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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1

1.

요즘

 

헐...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애들한테 블로그가 공개된 후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뭐, 싸이를 알아냈으니, 이젠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겠지?ㅋㅋ

 

한동안 사람에 적응하는게 너무 힘이 들어서 어떻게 살아야하나란 고민이 쵝오!

최근엔 정말 상식이하의 사람들로 판단하고는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느 학원이 안 그렇겠나 싶기는 한데, 작은 이익에 급급해 멀리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비겁의 수준을 넘어 돌+아이 기질까지 보이는 강사까지

그냥 성질대로 한판 뜨고 확 나와버릴까 하다가, 매번 참고 또 참는 지경이 한계에 이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때에는 한마디씩 툭툭 던지면서 하는데,

혼자서 딴지거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겨워져서 말이다...(아, 난 왜 이럴까...)

 

 

2.

수많은 일상 중 하나.

 

  학군의 차이를 인정하기 싫은데, 내가 지금 일하는 은평구, 서대문구 지역은

학부모들의 높은 학구열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수준이 현저히 낮다.

정말 이번엔 몸으로 체험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실재'를 '실제'의 오타라고 깔깔깔 웃어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니,

형이상학이나 형이하학의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면 아이들 머리가 빙빙 도는게 눈에 보인다.

애들이 순수하긴 하지만, 공부에 전혀 취미가 없는게 진실이라고 할까.ㅋ

 

학원은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곳 중 하나로, '해피한'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교재 동영상도 제공되고, 문제도 개별맞춤식으로 생성할 수 있어서

보통 소규모의 사설학원에서 짜깁기하면서 풀칠하는 수고를 덜어주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이 자기가 모르는 내용에 대해 다시 듣고 공부할 수 있어서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장점도 인정할 수 있다. (물론, 자발성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런데 문제는 원장의 사고방식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공부를 못하는 하위권 애들을 따로 빼서 학년에 관계없이 한 반을 만들고, 컴퓨터실에 넣고는

세시간 정규수업 시간동안 수업과목별로 동영상만 듣게하고 문제를 풀게 하자는 것이다.

 

순간 멍해진 나는 회의시간에 솔직히 말을 했다.

솔직히 백번 말해도 이해 못하는 이 애들을 수업시간에 빼면 수업하기는 편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애들은 포기하는 거 아니냐고. 난 그렇게 못하겠다고.

이어지는 원장의 한 마디 "선생님의 생각을 조금만 바꾸시면 될 것 같은데..."

 

그리고는 이미 수업을 동영상만으로 진행하고 있는 원장이 개별학습의 효과성이며

어쩌고 저쩌고, 부장이라고 중간관리자가 된 과학선생은 학원게시판에 글을 쓰면서

저도 처음엔 회의적이었으나 원장님 '말씀'대로 수업을 진행해보니 좋은 것 같다.

그러니 다른 선생님도 해보시라고 어쩌고 저쩌고 회유를 하는게 2주일이나 계속됐다.

 

으아아악...진짜 당장 그만둘까 하다가, 정말 그만둬버리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강사써서 애들에게 동영상 수업만 진행하겠거니 싶어서 계속 안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득하기를 1주 반.

결국 이번 기말에는 동영상을 진행하지 않도록 결정이 나기까지 한달이 걸렸다.

 

중요한 사실은, 초,중,고 모두 동영상으로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는데,

비싼 학원비를 내고도 원장이 하는 수학수업은 제대로 듣는 애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

이면에는 돈 문제가 깔려있는 건데, 아이들에게 받는 동영상 사용료  25000의 돈에서

본사로 만원을 보내고 나머지 돈은 수익이 되니까, 강사를 쓰는 것보다 동영상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 아주 돌아버리겠다.

 

진짜 이건 유치한건데, 원장의 작은 아들이 고1로 현재 자립형 사립고에 다니게 됐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다보니, 과외나 학원에 다닐 수 없는데 말이다.

원장말대로라면, 아들에게 그렇게 좋은 해피한 프로그램 사용하게 할 것이지,

왜 EBS 유명한 강사 수업을 CD로 구워서 매주 그렇게 갖다주는지,

아들 친구들은 25000원짜리 동영상 듣게 하면서...에잇.  사람이 정말 나쁘다.

 

 

 더욱 질리게 하는 일은,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매주, 매일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 좁은 우물에서 권위와 위계를 찾는데,

애들이랑 놀지 못하게 해서, 주말이나 휴일에 애들과 몰래몰래 만나고,

강사들끼리 친한 꼴을 못봐서 다른 선생들과 학원에선 배꼽인사와 눈빛으로만 대화하고 ㅋ

난리 중에 아주 생난리~

 

  

 

빨리 일을 그만둬야 하는데,

애들이 눈에 자꾸 밟혀서 그게 너무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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