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No. 258, June 1, 2009

 

오바마 vs. 체니, 중도 vs. 우파

("Obama versus Cheney, Center versus Right")

 

 

 

 

2009년 5월 21일, 미합중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현 행정부가 국가 안보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그 윤곽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설을 했다. 오바마의 연설이 끝나고서 바로 전 부통령인 리처드 체니가 중요한 연설을 했는데, 오바마 행정부가 보인 입장을 근본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이들 연설은 대다수 언론에 보도됐는데, 한 짝을 이루는 두 연설은 언론에 따르면 근본적인 가치 충돌을 드러낸 것이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그간 논쟁적 이슈들에 대해 한결같이 보여줬던 바, “미묘한”(혹은 “균형잡힌”) 중도주의자로서의 입지를 취했다. 이를테면 관타나모 감옥의 폐쇄, 수감자들에 대한 물고문과 여타 “향상된 개입 조치들”의 사용, 수감자 처우와 관련하여 내린 현재와 과거 결정들의 투명성에 대해서 말이다. 체니는 기본적으로 오바마의 중도주의적인 입지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며 날을 세웠다. 많은 논평가들이 그랬고 오바마 스스로도 며칠 후 밝혔다시피, 오바마의 입지는 사실 전임 대통령 부시가 퇴임 전 2년 동안 취했던 입지와 가까운 것인데도 그랬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오바마와 체니는 아주 똑똑한 사람들로, 아주 세련된 정치적 행위자들이다. 그들 둘 다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속설대로, 정치는 만만찮은 게임과 같다. 정치인들은 무얼 하든 보통 머릿 속에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한다. 다음 번 선거 때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계속해 받는 일이 하나라면, 다른 하나는 특정한 여러 정책 목표들을 달성하는 일이다. 의심할 바 없이 오바마와 체니는 이같은 관심사를 마치 짝패처럼 염두에 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각자 취한 전략이 잠재적으로 자신들한테 승리를 안겨다주리라고 느꼈을 게 확실하다. 따라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두 사람이 현 정치적 상황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부터 다룰 텐데, 명백히 현 행정부를 그가 장악하고 있어서다. 오바마는 거의 모든 좌파 진영 유권자와 중도파 유권자 대다수의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의 당선은 그가 두 가지 기본 쟁점에 대해 보여준 입장 때문이었다. 2007년 당시 미합중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이었다. 이 전쟁에 대해 오바마는 확고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이로써 그는 좌파 진영의 지지를 획득했다. 2008년,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심각하게 곤두박질 친 경제로 중심을 옮겼다. 오바마는 자신이 미국(과 세계)경제를 새로운 상승의 해역으로 이끌 든든한 조타수에 적격임을 천명했다. 중도파의 지지를 획득하기 좋은 이슈였던 셈이다.

 

당선 이후 오바마는 외교 정책/국가 안보 이슈와 경제 이슈를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그가 이제껏 앉힌 핵심 인물들은 중도주의 정책을 선호하는 중도파 출신이었다. 그가 내린 모든 주요 결정들엔 신중함과 불분명함이 함께 배어 있었다. 사회 영역(환경, 보건, 교육, 노동) 이슈들의 경우, 좌파 진영 지지자들에게 약속했던 바, 심장한 변화를 법제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치적 에너지를 (아마도 아직까지는) 쏟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와 같은 전반적 스탠스가 2010년 의회 선거와 재선 기회가 될 2012년 대선에서 자신(과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다줄 것으로 생각하는 듯싶다. 짐작컨대 그는 공화당 성원들끼리의 자중지란과 더불어, (주로 “온건”한 공화당 지지파인) 중도파 유권자들의 공화당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이탈에 기댈 모양새다. 오바마가 생각하기에, 이같은 전망에 비추어 그칠 줄 모르는 체니의 극우파적 입지는 자신한테 커다란 득이다.

 

정책 목표의 달성이란 측면에서, 오바마는 미합중국의 정책적 추를 어느 영역이 됐든 극우 쪽에서 중도나 심지어 중도좌파 쪽으로 차근차근 기울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자국 유권자들과 세계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를 믿고서, 8년 후에 어떤지 보라. (그가 대선 캠페인에서 내건 주문呪文이었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났음을 알게 될 거다. 내가 취한 전략은 이번에 미합중국에서 정치적으로 이룰 수 있는 변화의 최대치를 성취해낼 것이다.’ 이렇게 말하려는 듯도 싶다. ‘변화를 이처럼 차근차근 이루기 위해선 무얼 하든 결코 퉁명스레 나갈 수는 없는 것이, 그렇게 나갈 경우 중도파 유권자들, 그리고 훨씬 더 중요하게는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을 소외시켜 그들의 지지를 잃은 나머지 점진적 목표 달성에 실패할 거라서’라고 말이다.

 

체니의 셈법은 아주 다르다. 체니에 대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2001년부터 2009년 사이에 그가 공적 논쟁의 전면에 나선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부시 집권기에 공식적으로 나섰던 주요 인물들로는, 부시 자신과 콘돌리자 라이스가 있다. (체니의 동맹자라 할 도널드 럼스펠드도 주된 통로였지만, 부시는 2007년에 체니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해임했다.)

 

체니는 매우 공격적으로 자신의 정책적 목표를 밀어붙일 때면 조용히, 무대 뒤편에서 작업하기를 선호했다. 체니의 관점이 부시 행정부에서 널리 통했던 건, 2001~2006년 사이였다. 공화당이 2006년 의회 선거 참패로 괴로워하던 시기, 부시는 입지를 바꾸어 콘돌리자 라이스가 로버트 게이츠의 지원사격 속에서 페이스를 잡도록 했다. 체니로선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역겨운 상황이었겠지만 말이다.

 

2008년 대선 이후, 부시와 라이스는 작심이라도 한 듯 굉장히 조용해졌다. 상당한 정도로 그렇기는 대선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존 메케인도 마찬가지다. 반면 체니는 공식 상설확성기가 됐다. 그는 공화당이 목소리를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떠맡았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소심한 자들을 향해 공화당이라는 영예로운 자리를 떠나라고 요구해왔다. 알렌 스펙터 상원 의원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데 대해 체니는 갈채를 보냈다. 그는 콜린 파월, 심지어 맥케인에 대해서조차 그렇게 하라고 공개적으로 부추겨왔는데, 조지 W. 부시도 아마 명단에 올라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체니가 취하는 이런 식의 행보가 공화당의 영속적인 쇠퇴를 부를 게 확실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많은 공화당 정치인들, 그 중에서도 “온건파”라 불리는 이들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체니는 이를 깨닫지 못한 걸까? 그리 생각하다면 그건, 그가 취한 정치적 전략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체니는 현재 패를 놓고 보건대 향후 4~6년 간 공화당이 각종 선거에서 죽을 쑬 것이라 믿고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 가장 긴급한 과제는 오바마의 점진주의가 먹혀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체니 생각에, 그럴 수 있는 방법은 공적인 논쟁의 구도를 중도 대 (한결같은) 우파 구도로 바꾸는 것이다. 체니가 추론하기로는 시끄럽게, 그리고 비이성적으로 목청을 높이면 정책적 결과는 이미 중도주의 노선을 취한 오바마의 정책과 자신의 그것이 억지로나마 타협하는 형태를 띨 수 있다. 이런 식으로 2016년에 가서 결과를 보면, 심장한 변화라고 할 만한 건 전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체니는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면, 조국이 그 스스로 오래도록 지지해왔고 부통령 재임 시절 밀어붙이기도 했던 극우 노선을 걷게 되리라는 개연성에 기대고 있다.

 

어느 쪽 얘기가 맞을까? 오바마의 점진주의 전략은 그의 지속적인 인기에 의존하고 있다. 바꿔 말해 그의 전략은 전쟁과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합중국의 대중동 정책이 자국 사람들에게 패배를 부르는 수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면, 좌파는 오바마를 버릴 것이다. 미국과 세계가 공황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고 특히 실업자 수가 상당한 정도로 불어나면, 오바마는 중도파 유권자들에게 버림받기 시작할 것이다.

 

부정적인 이들 두 결과는 모두 가능한 일인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중 하나라도 현실화하면, 더군다나 두 가지 모두 현실화할 경우, 변화를 앞세운 오바마의 정책들은 시궁창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체니는 마치 식은 죽 먹듯 승리를 거머쥘 게다. 물론, 중동이나 경제 면에서 좀더 모호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긴 하다. 굉장한 성공도, 그렇다고 명백한 대혼란도 아닌 식으로 말이다. 그럴 경우 사회적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날진 모르겠지만, 기껏해야 낙숫물 떨어지듯 하는 모양새를 띨 뿐이다. 이는 그 스스로 좌파나 적어도 중도-좌파도 아닌 중도에 자신을 위치시킴으로써, 출발부터 (지지자들의) 여러 요구들 중 상당 부분을 제껴버렸기 때문이다.

 

정치란 건 만만찮은 사업이다. 그것은 또한 다른 무언가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오바마와 가까운 정치적 조언자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최근 앞서의 부정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음을 인정했다. <뉴욕타임스>에서 그는 오바마가 “미합중국 국민들과 함께 어찌 되든 기꺼이 한 번 해볼 요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내 생각에 오바마는 또한 국민들이 요구한 대로 갈 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미합중국 국민들의 인내심이 오래 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에, 그는 인정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정치란 건 변덕쟁이 같죠.”

 

 

이매뉴얼 월러스틴

 

 

 

원문보기  http://fbc.binghamton.edu/258e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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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6 00:36 2009/06/0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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