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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옥란 열사 기일에 전국장애인대회 열려

"장애해방열사 정신 계승하여,투쟁으로 열어나갈 것"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26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제 1회 전국장애인대회(장애인대회)가 열렸다. 3년 전인 2003년 3월 26일은 고 최옥란 열사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 주최로 열린 이날 장애인대회에는 장애인 당사자 및 사회단체 회원, 학생,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최옥란, 그녀의 삶이 의미 없는 날이 될 때까지 투쟁하자”

여는 발언을 통해 박영희 공동투쟁단 공동대표는 “감회가 새롭다. 난 새해를 맞으면 달력에 3월 26일에 제일 먼저 동그라미를 친다”며 “어느새 나에겐 3월 26일이 너무도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며 먼저 떠난 고 최옥란 열사를 추모했다.

그는 이어 “365일 장애인들은 어디선가 차별을 겪으며, 죽어간다. 이 장애인대회는 3회가 되던, 4회가 되던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왔던 그녀의 삶이 우리에게 의미 없는 날이 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은 연대사를 통해 “작은 차이를 넘어 똘똘뭉쳐야 한다”며 “장애인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정치권을 압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연대투쟁을 통한 정치권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닭장차를 저상버스로 다 바꿔야한다”

최근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설명한 김광희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법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그저 말만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정권고가 아니라 시정명령”이라며 징벌적손해배상제와 단체소송제 포함을 주장했다. 또 그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향후에도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역할을 똑바로 못한다면, 독립된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종술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는 투쟁발언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있어 교육은 생명과 같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특수교육5개년계획을 거창하게 발표해 놓고, 정작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있다”며 장애인교육권 관련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윤종술 공동대표는 “모든 문제를 가족과 장애인 개인에게 돌리려는 한국의 사회구조에 맞서 지금까지 투쟁해 많은 것을 쟁취해 왔지만, 이대로 멈출 수 없다”며 “장애인교육지원 법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공교육을 받을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석준 사회당 대표 후보는 “시대를 울린 최옥란 열사의 뜻을 이어 받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연대하며 살 수 있고, 차별철폐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더 퍼질 수 있도록 항상 연대하겠다”며 연대의 의사를 밝혔다.

김동효 광주전남 장애인인권연대 집행위원장은 “광주시장은 당초 2013년까지 90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올해 도입예정인 1대의 저상버스 조차 돈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아직도 장애인들을 구걸하는 거지로 취급한다”며 “정작 거지들은 4년 마다 표를 얻기 위해 굽신거리는 국회와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 사회를 본 도경만 공동투쟁단 공동집행위원장은 “닭장차(경찰버스)를 저상버스로 다 바꿔야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닭장차가 저상버스로 바뀐다면, 한국의 모든 버스도 저상버스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선 여러분들이 더욱 힘차게 투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국장애인대회, 2005년 이어질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발화점”

이날 마지막 순서로 투쟁선포문을 낭독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우리는 오늘 단지 눈물만이 아닌 투쟁의 분노를 모아 제1회 전국장애인대회라는 이름 아래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며 “이것은 단지 일회적인 투쟁이 아닌 420장애인차별투쟁을 거쳐 2005년 내내 끈질기게 이어질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발화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의 투쟁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배제와 차별을 철폐하는 투쟁이며, 이 시대의 모순을 폭로하며 그 아품에 실천으로 다가서는 투쟁”이라며 “전태일 열사의 투쟁으로 전국노동자대회라는 투쟁의 장을 만들어 왔듯이, 최옥란 열사 기일인 3월 26일, 우리는 장애해방열사 정신을 계승하여 투쟁으로 전국장애인대회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로사거리 편도 7차로 점거, 행진 도중 경찰과 충돌 발생해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장애인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4시경 ‘장애해방열사 정신계승 추모문화제’가 예정되어 있는 시청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을 출발해 세종로사거리를 지나 시청까지 가는 행진코스 중간중간 참가자들은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원활한 행진을 위한 차선 확보를 강하게 요구했고, 경찰은 2개 차로 이상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참가자들은 한때 ‘세종로사거리’ 시청 방향 편도 차로를 완전 점거하고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좌시위 도중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이 1년 내내 집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오늘 하루 밖으로 나왔다. 이대로 그냥 들어갈 수 없다”며 “행진을 위한 도로를 확보해 주지 않는다면, 경찰이 저상버스로 된 닭장차로 여기 있는 장애인들을 싣고 갈 때까지 여기 앉아있겠다”며 차선 확보를 요구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40여 분간 세종로사거리에서 연좌시위를 진행한 후 다시 행진을 시작하였다. 이후 참가자들은 경찰과의 수차례 몸싸움 끝에 남대문 방향 편도 7차로를 완전 점거한 채 행진을 계속 이어갔다. 행진을 모두 끝내고 5시 30분 경 시청 광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7시부터 ‘장애해방열사 정신계승 추모문화제’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날 모든 행사를 마무리 했다.

한편, 공동투쟁단은 오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요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공동투쟁단은 다음달 3일 부터 열리는 장애인인권영화제를 비롯해 4월 20일 까지 전국에서 장애인 관련 각종 행사를 잇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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