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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의 작은 외침, No war!

  한 일주일 동안 정신이 없게 지내는 바람에 오늘이 3.20 2주년임을 오전에 뉴스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화면에 나와서 뭐라뭐라 떠들어대는 내용을 듣고, 오늘이 20일임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

 

  정확히 2년 전ㅡ 3월 20일 이 날에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이라크전에 대해 반대의 뜻을 표명하던 그 자리에 함께 했었고 거리를 뛰어다니며 목 터져라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아마도 작년이었나, 또 다른 3월 20일에는 후배들과 거리에서 줄기차게 전쟁반대를 외치며 어떤 의미의 전쟁이며 왜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침 튀기며 이야기했던 것도 기억이 났다. 그리고 정리집회를 하며 잠깐 거리에 머물러 있는 동안 종로 바닥 어딘가에, 몇일 전 촛불집회를 갔다가 남겨 둔 검은색 초를 후배에게 뺏어 "No War"라는 글씨를 촛농으로 만들어냈다.

 

 

 

그 때는 아무런 선전물도 준비를 못 해갔던 까닭에 즉석에서 뭐 하나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촛농을 떨어뜨려 만들었던 건데, 예상외로 호응이 좋아서 얼마나 당황해했었는지들 모른다. 어디 포스터였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멋들어지게 찍힌 사진이 배경으로 쓰인 걸 보고 한동안 후배들도 매우 좋아했던 기억도 났다.

 

 그리고 2년이나 지나버린 오늘엔.

 전쟁도 계속되고 있고, 물론 나의 반전에 대한 생각도 변함없지만, 나의 행동면에 있어서는 좀 변화가 있었다. 난 예년처럼 거리에서 반전을 외치기보단 건물 구석 한 곳에서 친구들과 3.20의 의미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게 다였다. 정말 소시민의 자기만족적 반응인 듯한 느낌. 얼마 전에 염상섭의 만세전을 다시 읽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이인화의 소시민적이고 무기력한 지식인의 모습이 딱 내 모습인 것 같아 너무 씁쓸하단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원인은 대충 아는데, 그냥 세상이 묘지같다고 말하고는 도피해버리는 무기력증에 빠진 그런 모습.

 

 그래서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느낌을 가지지 않기로, 더욱이 내년 이 맘때에는 끝나지 않은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민중에 의해 끝나게 된 승리를 기념하고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그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게 외치면서 집으로 왔다.

 No war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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