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우리 홈에버 식구들은 요즈음 비정규직 철폐와 해고문제로 월드컵 상암점에서 전면 파업중이야. 요즘 뉴스 많이 보았니? 밖에서 우리 좀 응원해주지 않을래? 많이 응원 좀 부탁해.
그리고 *친구가 아는 사람들한테도 비정규 악법에 대해 설명 좀 부탁한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싸우고 있는지.

이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 여기 상암점에서 숙식을 하고 있어. 우리가 여기서 지면 모든 비정규 직원들이 정말 힘들어 질꺼야.
이길 때까지 열심히 싸울거야.

친구야!
많이 보고싶다.
싸워 이기고 나가서 만나자.
웃으면서 말이야.
그때까지 우리에게 많은 힘을 불어넣어 줄거지?
승리를 위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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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현실을 우려했던 것이 피부로 다가온 지금, 우리 노동자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너무도 힘들고 너무도 지루한 긴 터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노동자 한사람 한사람의, 심정을 우리는 실감하며, 절실히 현실을 대항하는 힘이 약하고, 너무도 지리한 터널인 것을 보면서도, 시원스럽게 달려갈 수 없어서 넘어지고 때로는 다시 일어나, 힘겨운 걸음마를 시작하는 우리를 바라보면서 서로를 격려하며 눈물을 닦아주며, 서로의 의지한 채 캄캄한 굴을 지나가고 있다. 얼마나 긴지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험한지 얼마나 답답한지 보는 이는 알 수 있을까?

우리의 지금 현 시간을 살다보면 다가올 수 있는 시간이기에 초연히 바라보지만 너무도 시점을 볼 수 없기에 우리는 지치고 지치지만 달린다. 내달리며 미래에 기둥을 세울 것을 꿈꾸며 바라보며 달릴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정말 마음 크게 벌리고 하늘을 향해 크게 웃는 세상을 기대하며 지루할지라도 힘들지라도 내일을 보며 지금은 참고 견디며 터널을 통과할 것이다. 지금 어려움이 내일의 희망이 된다면….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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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 보시오.

푸른 물결 붉은 물결이 출렁이는 이곳 현장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피눈물이 흐르는 곳. 이곳은 노동자의 한이 뭉친 사명 띤 현장.  이곳에 오기 전엔 내가 아니면 누가 해주겠지? 하는 어리석은 마음이 가득 차 있었고, 또 하면 뭐 얻어지는 게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모두의 힘이 되고 하나 되어 뭉쳐 있으니 ‘단결의 힘’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알 것 같았어요.

모두들 집 걱정 남편·아이들 걱정에 불안해했지만 현장에 와서 보니 우리의 주장, 우리의 권리는 찾아야 소리쳐서 이 거지같은 세상을 박살내야겠다는 생각이네요. 두 주먹 불끈 쥐고 이 투쟁이 우리의 모두의 힘을 실어내도록..

그래도 마음 편히 여기 와서 투쟁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당신께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그랬죠? 우리 집은 거꾸로 되어 있다고. 그래도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이 투쟁이 끝나고 웃는 얼굴로 현장에 복귀할 땐 아줌마들의 힘있는 파워~ 지켜봐주시고 꼭 승리할 겁니다.

여보, 파이팅~

그리고 당신의 생일인데 신경 못써준 것은 미안해. 투쟁의 승리가 되면 이것 또한 당신에겐 더 없는 선물이 될 것 같네요.

여보, 그날을 위해 파이팅이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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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직원에게

여러 날들을 우리와 함께 하느라 무척이나 고생이 많은 줄 아오.
하루 종일 움직임 없이 서 있으니 그 얼마나 힘드시오.

여러분들도 우리와 같이 월급쟁이, 비정규직임을 우리들도 그리고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지만 현실에 각자 주어진 업무에 소홀함이 없고져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는 게 아니겠소.
서로가 무슨 죄가 있겠소만 조금씩 현실에 귀 기울여 준다면 며칠째 집에도 못 들어가면서
투쟁을 외치는 우리들을 이해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소.

또한 조금씩 우리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가정을 등 뒤로 하고 투쟁을 외치는 우리 비정규직들을 충분히 이해해 주실거라 믿소.

보안직원 여러분, 힘들겠지만 서로 미워하는 마음, 경계하는 마음 갖지 말도록 합시다.
끝까지 싸워서 승리할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지지해 줄거라 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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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내가 노동의 투쟁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니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이 현장에 있다.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에
내가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내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런 우리 투쟁이 결코 헛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노동의 투쟁을 하면서 많은 시민의식이 결렬되었다는 것에 한편의 분노를 느끼며 한편으로는 내가 이 투쟁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나도 그랬을 것이다.

새로운 의식 전환이 되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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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문

시민 여러분 길을 가다가 투쟁 현장을 보시면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마시고 왜, 무엇 때문에
투쟁을 하는가 관심 있게 봐 주시고
희망의 한 말씀이라도 해주세요.

이것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의 투쟁입니다.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 자녀의 미래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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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회장님. 아니 장로님

신앙인의 양심으로 돌아가셔서
장로님이 믿는 또한 내가 믿는 예수님을 욕보이지 마세요.
많은 복을 받으신 존경받을 장로님.

장로님을 복주실 때는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고 소외된 자와 함께 하라고 복 주신 겁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하였습니다.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마시고 가진 것 나누시고
더 많은 복 누리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요구는 소박합니다.
일자리, 안정되게 해 달라는 것 -
있는 자리에서 불안하지 않게 일하게 해 달라는 것.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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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야.
우리는 잠 못 자고 있는데,
성수야 잠이 오냐.
빨리 나와서 말로 하자.
서로가 힘들고 우리가 요구하는 비정규직법을 떠나 들어다오.
너도 살고 우리도 살자.
힘들어서 못살겠다. 집으로 좀 가자.
박성수가 하나님을 믿는다면, 정말 조금의 양심과 믿는 마음이 있다면 주님의 이름으로
박성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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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엄마 오래오래 살아서
끝까지 너희들을 보살펴주어야 마땅하지만,
굳이 떠난다면 떠나야만 한다면
참으로 미안한 마음뿐....

엄마가 정말 너희들에게 바라는 게 꼭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너희 셋. 진우, 보라, 정우

세 형제가 정말 우애 있는 형제로 한 평생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길 바랄뿐이다.

서로 서로 엄마가 되어주고, 아빠가 되어주고
사랑하고 의지하면서 세상의 누구보다 우애스런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진우, 보라, 정우야
정말 정말 사랑한다.

엄마가 죽으면 엄마의 시신을 반드시
기증으로 병원에 부탁해다오.

엄마의 눈, 심장… 등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사람에게 새 희망을,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증"을 해 주어라. 엄마 마지막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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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위원장님, 간부 조합원님께.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위원장님과 간부님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입사한지 6년차 비정규직인 저는 처음으로 노조원으로서
투쟁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경찰과 맞설 때 그 심정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허나, 지금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지치고 힘드실 때 저희들이 뒤에 있다는 걸 잊지 마시고,
힘내시고, 저희들을 잘 이끌어주십시오.
항상 건강하시구요. 꼭 이 투쟁이 승리하여 다 함께
기뻐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2007년 7월 3일

중동 분회 노조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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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님.

저희는 홈에버 직원입니다. 저희가 투쟁하고 있는 것을 아시는지요? 저희의 꿈은 소박합니다. 가족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서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을 국회에 통과하시고 시행하는 것이 사실은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법이 노동자를 거리에 내 쫓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법이 잘못되면 고쳐야하지 않나요? 50년 살면서 제가 생존권을 위해 제 일터에서 투쟁할 거라고 생각 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대통령을 존경하게 해주세요. 저희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2007.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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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께

지금은 편지 쓰는 시간이에요. 이 순간 노조원의 처참한 심정을 가장 소중하고 존경스런 아님 아무나 기억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래요.

무더운 날씨에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당신께 씁니다.

내가 힘든 역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지만 언젠가는 희망이란 두 글자가 우리 가족을 위해 비추어 주리라 믿으며. 항상 미안하고 그래요.

하루가 지나면 힘든 고통이 끝나리라 믿었건만 인생이란 그렇게 안 되네요. 또다시 또다른 또 고통의 나날이 다가오네요.
이게 인생인가봐요.

사랑하는 미진이 아빠, 미선이 아빠! 제일 존경스럽습니다.

매사에 열심히 사시고 노력하고 인생의 맛을 느끼며 사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애들한테도 항상 아빠의 그림자 모습을 자랑삼아 얘기 많이 합니다.

우리 가족 모두 함께 행복한 가족 맹그러가요.
건강하고 멋진 인생 맹그러가요. <화이팅>

2007년 7월 3일

- 사랑하는 아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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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께...

저희들은 이랜드 홈에버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사원들입니다.

이렇게 농성하는 우리들을 탄압하는 박성수를 만나고자 이렇게 힘들게 농성 중입니다.
이미 여러 공중파에서 보고되었듯이 우리는 비정규직 악법을 철폐하고자 하며 우리들의 자리를 지키고자 합니다.

저희들을 이해해주시기 바라며 이 농성이 끝나서 근무에 복귀하게 되면 보다 나은 서비스로 고객님들께 보답하겠습니다.

조금의 불편을 잘 참아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홈에버 비정규직 일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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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일째구나? 전화만 하면 울어버리는 막내아들아!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어린 줄 알지만 엄마는 더욱 정의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 너희들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구나.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너무나 힘들고 괴롭지만 참고 이겨낸다면 너희들은 노동자가 되어도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에서 살수 있지 않겠니? 엄마가 너희들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자본가와 어깨를 나란히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구나.

사랑하는 큰 딸, 혼자 기말고사 준비하느라 많이 힘들지? 정말 미안하구나. 엄마가 어깨도 주물러주고 학원에서 오는 길 무섭지 않게 마중도 나가야 되는데, 정말 미안하구나.

이 세상이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날이 오면 이 모든 것을 엄마가 다 보상해 줄게. 조금만 더 힘내자.



***



어젯밤, 어제 홈에버 상암점 비정규직노동자분들이 점거투쟁을 벌이는 현장을 지지, 지원차 들렀더랬슴다.

"다 내 탓이오" 따위 도덕률의 멍에일랑 훌훌 털어내셔설까요, 더는 삥뜯기는 소모품 취급 안 받겠다는 "자존감"을 회복하셔설까요, 분위기는 생각보다 활기가 넘치드라구요. 물론, 힘겨운 투쟁에 따른 '피로감' 자체를 완전히 떨쳐낼 순 없었다곤 해도 말이죠.

암튼 그렇게 현장을 들렀다가 노동자분들이 가족을 위시해 '세상'에 말을 건네고자 쓰셨다는 편지를 읽을 수 있었는데요, 읍소나 온정에 기댄 '순박한' 내용 말고도, 맘 속으로부터 어떤 '울림'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담겨 있더구만요.

보다 더 많은 이윤을 짜내야 한다는 '자유시장'의 명령에 따라 이 땅을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의 "살림살이" 따위 거추장스런 비용으로밖엔 볼 줄 모르는 자본(가)의 윤리감각, 그리고 이런 감각을 살찌워주는 사회-제도적 조건을 따져묻는 일만큼이나,

그런 조건 속에서 "매출증대"와 "브랜드가치 제고"란 이름 아래 사실상 삥을 뜯겨온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의 속내와 바램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이
뭣보다 중요하겠다 싶어, 함께 계셨던 분들하고 온라인 전파에 필요한 타이핑 작업을 했더랬지요.

편지를 읽다 보니, 현장에서 점거투쟁중인 분들과 '우리' 사이에 정말이지
"우린 모두 저마다 다르다"는 점 빼고 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려워지더라구요.

주류 방송이나 언론서 녹음기 튼 것마냥 흘려대는바, 저분들의 투쟁이 몹시나 언짢고 불편하다는 '시민'들이란 도대체, 정확히 누굴까 새삼 의아해지기도 했구요.

비록 현장에 함께 있진 않으시더라도, 또 그러기 힘든 상황이시더라도
홈에버 상암점에서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맞서 싸우는 분들이 다
우리 어머니이자, 친구이자, 그닥 멀지 않은 지인들이라 생각하시고
맘으로나마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하는 까닭임다.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이야 어떻게 돈벌이를 해도
주일날 가뿐하게 십일조하고 죄사함 받음 된다시는,
전능하신 주님께서 함께 한다지만

이런 류의 싸움일수록 뭣보다 두려운 건 사실,
"고립감"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각자 선 자리에서, 이분들의 말이 무기가 될 수 있도록,
고립감에 두려워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셨으면 하는 바램임다.

기왕이면 읽지만 마시구,
여기저기에다 마니마니 퍼날러도 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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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22:07 2008/03/12 22:07

 

 

2007년 5월께, 김명인 <황해문화> 주간께서 프레샨에 기고한
5.18 광주 민중항쟁 관련 글을 읽었슴다.


근데 여기에 "국민"이란 네티즌이 5.18 학살/민중항쟁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며 댓글을 달아놨더군요.

그걸 보자니, 좀 까칠해져선 저도 냉정하게 돌이켜본 5.18은 이렇더라며 댓글을 달았더랬슴다만.. 아래 글이 그 글임다.ㅋ;

국민이란 작자가 싸지른 글을 보고 있노라니, 아무리 극우적인 진술이라고는 해도
'국가'란 공동체 형식 안에서 과연 성원들간의 '대화합'과 '통합'이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새삼 들더만요.

이런 '통합의 정치'가 '진보적'이란 꼬리표로 차별화를 추구한대서
그닥 달라질 게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건 물론이고요.

보니까 (한때는 아쉬우나마 '자주민주정부'의 싹수가 보인단 평도 받았던ㅋ)
이 '참여정부'의 교육부에선 "5.18은 계획된 학살이 아니"라(고 사실은 설레발치)며
이 시기 국가폭력에 맞서 싸운 주민들의 움직임을 어디까지나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날린 모양이던데..ㅋㅋ;

"전쟁이 (근대)정치의 연장"이라 했던 클라우제비츠나,
이걸 비틀어 "(근대)정치는 전쟁의 연장"이라 일갈했던 푸코 말마따나
이른바 '국민통합'이란 설사 이뤄진다 한들 역시나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도 싶고..

그니까, '전쟁'과 '내전'은 자본-국가를 자웅동체로 하는 현존 세계(체제)가 연명하려 드는 한,
내내 우릴 피곤케 하는 대내외적인 만성질환이 아니겠냔 검다만..ㅋ;

이런 짜증스런 체제에 대한 '저항'과 더불어,
그런 체제를 뒤엎을 다른 삶을 구성하는 '형성'의 정치라는 이중과제가
상정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겠지요.ㅎ

일케 보믄, 어설픈 상호존중에 기초한 통합과 대단결의 정치가 아닌
'긍정적인 분열'을 자극하는 (집합적) 주체형성의 정치가
더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 아닌가시포요.

***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냉정한 평가/국민

광주폭동은 호남의 희망인 김대중 구속에 분개한 민중이 경찰서습격 도청점거 교도소 공격 등 폭동 일으킨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무장폭동의 미화는 세계인이 웃음거리다. 억울한 희생자도 있으나 희생자준 건달들도 있는데 이들 모두 국가유공자 대우해주는 참으로 웃기는 나라이다. 무슨 놈의 폭동참가자 수천 명을 국가유공자 만들고 천문학적 국가예산 펑펑 부어주는지 이런 나라가 동서고금 이 지구상 어디있나? 한심하다. 역사는 왜곡된 광주폭동을 정확히 평가해야한다.


냉정하게 말해 5.18 학살은-

미국 행정부를 오야붕으로 하는 '자유진영'의 행동대장, 달리 말해 대한민국 지부 캡장으로 활동을 명받은 전두환 도당이 (딱딱한 말로는 '내적 평정'이라고 하는) "질서와 치안" 확립차 벌인 '대국민정화' 조치다.

즉, 1945년 이후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 지구적 질서로 자리잡고 있던 반공-자본주의 체제의 영속성을 (비록 야무진 몽상였다곤 하지만ㅋ) 한반도 지역에서 드높이고자 공갈협박 속에 이뤄진 연성 제노사이드였다는 얘기다. 한반도 주민들이 단지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그토록 어이와 속절없이 송장처리된 걸, 그저 전두환 도당의 편견과 무식의 산물로만 볼 수 없는 까닭이다.

이후 이른바 빨갱이 척결차, 다시말해 국민됨의 '불순물'을 제거한다는 '녹화사업'차 군대에서 이뤄진 온갖 훈육(및 살인)조치들을 상기해보면, 5.18은 그저 몇몇 또-라이들의 품성이나 자질 문제로 환원하고 말 사안이 결코 아니다. 5.18로 죽어간 이들을 (터무니없게도) '국가'가 보듬어 안고 '기념'한다는 게, 정작 그들이 죽어나간, 그네들의 존엄한 생이 그토록 어이 없게 이지러져야 했던 맥락을 지워버리는 데 불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네들의 죽음을 능멸하지 않으려면(바꿔 말해 이들의 죽음을 제대로 기억하려면), 이네들이 항쟁 기간 동안 보여줬던 '살아있음에 대한 열망'(대한민국 정부의 평정 조치가 잠시 수그러든 동안 주민들이 보여준 상호부조적이고 자치적인 면모)을 '국민통합형 국가의례'의 틀 따위에 우겨넣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단 얘기가 되겠다.

대한민국의 모양새가 번듯해질수록, 달리 말해 대한민국이란 데서 점점 더 뽀대와 가오가 선다는 자본주의적 발전 양상이 도드라질수록 저런 국민 같은 부류들이 엄연한 대한민국의 구성원이자 시민-국민으로서 당당히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건, '진정한 국민됨'이라는 게 결국 5.18 같은 기억들을 누락시키거나 기억하더라도 '화장빨용' 소재로 왜소화시키는 쪽으로 수렴되기 마련임을 방증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좋은나라만들기운동본부' 식의 접근법이 사상적-문화적-정치적 내전을 피할 수 없는 까닭이자, 사실상 아득한 신기루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다소 추상적이나마, 5.18의 기억을 좋은나라만들기의 질료로서가 아니라, 그 좋다는 나라의 내부로부터 나라에서 빠져나오는 데 필요한 무기로 곱씹는 작업이 그래서 필요하잖나 싶다. 이런 기억의 공유과정이 '좋은나라'(라고들 하는 조직)에 너덜하니 구멍을 낼 구체적인 삶의 공간(들)로 결실을 맺어야 하지 않겠냔 거다. 내전 및 전쟁의 뇌관을 지니고서 온갖 해악적 분할선이나 조장하기 마련인 국가-자본의 광기 어린 스텝에 시달리지 않을 자율적 자치공간의 창출이랄까.

근대국가가 국민/민족의 국가란 자기규정을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러워하며 명실공히 자본의 국가임을 차츰 드러내온 지난 20-30년 간의 상황에 비추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그리고 이의 변주형태인 '좋은나라 만들기(내지 선진화)'라는 신기루 이종세트로부터 차차(동시에 철저히) 벗어나지 않음, 우린 21세기를 맞아 국민(대내적으론 시민)이라는 괴물의 숙주로 살아가기 십상이지 않을까 싶다--자발적이냐 수동적이냔 차이가 있다면 있달까.

이렇듯 꽃을 든 괴물이기 십상인 국가-경제발전 경로와는 '다른 길'을 찾아나서(거나 그런 길을 닦을 저변을 넓혀)야 하지 않겠냔 거다. 이는 물론 반체제 운동을 통해 세계 도처에서 이미 상당 정도 진행중인 것이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지리적으로 상이한 운동(들)의 '사회적 시차'를 차츰 줄여가는 일일 터.

5.18 광주 민중항쟁을 자본의 세계화가 한껏 독이 올랐다는 이 시점에 기억해야 한다면 그건, 이런 점을 환기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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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22:06 2008/03/12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