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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렇게

#1.사교육 진출기

  얼마 전부터  사교육에 몸을 담고 공교육을 조금씩 망치고 있는 중이다. 입으로는 사교육 망해라 사교육 망해라를 되뇌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표현되는 이 기생관계에서 내 생계(?^^;;)를 맡기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2. 시작하기 전에

  그 전에는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저녁 늦게까지 학원에 과외에 치이며 사는 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얼마 전 홍대 앞 좁은 4차선 도로에 차가 막혀 갇히게 되고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열에 여덟은 노란색 학원 차들이 들어서 있는 가운데, 차마다 피곤에 절은 아이들이 창 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집에 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우리 나라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불쌍하다는 정도가 아니라 나까지 힘이 축 늘어지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3. 임하는 태도

  그렇게 보고 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정도는 축 늘어지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원래 워낙 재미없는 이 성격으로 백년에 한 번 웃길까 말까한 기적을 행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중이다. 아...말이 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했는데, 40명 정도를 가르치는데 5명을 제외하고는 다 남학생인 까닭에 그렇다. 제길... 작년 이 맘때 교생실습을 하고는 언어순화를 하겠다고 그렇게 맘을 먹었는데, 제 버릇은 어디 못 주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유도를 했다고 뻥을 쳤다. 그러나 아이들은 믿었다.

 

#4. Behind stroy

  오늘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도록 시키는데, 한 아이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문제를 푸는 것이라... 그런데 듣다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노래라 자세히 들어보니, 인터내셔널가의 곡조가 아닌가. 화들짝 놀라며 그 아이에게 이 노래를 어디서 알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인데, 군가를 찾다가 이 노래를 알게 되었다며 나에게 "인터내셔널가"라고 곡명까지 친철히 설명해주는 것이 아닌가. 후후... 오늘에서야 처음 알게 된 아이인데, 이 노래로 러시아 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는 모습이 그냥 신기했다.

  정말, 어디에서든지 이렇게 신기한 사람들은 하나씩은 꼭 있구나라는 생각. 뭐, 군가를 왜 찾았든지 등등의 앞 뒤 사연들 다 빼버리고 그냥 국어문제를 풀면서 인터내셔널가를 흥얼거리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묘했던 기억.

 

  그렇게 그렇게 소소한 재미에 공교육을 망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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