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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5
    [독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
    겨울철쭉
  2. 2007/08/29
    [독서]여행의 기술(2)
    겨울철쭉
  3. 2007/06/12
    [독서]여행자의 로망 백서
    겨울철쭉

[독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여행을 앞두고 읽은 "여행도서" 중 하나.
전우주적인 농담을 엽기발랄하게 진행하는 책이다.
다만 5권 합본인 이 책의 쪽수는 1236쪽에다가, 두께가 상당해서 가벼운 책이지만 질량은 꽤 나간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서 볼만한 책을 책상에 좌정하고 봐야하는 고통이 있다. (그래서 다섯권을 따로 사는게 좋을 수도 있는데 다만 2000원이 비싸다.)

마치 여행안내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책이다.
여행안내서라면 우리나라건 너무 딱딱한 편이고, Lonely Plenet 같은 경우만 해도 어떤 도시를 "쇼핑몰만 있는 형편없는 도시"라고 말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자유분방한 편.(사실 책 제목도 애덤스가 여행하다가 "유럽을 여행하는 히키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착상한 것이다.)

이런 책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루이스 캐럴의 말장난의 계보를 이은 것같다. Give me your hand(도와줘)라고 하면 로봇 마빈이 자기 팔을 떼어준다. (영국식 말장난 유머라고나 할까, 이해하기 쉽지 않다. ─.─;;) (위에는 영화에 나오는 "안내서"이미지. "겁먹지 마세요"라고 씌여있다.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문구다.)

영국에서는 라디오드라마로 시작했고 책으로 나왔다. 나름대로 코믹SF라는 장르를 뚜렷하게 형성한 웃기고 재밋는 책. (하지만 시시껄렁한 영국식 유머에 간질나는 분들에게는 비추.) 뜬구름 잡는 말장난만은 아니고, 우리가 사는 사회의 웃기는 짬뽕들이 우주적 차원에서는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 다룬다고나 할까.

워낙 유명한 책인데다가 영화도 나왔기 때문에 내용소개는 필요없겠지만, 소설에서 남성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한두개가 아니라 백개 이상 단위로 빠진 것같고, 여성들은 그나마 "제 정신"에 가깝다.(가장 괜찮은 생물은 돌고래인데, "그 동안 물고기는 고마웠어"라고 노래하고 그냥 지구를 떠나 버린다. 어디로? 알게뭐야) 그게 아주 자연스럽게 읽히는 걸 보면, 현실에서도 그런 경향이 뚜렷하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다.

여튼 책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해함(Mostly Harmless)이라 할 수 있다. (이건 지구에 대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설명이다.---여기 소설책 말고 그 설명서 말이다---전체가 두 단어나 된다;; 이 책의 5권 제목이기도 하고.)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은 마빈인데, 우울증에 걸린 로봇이다. 아.. 너무 아는 것도 많고 고민이 많아서 그렇다. 영화에는 이런 이미지로 나온다. 머리가 행성만큼 크고 특별히 설계된 GPP를 갖고 있다. GPP? "Genuine People Personalities" 크크



사실, 영화는 책에 비해서 좀 실망스러운데, 너무 "그럴 듯하게" 결론을 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우주는 말도 안되게 엉망이라야하거든. 그래서 영화에서는 딱 두개, 마빈의 이미지와 돌고래들이 부르는 엽기발랄한 노래(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만은 맘에 든다.
마빈은 위에 이미지, 돌고대들의 노래는 아래 동영상.



가사가 이렇다. (시작하는 부분의 영화 자막까지)

"사물들이 겉보기와는 항상 똑같지 않다는 것은 중요하고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자기들이 가장 지적인 종족이라고 늘 알아왔지만, 알고보면, 인간은 3번째 영물밖에 안되고 두번째 영물은 돌고래로서, 흥미롭게도, 돌고래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의 종말이 임박해 있음을 알아왔다.

그들은 인류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수많은 시도를 했으나, 인간들은 돌고래들의 대부분의 의사소통을 축구공을 펀치하거나 생선 한조각을 먹고 싶어 휘파람을 부는 등의 인간들을 즐겁게 하는 놀이 정도로 오해를 하였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그들 자신만이라도 지구를 단독 탈출하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심지어는,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마저 오해를 하였는데, 휘파람 불며 고리를 뒤로 재주넘어 통과하는 묘기를 하기 위한, 고난이도의 놀이 정도로 또 잘못 해석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인즉은 그 메세지는 이랬다 "
        
잘있게들, 그 동안 맛있는 생선은 고마웠어...
이렇게까지 되어서 너무 슬퍼   
우리는 너희들에게 알려줄려고 무진장 노력을 했건만,   
우리 가르침에 귀를 안기울이니 우린들 어쩌겠나   
너희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적인 경이로움에   
무신경하게도 존경하지 않은 결과라네   
안녕 안녕, 생선은 고마웠네   
너희 세상은 곧 파괴가 될걸세   
너무 안절부절 할 필요 없네   
그저 느긋하게 누워서   
지구가 네 주위에서 분해되도록 놔두면 되는거야
참치군을 쓸어가는 저인망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의 대부분은 착하고 괜찮은 종족이라고 생각했네   
특히 너희들의 임산부와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 말이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생선은 고마웠네   
만약 내게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맛있는 생선을 맛보고 싶어   
만약 우리가 한가지를 바꿀 수만 있다면,   
그건 우리 모두가 노래부르기를 배우는 것   
자 모두들, 어서요   
인간과 포유 동물   
나란히 나란히   
생명의 위대한 유전 풀 안에서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고마워!    
생선은 고마웠~~~~~네

아아, 이번 여행이 끝나면 언젠가 은하수 여행도 해야할텐데, 언제나 할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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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여행의 기술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여행을 준비하면서 잡다하게 챙겨읽고 있는, 여행에 대한 책들 중 한권. 하지만 가장 독특한 책이라고 할 만하다. 여행을 ‘낮선 곳에서 사진을 찍고 오는 행위’가 아닐 수 있게, 여행과 그 속에서 만나는 것들에 여행자가 스스로 의미들을 부여할 수 있도록 사고하게 하는 책.

 

글쓴이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다양한 장소들, 다양한 측면들.. 낯선 장소를 만나고 보고 느끼고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보들레르나 위즈워스, 고흐와 같은 예술가들의 말을 경유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국 숲의 덤불속에 어떤 생명에게서 나와 같은 시간대에 같은 행성을 살고 있다는 동류감을 떠올린다. 호퍼의 그림을 통해서, ‘외로움’과는 또 다른 ‘공동의 고립감’에 빠진다. 시나이의 사막에서 신이 빚은 위대한 창조 앞에서,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는 것을 느낀다. 남프랑스의 아를에서, 화가들의 작업이란 눈에 보이는 것들 중에서 화가가 보여주고 싶은 현실의 귀중한 특질들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점을, 고흐를 통해서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치는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해서도.

 

보통이 말하는 모든 곳에 가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나도 실험해보고 싶어진다. (다행히 보통이 언급한 몇 군데는 앞으로 다녀오려고 하는 장기간의 여행 예정지 목록에 들어있다.)

 

특히 러스킨을 통해서 말하는 이 부분은 인용해볼만 하다.

 

러스킨은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한 관심을 통해 다섯 가지 중심적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아름다움은 심리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수 많은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둘째,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

셋째,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 (앞서 보았듯이, 기념품이나 양탄자를 산다거나, 자기 이름을 기둥에 새긴다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를 포함해서)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심리적이고 시각적인)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해 쓰거나 그림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를 묘사하는 것이다. (문단나누기와 강조는 나) 


여행에서 마주친 대상들에 대해서 데생을 하거나, ‘말그림’을 그려보는 방식으로 우리도 러스킨이 말한 것처럼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다.(그것은 러스킨의 언급처럼 기념품이나 사진으로 이루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여행을 위한 영혼의 준비를 얼추 갖추었다면(아, 그리고 작은 스케치북과 연필, 노트도), 우리는 보들레르처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 이제 떠나야할 시간이다. (아, 아직도 준비가 너무 부족한데, 이 곳의 눈물은 이미 너무 많구나!)

 

열차야, 나를 너와 함께 데려가다오! 배야, 나를 여기서 몰래 빼내다오!
나를 멀리, 데려가다오, 이 곳의 진흙은 우리의 눈물로 만들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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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여행자의 로망 백서


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그러나, 갸날픈 인간이여, 살아남은 우리는 그 모든 상황을 '로맨틱'이라는 한 단어로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117쪽, 폭풍의 로망
"
 
노골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가진 것이 '로맨틱' 한 단어일 뿐라도, 로망이 있(었)다면 성공.
여행자가 꿈꾸게 되는 자질구레하고 잡다한, 그러나 당장이라도 짐을 싸고 싶게 만드는 로망들의 컬랙션. 손에 잡는 순간부터 내내 내 안에 있는(나 한테 그게 있기나 했었나?ㅎ) 방랑벽을 깨우는, 상상력으로 놀라운 책.
 
커피 한잔의 로망, 동물친구의 로망, 쇼핑의 로망, 이방인의 로망, 도장 꽝의 로망, 낯익은 문자의 로망, 길거리 낙서의 로망, 변장 여행객의 로망.. 그리고 시간여행객의 로망까지(오, 이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여행에서 경험해 보았거나 이야기 속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부터, 글쓴이들의 왕성한 상상력의 산물인 로망까지, 아, 정말 여행을 꿈꾸게 한다.
 
하나 하나 글 하나 하나와 함께 상상하면서 여행에 안달나게 만드는 책이지만, 덕분에 여행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듯. 또 여행에서 (어쩌면 다 똑같아 보일지도 모르는 미술관-박물관 틈에서) 더 많은, 생각치 못했던 것들을 보고 발견할 수 있을 듯.(사실 길거리 낙서의 로망같은 건, 느낄 줄 모른다면 어느 여행설명서에도 나오지 않는다.)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머리 속에 담아두게 만들고, 그래서 여행의 정신없는 순간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상상력 넘치게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나의 상상력도 자극하는 책이다. 상상력이 놀랍다.
 
나도 미처 몰랐던 나의 어떤 로망을 여행에서 더 발견할 수 있겠지. 나의 어떤 로망.
글쓴이들이 제시해준, 상상하고 느끼는 방법 덕분에 더 많은 것들을.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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