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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7
    서울, 1965년 겨울 중에서-김승옥
    엉망진창
  2. 2007/09/23
    툭툭, 먼지털기
    엉망진창
  3. 2007/09/15
    걷고 싶던 날(3)
    엉망진창

서울, 1965년 겨울 중에서-김승옥

 

 

 

#1. 현대인의 대화

 

무의미하다. 결코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 느꼈던 것만을 주고 받는다.

 

혹은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대화의 80%의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은

하나의 대화 장면에서도

나는, 나는, 나는-으로 시작한다.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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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먼지털기

 

 

 

 

 

#1.

제길, 명절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삭신이) 쑤실 것이니...오, 제길.

장을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어머니도 이제 나이가 드시니 귀찮아지신 까닭에

모두 Pass! Pass! 하신 후에 한 말씀 하셨다.

 

도대체 명절은 누가 먼저 만든거야. 밝혀서 죽어야지..

(죽이기까지야...)엄마, 만든 사람은 아주 옛날에 다 죽지 않았을까?

그럼 자손들이라도 죽여야지.

 

허걱...(무서버...)

 

 

 

#2.

그래서 이번 명절은 즐거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

차례 지내고 바로 도망치기로 계획을 세웠다.

뭐, 결국엔 숙모들에게 일을 떠맡기든가, 아님 내가 후딱 해치우든가 중에 하나겠지만,

그래도

 

집에서 빈둥거리느니 바람이나 쐬기로 맘 먹었다.

가까운 선유도로 가야지^^

한 두 달만에 외출이라 설레기도. 후훗.

사람이 없어야 할텐데~

 

준비물은 명절이라 먹을게 많으니 집에서 썩고 있는 와인과 음식 몇 가지,

 

 

#3.

생각날 때에 자료 정리하느라, 옛날 문서들과 파일을 정리하는데...

아주 잊어버리던 것들을 찾아냈다. 하하

 

이전 블로그 글들을 정리하다보니, 예전에 남자친구와 같이 쓰려고 만든 일기용 블로그가 있길래.화들짝.

뭐, 별걸 다했네 싶기도 하고,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네 싶기도 한게 재미있다.

글이라고야 거의 나만 썼고, 상대야 가끔 와서 읽고 가서는 나중에 읽었다는 말 몇마디가 고작이었는데

기억은 미화된다더니, 헤어지고 나서야 이런말 해볼껄 생각했던 것들이

블로그에 다 있더라. 하하...

결국 못했던게 아니라, 해도 마음대로 안 되던 인간관계였다는 결론만.

흠...

 

찬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요즘^^

그래도 조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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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던 날

 

 

 

문득 걷고 싶은 충동이 이는 날들이 있다. 혼자서 입은 꼭 다물고 그냥 걷는 것이다.

입은 옷 그대로, 편한 신발을 꿰어 신고 나간다. 가을이 더 깊어지면 혼자 걷기가 외로울지도 모른다.

단풍이 더 진해지면 정신이 산만해질지도 모른다. 지금은 타박타박 걷기에 딱 좋을 때이다.

-전경린 산문집, '붉은 리본' 중에서

 

 

마냥 걷고 싶은 날, 약속보다 많이 일찍 집을 나섰다. 단지 걷고, 느끼고 싶은 충동때문이었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우산 두 개를 챙겨나왔다. 우산 하나는 친구 생일이라고 선물로 사 둔것이고,

또 하나는 저녁을 대비한 것이다. 덕분에 바람이 시원해서 걷기 좋은 날씨다.

오늘은 불안, 걱정 같은 맘들은 집에 놓고 시간을 즐겨야지.

 

평소 다니던 곳보다 조금 더 멀리 위치한 헌책방까지 걸었다. 그래봤자 홍대에서 신촌까지의 거리.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거리도, 이제 다시 한산해졌다. 드라마가 한창일 때에는

드라마가 끝나면 저기서 커피나 한잔 마셔봐야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끝이 나니 들어가 선뜻

차 한잔 마시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상업화되어 있을 것 같은 생각때문에..

 

헌책방에서 한 시간반을 책을 둘러보고, 이것 저것 생각한다. 예전엔 눈보다 손이 먼저 책을 훑었는데,

오늘은 눈이 먼저 책을 그려본다. 책을 소유하기보단, 내용을 소유해야지. 그래서 선뜻 손이 가는 책이 없다.

좋은건가? 나쁜건가? 뭐, 그래도 어쩌랴는 심정으로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전경린의 산문집 한 권. '붉은 리본'

읽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과 생각들이 그 곳에도 녹아 있다. 나쁘지 않다.

 

 

이효리의 살 값이 일억도 넘는데...

살 값이?

응 이효리의 살 값이

초등학교 삼 학년 쯤 되어 보이는, 등에 멜빵 가방을 맨 남자아이들이 언덕길을 올라가며 재잘대다가 문득

심각해졌다. 살 값의 의미에 대해 서로 묻지도 못한 채 방황하는 중이었다. 이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어쩌다

스타의 몸값이 살 값으로 와전되었을까, 그 천진한 와전이 재미있어 뒤에서 걷던 행인이 킥 웃는데, 마침내

한 아이가 심각하게 코멘트를 했다.

 

살 값이, 정말로 비싸다.

-미소가 떠올랐던 평범한 순간들 중에서

 

 이 부분에선 읽다가 '하!' 하고 크게 웃다가, 카페 아르바이트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가 미소를 짓는 평범한 순간들은 어떤 순간들일까?란 생각에 이르니, 글쎄...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다고 내 삶이 우울하다거나, 후회가 든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그저 미소를 짓고 있다는걸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는 다시 다른 구절들에 눈을 돌린다.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내용들이다. 

 



 

내 나이가 그런 때인가보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면서

끊어진 인연에 눈물과 술잔을 섞어 스스로를 위로하고 후회에 미련을 보탠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과 미련에도 운다.

누군가 그랬다. 20대는 생래적인 불안과 우울과 몽상의 시대라고.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불안과 우울과 몽상은 맞지만, 그것이 생래적인 것은 아니고, 또 그것만으로 20대를 규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하긴, 그게 비단 20대 뿐만인가.

 

주변인들에게 뭔가 대단한 위로의 말을 해주고는 싶지만, 내 코가 석자인데다가,

연애문제에 대한 명료한 해답을 내려줄 능력이 없다.

그저, 이런 문제는 자기 스스로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고, 온전히 본인의 몫인걸 알기에.

그냥 시간이 필요한거겠지.  그래서 말을 아낀다.

 

좋은 친구와 친한 친구의 경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친한 사람들은 많지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모호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있을까?

타자를 보는 나를 제쳐두고, 타자가 볼 나를 두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난 좋은 친구는 아닌 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내 고민에 눈물흘리고 고민해주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한계 내에서 우리는 완전한 것, 불가능한 것, 도달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이든 자유이든

또는 순수한 위대함이든, 그곳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것을 가지고 불가능한

것에 부딪치는 유희 가운데서 우리는 우리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것이지요.

-내 속의 나인것과 나아닌 것과의 경계 중에서

 

 

가능성의 확대. 그것이 간접경험이든, 직접 경험이든지 경험은 시선의 확대를 통해 삶의 제 의미를

성찰해보게 하는데 유의미한 것이다. 어디 하나 버릴만한 경험이 있겠는가.

설령 그것이 지워버리고 싶다거나 삶을 힘 들게 하는 경험이라거나, 오래된 추억으로만 자리할지라도 말이다.

내일이 어제와 같은 삶이더라도, 결코 소흘히 할 수 없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오른쪽 다리가 욱씬거린다. 간만에 평소보다 너무 오래 서 있어서 그런가보다.

얼마만에 전화기를 켜 놓았다. 뜻하지 않은 지인들의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소식을 들었다.

연락이 뜸했다고 욕을 실컷 먹고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도 반갑다.

비오는 날은 사람이 그리운 날이기도 하니까. 생각해줘서 고맙고, 반가워해줘서 고마운거지.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서, 오늘은 빗소리가 즐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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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Happy Birthday to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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