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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가 생각나서^^;;

* 마녀 키키 & 한마음님의 [어느 한 교사의 이야기 :"선생님, 제발 저를 사랑하지 말아 주세요"] 에 관련된 글.

우연히 글을 읽다가, 이렇게 좋은 선생님이!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는다.

내가 고등학교 때 이런 선생님이 한 분만 있었어도, 학교에 대한 내 생각도 어느 정도 달라져있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함께 말이다.

 

내 경우엔 학교에 있기 싫다는 생각은 애석하게도 해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학교가 좋았다는 의미도 아니다. 싫지도, 좋지도 않은 상태. 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들은 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지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학교는 당연히 다녀야 하는 곳이였고, 정해진 시간 대에 있어야 할 곳이었다.

 

 무언가 꼭 이루어야 할 목표도 없었던 것 같다. 때 맞춰 돌아오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이리저리 치이고, 하고 싶은 것들이 점점 없어졌다. 수업시간 40분, 45분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가공할 만큼의 인내를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이었고, 가끔 진로와 관련해 상담할 때 의례적으로 대는 몇 가지. 그것은 내가 학교와 이야기하는 몇 안되는 수단 중 하나였던 것도 같다.

오히려 학교에 있기 싫어 조퇴증을 달라고 이야기하는 학생이 약간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이 생각을 하다가 얼마전에 두루미가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학원에서 시험준비 때문에 암기과목까지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하필이면  망할'도덕'을 한 시간 맡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자신이 주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교과서에 나온 암기적 지식들을 설명하는 대신에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무엇인지 말해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이전의 내가 그러했듯 괜찮은 직업 몇 가지를 말하고 있었다. 뭐, 예를 들면 외교관, 통역관, 국사 선생님, 국어선생님 등등

 

그 중에 두루미는 자긴 꿈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 전에 선생님에게 꿈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혼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내용은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찾기 힘든 것들이 많은데, 하루 반 나절 이상을 같은 자리에 앉아 책만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꿈을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니 꿈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데, 왜 꿈이 없다고 혼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공감했다. 그래서 두루미에게는 아마 선생님은 네가 꿈이 없다는 말보다 네 특유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화가 났을 수도 있었겠다는 사족을 붙여주며, 내 친구 이야기를 해줬던 것 같다.

요는 꿈은 없을 수도 있고, 어쩌면 없는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노력이 아니겠냐는 뻔한 결말. 그리고 난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찾아가는 중인데, 아직도 방황 중이라는 말까지도.

 

원장의 눈초리를 피해 수업을 대충 마무리짓고, 나와서는 내가 해 준 말이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 뭐 등등의 생각이 들었다.

 

두루미는 이제 중3 여학생. 성적도 그리 좋은 편도 아니고, 얼굴도 그리 고운 편도 아닌 보통의 평범한 학생이다. 지금의 나처럼^^; 보통 그 자체.  

두루미는 몇 달후면 이제 고등학교에 가게 될 것이고,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두루미에게 놓여있는 상황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꿈찾기의 과정보다는 입시를 생각해야하고, 수능준비를 하면서 내신에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함께 웃으며 놀 수 있는 친구보다 노트 필기를 빌려주기 꺼려하고 서로 눈치를 살피는 경쟁상대가 주변에 더욱 많다는 기억이 두루미에게 학교가 더욱 싫다는 생각이 들게 할까봐 그게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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