근무는 작업 중 손상 및 사고를 빈번하게 유발시키는 한편 혈압을 올리고 이로 인한 심근경색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구조조정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고 한다. 그리고 연구의 흐름에서 제안되는 사업장 건강증진의 방법은 운동, 금연, 금주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적인 건강증진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며,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작업장내 조건의 변화들이 수반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이 몇 가지 있다. 노동자들이 현실에서 몸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런 사실에 대한 연구가 왜 필요한 건지... 하지만 객관적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 것이라면, 그래 이런 연구결과들이야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식의 확산과 이를 바탕으로 한 현장의 조직이다.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노동조건의 변화라는 것은 자본에 의해 주도되고 노동자들은 배제된다. 최대의 효율성을 얻기 위한 '당근 던지기' 식의 노동자 참여는 오히려 우리를 옥죄는 일이다. 실제적인 노동과정, 생산방식, 경영방식에 대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대안생산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의 핵심이 골병이든, 과로사든, 직무스트레스든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것의 기저에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작업조직의 변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개입과 실천이 없는 이상 우리는 골병과 죽음의 현장을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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