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4/11/13 09:24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이 글은... 왠지 꼭 써야만 할 거 같았다. 특히 노대를 앞두고 꼭 써야만 할 거 같았다. '노대'라는 일종의 집중점에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한탕주의'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면서 자본의 치밀함과 돈을 바탕으로 한 공격에 두려움을 느꼈다. 정말 몰릴데로 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관계를 어떤 파열구를 통하여 극볼해야 할지... 막연한 고민이 이어진다. 역시...나의 과제로 채택해얄듯...


11월이 뜨겁다. 작년, 이어지는 열사들의 죽음으로 전초전을 치르더니만 올해는 기어코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 시키겠다는 비정규개악안 통과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 개악안을 중심으로 FTA, 쌀개방, 기업도시 추진, 경제자유구역 특별법, 사립학교법, 공무원노동조합관련 특별법 등 노무현 정부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의 유연화를 극대화 시키고 자본의 세계화를 확산시키는 한편 투쟁하려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울타리안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가두고 관리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러한 노동과 자본의 유연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본의 말을 아주 잘 듣는 건강한 노동자’이다. 마음껏 쥐어짜도 아무런 불만이 없는 ‘착한’고 ‘튼튼한’ 노동자이다. 이러한 자본의 노동에 대한 필요는 노동자의 건강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자본의 말을 잘 들으면 당장 일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적당히 ‘치료만’ 해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치료도’ 못 받게 만드는 ‘관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기획은 체계적이고 공세적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신호탄은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적정’ 요양기간 연구를 통해 자본이 정한 ‘기간’에 낫지 않으면 무조건 나이롱환자 취급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기획은 여론전으로 경총산하 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실시한 ‘산재보험 문제점과 개선방안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였다. 이 보도자료가 나가자마자 온갖 일간지에 ‘산재보험 재정 줄줄 새...’, ‘나이롱 환자 양산하는 산재보험제도’, ‘산재보험의 효율 위해 민영화해야..’ 등등의 논조가 담긴 글들이 실렸다. 여기에 바람잡이 역할을 한 것이 공중파 방송으로 ‘산재환자가 받는 돈이 더 많다’는 등의 인터뷰를 주요 뉴스에 기획 꼭지로 배치시키기까지 하였다. 마지막 폭탄은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근골격계 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이다. 인정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업무관련성을 5단계로 나누어 엄격히 평가’하고, ‘재해조사를 엄격히 실시’하고, ‘입원요양기간을 최소화 하고 추가상병 및 재요양에 대한 판단을 엄격히’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금방 현실이 되었다. ‘자본’의 관리를 거부하고 집단요양을 신청한 로템 노동자들은 10명 이상이라는 이유로 해당 지사인 안양지사가 아닌 본부로 이관되었다. 이 건을 받은 본부는 ‘작업환경 평가위원회’와 ‘업무관련성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38명중 12명만이 원래의 요양신청서 그대로 승인이 되었고 나머지는 변경승인, 부분승인, 불승인으로 철퇴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결과 통보서는 안양지사장의 이름으로 발송 되게 함으로 인해 본부에서 결정하고 지사에서 통보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하고 서로에게 책임을 회피하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였다. 또 직장폐쇄를 당한 한 사업장의 경우에는 9명이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요양신청을 한 것에 대해 ‘사업장이 없으니 본부로 이관해야 할 것 같다’는 지사의 발언을 들었다. 반면에 사측 도장이 찍힌 신청서를 몇 번에 나누어 낸 한 사업장은 아무런 문제없이 지사에서 전원 승인이 났다. 또 노사공동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환자들을 10명이상 요양신청한 한 사업장은 ‘본부로 이관되냐?’는 질문에 ‘검진한 병원이 다르니 10명이상이라 할 수 없다. 그냥 지사에서 처리할 것이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에 균열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근골격계 직업병의 문제가 노동자들의 현장통제를 확보하고 실질적 노동강도 완화로 귀결되게 하기 위한 현장 투쟁으로서 확산됨에 따라 자본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전노동자적 저항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 비용의 절감문제도 절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들처럼 근골격계 직업병의 문제는 자본의 손바닥 안에서 ‘관리’되기 시작만 하면 이를 매개로 하여 발생할 수 있는 - 노동강도를 둘러싼 - 노·자간의 갈등을 아주 훌륭하게 무마할 수 있는 사안이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관리’ 되면서 ‘노동강도’의 문제와 ‘실질적인 현장 작업자의 참여’ 같은 요구는 없어진다. 이렇게 ‘치료’ 받으며 ‘관리’되는 노동자는 자본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노동자가 되어 간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착취로 인한 노동강도로 인한 노·자간의 갈등을 ‘혜택 받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의 문제로 이전되면서 노·노 갈등을 양산하는 아주 좋은 기제로 이러한 자본의 ‘관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정규직에게는 ‘치료’요 ‘예방’일 수 있지만 절대 다수의 비정규직에게는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이요 ‘해고’의 사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 노동자를 비정규직화 하겠다는 자본의 야욕 앞에서 노동자들은 ‘파리 목숨’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이러한 ‘관리’에 저항해야 한다. 공세적이고 체계적인 저들의 공격에 ‘반격’해야 한다. 이제는 ‘관리’를 거부하고 ‘저항’과 ‘반격’을 조직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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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3 09:24 2004/11/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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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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