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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책을 동시에 열어젖히기

무더운 여름, 그리고 바쁜 일상.

누구처럼 냉장고에 머리를 들이 넣어도, 시원치 않는 폭염이다.

물론 내 방의 냉동고에 내 머리가 들어가진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 몇가지 추측도 가능하다.

 

1. 냉동고를 비롯해 냉장고 크기가 너무 작다.

2. 냉동고는 비록 자신이 작지만, 들어오려는 주인 머리통이 크다고 느낄꺼다.

3. 그리고 지금 당신도 냉동고에 머리 넣는 상상을 하고 있거나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바쁜 회사생활과 폭염에도 불구하고, 꽤 그럴싸한 취미 하나를 얻었다.

언젠부턴가 텔레비전을 위한 케이블 - 케이블이야 말로 휴일을 방바닥에 뒹굴며 보내게 만드는, 나의 게으름의 원천이다 -  을 끊었고 그럴때면 조금씩 나의 조그만 방을 소설, 사진집, 시, 역사, 수필, 만화 그리고 맥주잔으로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처음엔 학교다닐때부터 읽고 싶은 무거운 양장본의 책이 선을 보이다가,

어느 덧 너무 무거운 책을 잠시 물리고, 다시 얇고 가벼운 책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러다가 얇은 책 마지막 장을 읽고서는 또 올 여름 한권을 책을 던졌다는 흥분이 밀려온다.

여기엔 약간의 씁쓸한 후회도 있는데, '무협지'를 읽고 난후 느낀 분량과 감흥의 엇박자가

남기는 '빼앗긴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 뒤섞이기 때문일거다.

 

아직 방에는 첫장을 펼치고 끝내지 못한 녀석들이 나뒹군다.

모두 표지부터 마지막장까지 읽고자 하는 책이라면 아마도 그 압박감에 기절해 버렸을 것이다.

 

케이블을 끊어버렸다는 점에서 사악한 주문을 벗어버린 난, '해리'에 버금가는 마법사다. ^^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을 때에는, 살며시 케이블이 분기되는 박스를 열어 나의 텔레비전으로 곧장 뻗어 있는 동축케이블을 살며시 잇고 오곤 한다. 사실 국가대표 축구경기 정도라면 그 사악한 주문에 다시 걸리고 싶다.

 

회사생활 3년차에 찾아온 '책읽기' 습관에 스스로 대견해 하며, 난 오늘도 무거운 책 하나 읽다가 쓰러져 잘거다. 그리고 어제도 책 몇장 읽었음에 기뻐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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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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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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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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