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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끝나다.

* 이 글은 Daybreak_님의 [봄날'' 을 보다가.] 에 관련된 글입니다.

봄날.
봄날이 끝났다. 보고 난 후. 그냥 한편의 하이틴로맨스 소설을 읽은 느낌이랄까? 한 쪽 구석으로는 순수한 감성이 약간이나마 살아있던 어린 시절에 순정만화나 소설을 읽고 난후 가슴이 찡해져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동안 나도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요즘 딱히 빠질 만한 것이 없는 까닭도 있긴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챙겨 본 드라마가 봄날이 처음이다. 그 유명한 옥탑방 고양이서부터 아일랜드. 미사를 한편도 제대로 보지 않았던 내가 봄날에 유독 빠졌던 이유가 뭐였을까? 한동안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래도 봄날의 대사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상처가 한낱 삼류 로맨스의 줄거리가 아니라 삶 자체로 다가오는 느낌 때문일랄까.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슴 한 구석이 쓰리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점 때문에 그렇게도 봄 날에 빠져있었던 것도 같다.

  말하는 순간 사실이 되어버린다는 또 하나의 사실도.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정말로 사랑하게 되는 순간은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라고 했던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런것 같다. 네가 신경쓰인다, 좋다라고 말하는 순간 정말 그렇게 되어버린다. 말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복잡했던 오만가지 생각들이 하나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 그런 것은 꼭 인간과 인간 사이문제 뿐 아니라 회의를 하다가도, 공부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줄기차게 나오는 사실이다. 왠지 작가가 일상의 삶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잡아낸 한 가닥인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맘에 들었던 것도 있다.
  그러다가 후반부로 갈 수록 흥미가 떨어졌던 건, 내가 느꼈던 등장인물들의 아픔이 결국 작가가 그들의 내면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럼으로 인해 정작 주인공의 내면심리는 덜 하게 다루었다는 점. 그래서 스토리 전개가 점점 지리해지고 감성 위주의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트랜디 드라마로 자리지워지는 느낌 때문이었다.
결국 처음에 우려했던 대로 두 형제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에서의 갈등과 사랑으로만 작품이 위치해버리는 결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맺혀있던 상처가 다시 치유되는 모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볼만하다고 생각했던 장면들 덕에 드라마에 나왔던 음악을 들으면 감상에 빠지는 것도 같다.

조인성고현정.jpg (273k)

 

 

그냥 그런 드라마. 다음번엔 좀 다른 고현정의 이미지도 기대해본다.

그나저나...이젠 빠져들 드라마도 없어졌군. 항상 10시쯤 집에 오면 보게 되던 드라마였는데...

뭐...또 다르게 가족들의 드라마 선택에 빠져들든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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