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No. 282, June 1, 2010


재부상한 이란과 북한: 일촉즉발 상황의 위험 요소들
("Iran and North Korea Again: The Perils of Brinkmanship")



이제껏 미국이 거의 20년에 걸쳐 떠들어댔던 건, 이란과 북한의 핵 보유를 막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보다 더 긴급한 쟁점들 가운데서도, 미국 행정부는 이같은 목표가 지닌 중요성을 정례적으로 되풀이해 역설한다. 주기적으로 거듭되는 미국의 이같은 요구에 응하길 이란과 북한 모두 명백히 꺼리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그치지 않고 모종의 위협 조치들을 추가로 취한다.

결국, 우리는 이번에 벌어진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진쟁중인 현 상황을 가장 잘 요약하자면 일촉즉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두고서 때론 “치킨 게임”이라고도 한다. 이 게임이 되풀이될 때마다, 문제는 늘상 어느 쪽이 먼저 눈을 감빡이고선 전쟁으로 치달을 뻔했던 상황을 접느냐 하는 게 된다. 미국은 보통 한 번에 한 나라를 상대로 이 게임을 벌인다. 바로 지금, 미국은 동시에 두 나라를 상대로 게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상황이 그처럼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 미국이 여느 때보다 더 진지하다고 믿기는 어렵다. 그런 반면 이같은 상황 탓에 게임은 더 위험한 양상을 띠기도 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란의 경우를 보자. 미국은 여러 달 동안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라는 유엔 안보리 조치를 이란이 거부한 데 대해 안보리의 추가제재 조치를 구하고자 애써왔다. 추가 조치를 취하고자,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놓고 이들 국가와 협상해왔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추가 조치에 지지를 보내기로 한 듯 했지만, 그 내용은 미국이 원했던 것보다 강도가 약했고 다른 쟁점들에 관한 여러 양보조치를 반대급부로 내건 것이었다.

미국은 지금껏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만 얻으면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추가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으리라고 가정해왔다. 돌연, 두 비상임 회원국인 브라질과 터키가 등장하면서 이란 핵 관련 외교에 아주 공공연하게 개입했다. 양국 수반은 이란과 저농축 우라늄 절반 가량을 핵발전 연료용으로 받기로 손발을 맞췄다. 브라질과 터키, 이란은 이같은 거래가 미국의 요구사항들을 충족하는 긴 여정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가운데 안보리 조치에 박차를 가할 거라고 해왔다.

브라질/터키가 공식 게임 무대에 들어선 데 대해 미국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이들 두 나라는 모두 우방이자, 그런 (핵개발 관련) 문제들은 의당 안보리 상임이사국들한테 맏겨야 하는 하위파트너 국가들로 간주돼왔다. 미국으로선 이들 나라들에서 발휘하려는 주도권이 실패할 것이며 미국의 목청이 강화되리라는 가정 아래, 이들의 행보에 심지어 뒷심을 실어줄 수도 있었을 법하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브라질과 터키의 외교 행보는 성공적이었는데, 적어도 이들 나라에선 그렇게 여긴다. 그리고 이들 두 나라는 형님들 시중이나 드는 하위파트너로 취급받을 의향이 없다. 브라질과 터키는 실제로 자기네가 이란과 맺은 협정을 미국이 일종의 성공으로서 달갑게 받아들이고 추가제재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사이, 시선은 한반도에 쏠렸다. 이곳에선 지난 3월 26일 한국 군함이 침몰했다. 당초 한국에선 이 사건을 사고로 추정했다. 그러나 석연찮게 두 달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뒤, 한국에서는 그 군함을 북한 잠수함이 어뢰로 침몰시킨 증거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의 상당수 분석가들은 가라앉은 군함이 미국과의 합동 훈련에 참가했던 것으로, 실제론 미국 잠수함에 의해 실수로 좌초됐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계 언론매체에선 이같은 의견을 무시했고, 논쟁의 초점을 되려 북한이 그런 일을 벌인 동기에 맞추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왜 그런 짓을 하려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경우가 됐든, 한국은 북한과 기존에 맺어온 연계고리들을 망가뜨렸고, 이에 북한도 맞불을 놓고 있다. 보수적 성향인 현 한국 행정부에선 이제껏 전임 정부에서 추진했던 “햇볕 정책”과 관련해 그나마 남아있던 것 일체를 주저앉혀왔다. 미국은 안보리의 제재 조치를 원한다. 북한으로선 제재 조치가 통과될 경우 자국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 협력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우리는 강도 높은 일촉즉발 상황과 마주해 있다. 한편 세계 시장(들)에서는 이를 놓고서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그럼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명백히, 당사국들은 어느 쪽 할것없이 자국 청중의 동향을 감안하면서 게임에 임하고 있다. 미합중국 정부는 국회를 상대로 심각하게 “중요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한다. 대한민국 정부도 그렇긴 마찬가지다. 이란과 북한 정부 또한 그렇다. 그리고 브라질과 터키 정부에서도 그렇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느 쪽에서 먼저 눈을 감을까? 나로선, 게임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들 중 어느 쪽도 전쟁을 실제로 원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실질적인 결정권은 이들 국가가 아니라 중국 정부에게 있다. 열쇠를 쥔 건 중국인 셈이다. 중국은 이란과 북한에 대해 어떤 종류의 조치를 지지하게 될까? 중국은 분명 당사국 모두가 진정하고서 평정을 유지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문제는, 일촉즉발 상황이 세계가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주 혼돈스럽고 폭발하기 십상인 조건에서 위험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저런 (우발적)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상당수 장교들이 어딘가에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 두고 있다가 실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연찮게든, 아니면 작심을 하고서든 말이다.

우리는 [뭔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주의가 필요한 시절(interesting times)을 살고 있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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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2 12:04 2010/06/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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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디 2010/06/02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_- 주의하기 귀찮은 시절이다. 켁

  2. 연애편지 2010/06/03 0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열시는 중국에게 쥐어졌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오랜만의 번역이 반갑지만, 심언니의 사퇴라든지, 서울 개표현황을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듭니다. 저도 심언니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서울 개표 현황을 보면서 차라리 비굴하더라도 냉정한 현실과 타협점을 찾아야 하나하는 암담한 생각마저 드네요.

    다른 지방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실 후보분들을 생각하면 이래서는 안되겠지만, 차라리 심언니의 이번 사퇴가 쇼크 효과가 되어서 좀더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나름 현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요?ㅠ_ㅠ

    • 들사람 2010/06/03 1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 들리는 얘기론, 노회찬 때메 한 언니가 안 됐다느니, 심상정 사퇴의 타이밍이 씨티즌 유의 당락을 좌우했다느니 하는 패악질이 또 시작된 모양이던데요. 한윤형씨 말마따나, 대체 생피를 얼마나 더 빨아가야 해갈이 될지 의문일 만큼 몰염치하다 싶더군요. 트위터에도 끄적였지만, 땜빵성 내지 마약성 승리주의에 눈 멀고 몸까지 망가질 게 아니라, 진정한 '형성의 정치'에 눈을 떠도 션찮을 판에 말이죠..;

      적어도 제가 보기에 이른바 민심을 읽는다는 건, 이런 정치(적 근육 키우기)에 필요한 게 무엇일지 보탬이 될 방향으로 이번 선거 결과의 맥락을 두텁게 읽어내는 일이지 싶습니다. 이런 면에서 한명숙의 선전을 봉사 문고리 잡은 격으로 겸허히 좌고우면하진 못할지언정, 아직도 사표론 운운하는 이들은 지루한 반복을 그만하자며 사실 그런 반복을 부추기는 자들이라고 해야죠.

      어차피 좌파정치란 게 당장은 쌍욕을 박카스처럼 노상 먹다시피하고, 또라이 소리도 듣곤 하다가 길게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저변을 넓히고 성장하는 거라곤 하지만, 도대체 민주개혁적 통합의 당위부터가 이미 현실과 겉도는 신학화된 교리문답이란 거나 깨달을 일이지, 굳이 좀비 마냥 저리 게걸스럽게 굴어야 하는 건지 정말 알다가도 몰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