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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1/26
    약속
    딱지

약속

늘 부모님께 컴터와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 드린다고 약속해놓고 한번도 지키지 못했다.

부모님도 자유롭게 웹서핑도 하고 컴터로 여러가지 작업을 하고싶어하셨을텐데

동생과 내컴터를 쓰시는걸 미안해 하셨다.

그동안 살아오시면서 자식들 바먹이랴, 공부가르치랴 온갖 사는일에 치이셔서 컴터학원 다니겠다는 맘도 먹으셨다가 가족들하고 살궁리하느라고 제대로 배우지 못하셨을 부모님을 다시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집에 인터넷이 연결된 컴터가 두대가 있고 사용하지 않는 컴터가 두대 더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부모님께 컴터를 넘겨준적이 없는것 같다.

혹여나 뭐 잘못 눌러서 컴터 망가지면 자식들이 짜증낼까봐 눈치보느랴 컴터도 맘대로 못하시고,늘 가르쳐주겠다는 공수표만 날린 자식에게 불평한마디 안하셨던 우리부모님.

 

얼마전부터 온라인 바둑에 푹빠지신 아버지가 나에게 조심스레 컴터를 가르쳐 달란다.

갑자기 한쪽 가슴구석이 퀭해지는데 뭐랄까 딱히 형용할 말이 없다.

늦게 배운 컴터와 웹서핑에 재미를 붙인 우리 아버지, 10시 땡치면 주무시더니새벽1시반까지 컴터 앞서 떠나실줄 모른다.

 

왜이렇게 마우스가 말을 안듣느냐며 불평아닌 불평을 하고, 아직은 손에 익지 않은 마우스와 컴터 자판이 답답해 하면서도 꼭 배우고야 말겠다 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얼마나 배움에 갈증이 심하셨을까를 헤아려보면 참으로 미안하다.

아빠는 졸리시다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는데 참 뭐랄까 왕 귀엽다 못해 너무 멋져보이고, 아빠 옆에서 과일깍아주면서 딸래미에게 이것저것 배우는 엄마의 빛나는 눈동자는 소녀같았다.

안방으로 돌아가시면서 낼도 꼭 가르쳐줘야한다 하며 한마디 하신다.

아마도 배우고 싶음에 대한  갈망일테다.

그동안 맨날 집에서 놀면서(?) 가르쳐 드린다는 공수표만 날려 미안하고, 부모님이 컴터쓰면 인상쓰지 말아야지.

울엄마아빠,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늦은거 절대아니니깐 자신감 가지고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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