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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24
    요즘2 -신현림, 공지영(1)
    엉망진창
  2. 2007/05/24
    요즘1
    엉망진창

요즘2 -신현림, 공지영

3.

그것은 세상과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자신이 꼭 이루고 싶은 일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더욱 필요한 시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사람의 내면세계는 그러지 못한 사람보다 풍요롭다.

그만큼 깊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깊은 생각은 자신의 내면을 꼼꼼하게 살펴보게 하고

의식의 폭을 확대하여 포용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 요시모토 타카아키

 

꼭, 성공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 이 구절이 맘에 들었다

달팽이가 빌려 준 책. 신현림의 인생찬란 유구무언

제목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데, 책을 읽어보니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제목으로 써놓은 구절이 간간히 맘에 들기도 하고..

사실 글 보다는 사진이 더 맘에 들더라.

 

하지만 요즘 내 모드와는 맞지 않아.ㅋ

 

 

4.

"무미건조한 삶에 새로운 하루를 갈망하며 한참 달리다보면

가슴이 뻥 뚫려 내가 점점 비워져 바람이 난지, 내가 바람인지 모른다.

태양 아래 흐르는 바람을 안고 자연의 품속에서 아늑한 시간을 갖는 것.

그 멋진 순간. 누군가를 그리워할 시간.

 

 사실, 이게 더 맘에 들었다.

이 구절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건 서정주의 '자화상'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는 그 의미를

그 바람의 의미를 이제서야 깨닫고 있기 때문에 더 와닿았는지도.

 

서정주를 싫어했다.

아니 지금도 싫어한다.

그런데 가끔 그의 시어가 가슴을 흔들어놓을 때가 있다.

그건 서정주의 시어를 매개로 하는 내 경험과 삶이 주는 흔들림이지,

서정주의 시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5.

 공지영의 '무엇을 할 것인가'

 

헌책방에 들러 소설집 한권을 샀다. '카프카를 읽는 밤'

그 중에 첫 부분에 공지영의 소설이 실려있다.

공지영의 소설을 읽으면 나는 불편하다.

신경숙이나 은희경의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불편함과는 또 다른 것이다.

 

소설 이면에 자리잡은 패배주의적 면모나,

철저한 틀 속에서의 운동과는 대립되는  개인주의적 일상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거슬리는 것 같다.

 

왜 거슬리는 걸까?

 

물론 내가 운동에 있어서 철저함이나 계획성에 대해 절대적이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이고 온정적인 서술자를 비롯한 공지영의 글쓰기 태도가 부르주아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녀가 말하는 운동의 경험이 주는 답답함과 그로부터 일상을 찾은 자유로움,

그리고 다시 뒤를 돌아보며 씁쓸해하는 태도가 싫다.

사람이 상대를 싫어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건,

싫어하는 모습이 자신에게도 존재하기 때문이라던데,

공지영의 글에서 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빛으로 살아있던 선배의 모습과, 논문속에서나 존재하는 사회주의의 모습.

퇴색되어버린 운동의 일상들. 이걸 맘모스를 통해 얘기하는 구절이 있다.

 

"맘모스들이 커다란 소리로 쓰러져 얼음 속에 갇혔대....글쎄 몇만 년이 지났는데도

하나도 상한 데가 없다잖아...파랗게 얼어서....그 둥그렇고 날카롭던 상아도,

허공을 향해 치켜뜬 눈매도 모두 다 그대로라는 거야...얼어붙어 있는 붉은 피까지...

밀매꾼들이 그 맘모스를 발견해서는 상아만 가져다가 판다는 거야....그게 돈이 되니까...

그리하여 맘모스의 치켜뜬 눈동자하고 얼어붙은 붉은 피만 영원히 지하에 갇히는 거지...

돈이 되는 상아만 빼고...."

 

 

 

6.

 이 구절이 그냥 눈에 띠었다.

 

" 아무리 이 겨울의 어스름 속에 떨면서 서 있는다 해도 곧 파란 신호등이 들어올 거라고,

그래서 모든 차를 멈추게 하고 길 건너편에서 이쪽 편으로 자신을 안전하게 걸어가도록

만들어 줄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아무것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영영 파란 불은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이 자리에 그대로 언제가지나 서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공지영, 무엇을 할 것인가 중에서

 

 작가는 기술한다.

" 나는 길을 건너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방향도 없는 길이었다. .... 봄이 올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그래서 난 어디에 서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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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1

1.

요즘

 

헐...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애들한테 블로그가 공개된 후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뭐, 싸이를 알아냈으니, 이젠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겠지?ㅋㅋ

 

한동안 사람에 적응하는게 너무 힘이 들어서 어떻게 살아야하나란 고민이 쵝오!

최근엔 정말 상식이하의 사람들로 판단하고는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느 학원이 안 그렇겠나 싶기는 한데, 작은 이익에 급급해 멀리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비겁의 수준을 넘어 돌+아이 기질까지 보이는 강사까지

그냥 성질대로 한판 뜨고 확 나와버릴까 하다가, 매번 참고 또 참는 지경이 한계에 이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때에는 한마디씩 툭툭 던지면서 하는데,

혼자서 딴지거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겨워져서 말이다...(아, 난 왜 이럴까...)

 

 

2.

수많은 일상 중 하나.

 

  학군의 차이를 인정하기 싫은데, 내가 지금 일하는 은평구, 서대문구 지역은

학부모들의 높은 학구열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수준이 현저히 낮다.

정말 이번엔 몸으로 체험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실재'를 '실제'의 오타라고 깔깔깔 웃어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니,

형이상학이나 형이하학의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면 아이들 머리가 빙빙 도는게 눈에 보인다.

애들이 순수하긴 하지만, 공부에 전혀 취미가 없는게 진실이라고 할까.ㅋ

 

학원은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곳 중 하나로, '해피한'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교재 동영상도 제공되고, 문제도 개별맞춤식으로 생성할 수 있어서

보통 소규모의 사설학원에서 짜깁기하면서 풀칠하는 수고를 덜어주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이 자기가 모르는 내용에 대해 다시 듣고 공부할 수 있어서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장점도 인정할 수 있다. (물론, 자발성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런데 문제는 원장의 사고방식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공부를 못하는 하위권 애들을 따로 빼서 학년에 관계없이 한 반을 만들고, 컴퓨터실에 넣고는

세시간 정규수업 시간동안 수업과목별로 동영상만 듣게하고 문제를 풀게 하자는 것이다.

 

순간 멍해진 나는 회의시간에 솔직히 말을 했다.

솔직히 백번 말해도 이해 못하는 이 애들을 수업시간에 빼면 수업하기는 편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애들은 포기하는 거 아니냐고. 난 그렇게 못하겠다고.

이어지는 원장의 한 마디 "선생님의 생각을 조금만 바꾸시면 될 것 같은데..."

 

그리고는 이미 수업을 동영상만으로 진행하고 있는 원장이 개별학습의 효과성이며

어쩌고 저쩌고, 부장이라고 중간관리자가 된 과학선생은 학원게시판에 글을 쓰면서

저도 처음엔 회의적이었으나 원장님 '말씀'대로 수업을 진행해보니 좋은 것 같다.

그러니 다른 선생님도 해보시라고 어쩌고 저쩌고 회유를 하는게 2주일이나 계속됐다.

 

으아아악...진짜 당장 그만둘까 하다가, 정말 그만둬버리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강사써서 애들에게 동영상 수업만 진행하겠거니 싶어서 계속 안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득하기를 1주 반.

결국 이번 기말에는 동영상을 진행하지 않도록 결정이 나기까지 한달이 걸렸다.

 

중요한 사실은, 초,중,고 모두 동영상으로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는데,

비싼 학원비를 내고도 원장이 하는 수학수업은 제대로 듣는 애들이 하나도 없다는 것.

이면에는 돈 문제가 깔려있는 건데, 아이들에게 받는 동영상 사용료  25000의 돈에서

본사로 만원을 보내고 나머지 돈은 수익이 되니까, 강사를 쓰는 것보다 동영상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 아주 돌아버리겠다.

 

진짜 이건 유치한건데, 원장의 작은 아들이 고1로 현재 자립형 사립고에 다니게 됐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다보니, 과외나 학원에 다닐 수 없는데 말이다.

원장말대로라면, 아들에게 그렇게 좋은 해피한 프로그램 사용하게 할 것이지,

왜 EBS 유명한 강사 수업을 CD로 구워서 매주 그렇게 갖다주는지,

아들 친구들은 25000원짜리 동영상 듣게 하면서...에잇.  사람이 정말 나쁘다.

 

 

 더욱 질리게 하는 일은,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매주, 매일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 좁은 우물에서 권위와 위계를 찾는데,

애들이랑 놀지 못하게 해서, 주말이나 휴일에 애들과 몰래몰래 만나고,

강사들끼리 친한 꼴을 못봐서 다른 선생들과 학원에선 배꼽인사와 눈빛으로만 대화하고 ㅋ

난리 중에 아주 생난리~

 

  

 

빨리 일을 그만둬야 하는데,

애들이 눈에 자꾸 밟혀서 그게 너무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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