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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3. 농민 문제에 대한 올바른 실천적 방향은 무엇인가

발제 3.  농민 문제에 대한 올바른 실천적 방향은 무엇인가


- 양갱



1. ‘민족농업사수하자!!’에 대해서


 ‘민족농업 사수하자!!’라는 슬로건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이러한 슬로건이 대다수다. 전농이라는 단체의 성격과 현재 남한 운동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세력의 성격, 그리고 농업이라는 토지와 연결된 문제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안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슬로건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나는 이 슬로건이 그다지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족모순을 앞세워서 자본주의 근간을 이루는 계급모순을 은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농업개방의 문제도 자본주의의 항상적 세계화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근본적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족이라는 개념은 모순의 근거를 자본주의가 아닌 민족간의 지배, 피지배관계로 돌려버린다. 결국 근원을 회피하는 투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자국의 자본가를 옹호하는 이론까지 나오게 됨으로써 철저히 계급모순을 지워버린다.


 민족이라는 관점은 자본주의를 설명하지 못한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지가 존재하던 시기에는 민족해방이라는 운동이 제국주의 모순 타파와 맞물리면서 계급운동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시기에서 민족해방운동은 자칫 우경화의 가능성이 높고, 그러한 부분으로 흘러들어간 부분이 많기 때문에 경계해야한다. 지금에 있어서 민족주의란, 자민족중심의 관점 말고는 도출해내는 것이 없다. 이는 체제변혁에서 필수인 노동자국제주의 관점을 흐리게 하고, 민중들의 우경화를 도울 뿐이다. 미국은 무조건 못된 놈이고, 한국은 피해자라는 망상은 떨쳐야 한다. 착취하는 자는 자본가이고, 억압받는 자는 노동자민중들이다.


 그리고 민족주의의 다른 오류는 ‘일국에서의 농업을 보호하자’라는 요구를 함으로써 체제변혁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자본주의란 것은 지난 봉건적 잔재를 쓸어버리고 생산력을 증대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평가된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의 삶이 피폐하게 되었지만 지난 체제보다 상대적인 긍정성이 포함된다는 얘기이다. 민족주의적 슬로건은 그것을 무시하고 있다. 그저 농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무조건적으로 그들에게 맞추어가고 있을 뿐이다. 솔직히 값싼 농산물이 들어왔을 경우 농민을 제외한 사람들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마트와 같은 대형할인점이 동네에 들어섰을 경우 구멍가게 주인들이 결사반대를 하더라도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이다. 생산력의 발달에 의한 진보를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진보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산업재편의 무정부성은 이러한 과정을 폭력적으로 진행하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지점에서 농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밖에 없는 현 체제-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대로 말해야 한다. 그것이 자본의 무정부적 세계화에 따른 피해를 없애는 방법이다.



2. ‘쌀 개방을 막고 식량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민중에게로’에 대해서


 이 슬로건이 민족주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 슬로건을 외치는 사람들은, 지금의 농민의 상황이 신자유주의적 모순에 있다고 보고, 억압받는 민중들에게 이를 거부하고 타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식량주권’2)의 개념은 신자유주의가 초국적자본의 이익만을 향상시켰다고 말하면서, 빈국과 민중의 권리를 지켜내자는 것이다. 이 슬로건에서 말하는 민중의 식량주권에서 우리는 농민의 소유욕을 인정하고, 그것을 초국적 자본으로부터 지켜내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이 WTO를 격파하고 민중에 대한 억압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 구호의 모호성은 농민, 민중, 국가를 동일선상에 놓음으로써 극명히 보여준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부르주아의 집행기구인 국가를 저항의 주체로 올려놓았다는 점은 그들이 자본주의 모순 철폐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그리고 농민과 민중의 소유욕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의 이해를 지켜 내려는 모습은 마치 WTO의 위기가 자본주의 모순인 항상적 세계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책의 모순으로 생겨난다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다. WTO를 책동하는 자본주의 구조 반대의 투쟁이 아니라, WTO정책 반대로 내걸어버리는 정치의 후퇴인 것이다.


 그들의 정치는 민중에 기반을 둔다고 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구조 속에서 모든 민중들은 예와 달리 억압받고 있고, 여기에 기반한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자본주의 시대의 특징이다. 자본주의가 태동하면서부터 농민들은 끊임없이 임노동자로 전락하거나, 자신의 땅을 빼앗기게 되었다. 여성들은 가사노동,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게 되었고, 장애인들은 자본의 이윤추구 과정에서 언제나 배제되어 있는 집단이었다. 신자유주의만의 특징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노동자계급 중심의 운동에서 타파될 수 있는 것이다.


 민중은 단일한 이해를 가지지 못한다. 그들의 계층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억압받는 민중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계급은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등등등 무수한 민중들이 자본주의 시대에서 억압받는 것은 옳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해가 단일하게 자본주의 철폐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노동자가 아니고서는 그들의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거부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들의 운동은 자신 계층의 이해를 반영한 자본주의 체제안의 운동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중들이 저항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민중들은 단일한 이해를 가지지 못한다고 하여도, 항상적으로 억압의 과정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들은 저항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의 올곧음을 지켜야 한다. 농민들은 농민의 소유에 기반한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철폐해야한다는, 즉 자본주의를 철폐한다는 운동을 승인하고 그 운동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때 비로소 농민은 저항의 일주체로서 체제 변혁 운동을 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여성, 장애인, 빈민 등등 모든 민중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3. 실천적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의 상황에서 농민들의 정치에 꽁무니 쫓아가기 식으로 부합하는 것은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의 방향성을 실추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농민의 정치에서 목적의식적으로 결합하여 농민의 정치가 아닌 노동자의 정치로서 세상을 함께 바꾸어 나가자고 말해야 한다. 앞에서도 계속해서 말했듯이 우리의 정치는 프롤레타리아의 정치가 되어 그것을 알려나가고, 현 체제를 무너뜨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이번 주 토요일 두 곳에서 집회가 열린다. 농민대회와 학습지교사들의 투쟁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농민대회의 상황은 이경해씨 자결 1년 되는 날로서 운동하는 단위들이 모여서 WTO개방반대를 외치는 것으로 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실천적으로 결합하여 프롤레타리아의 정치를 펼치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활동의 집중의 면에서 우리는 후자의 집회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학습지 노동자들은 현재 떨어질 곳조차 없는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들이며, 이러한 노동탄압에 맞서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비정규직의 투쟁이 노동탄압에 의해 공격당하고, 이주노동자 투쟁 또한 절벽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개방반대의 활동가들이 모여서 압력을 주는 집회보다는, 노동자대중이 직접 나서서 참여하는 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대중운동이 더욱 유의미하고 효율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엄혹한 현실이다. 노동자계급의 중심성은 무수한 노동탄압과 개량주의의 유혹 속에서 풍전등화의 운명이다. 우리는 노동자계급 중심의 수호를 위해 더욱 강고한 연대와 활동을 펼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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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량주권이란 곧 초국적 자본과 농산물 수출국들의 식량독점과 침탈에 맞서 농민과 민중, 각 나라가 자신들의 농업과 식량정책을 규정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생산, 토지, 종자, 물 등을 생산주체인 농민들이 조절 통제할 수 있는 권리, 나아가 안전한 식량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자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생산과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각 나라의 권리를 포함하는 '민중의 식량주권'을 의미한다.” -파병철회! 노무현 퇴진! 전학투위 선봉대 자료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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