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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수치에 무뎌진 사람들

* 이 글은 뎡야핑님의 [내 여자친구가 살해당했다면] 에 관련된 글입니다.

간혹 뉴스를 듣다보면 하루에 사건사고는 무수하게 발생하고,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에 몇 백명씩은 죽어있고, 나는 그 소식을 아침을 먹으면서 듣는다. 그 때마다 내가 참 무섭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물론 나를 비롯해서 죽음에 참으로 무감각해졌다는 생각이다. 간혹 죽은 사람의 수치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때조차도 있다. 계속되는 우리 주변의 많은 수치에 무감각해진 것이 요즘의 현대인인 듯 하다. '어린왕자'를 좋아해서 가끔 빗대어 이것저것 생각해보니도 하는데, 죽음과 숫자에 무감각해진 요즘 사람들을 보면, 숫자로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어른들이 그 정도를 넘어서 수치에도 무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의아니게 요즘 전쟁영화 몇 편을 연달아 보는데, 대부분 영웅주의, 국가주의의 입장에서 앵글을 돌리는 영화이거나 혹은 전쟁의 참상과 비인간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들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쟁이 정말 싫고 무섭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더불어 그래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민주주의 국가의 수호가 얼마나 위대하고 고결한 산물인가를 우리에게 심어주기도 한다. 나는 그런 영화를 볼 때마다 전쟁의 참상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가의 리얼리티적 요소와 함께, 전쟁이 나면 자살해버릴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던 선배의 말을 떠올리고는 한다. 내가 죽는다는 것, 내 주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고 그 상상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 사람들을 제외한 불특정 다수의 죽음은 죽음 그 자체의 사실로만 다가오는 것 역시 아이러니하다.

  한 명이 죽는다는 것, 수십명이 죽었다는 것, 수 백명이 죽어가고 지금도 죽음의 위협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죽는다는 것, 내 가족이나 주변의 친구들이 죽었다는 것, 나와 관계된 여러 사람들이 지금도 죽음의 위협에서 피폐한 삶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로 굳이 환원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끔찍한 일이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그럼에도 역시 이를 나의 일로 등치시킨 후에야 더욱 더 끔찍함을 깨닫게 되는 모습이야말로, 얼마나 무관심하고 무뎌진 일상을 살아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 그 자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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