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툭툭

새벽 네 시, 문자가 왔다

 

[정리한다. 네 방 짐들 다 들고 나가라]

 

현기증. 머리가 베개 위로 낙하한다. 툭.

 

내 기억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지금까지 계속 보아오고 겪어온 일인데도 조금도 무뎌지지 않는다.

늘 현기증이 인다. 아빠는 이랬다, 늘. 가장 믿고 싶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존재. 나를 끊임없이 밀어내는 존재. 그래서 주말엔 집에 가야 한다. 이번엔 정말이다. 정말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아끼는 책 몇 권, 어릴 때 일기장들, 모아놓은 자료들만 들고 나오면 된다. 나머지는 청소하시는 분께서 남김없이 버려주실 테니까.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울었던 그날처럼 마음이 시리다. '나도 마츠코처럼, 본래 혐오스럽지 않은 사람이지만 사랑받지 못해서 혐오스러워진, 마츠코처럼, 되면 어떻게 하지.' 

우울했지만, 툭툭, 털어내버리자고 마음 먹었다. (사실 판타지로 보였지만) <가족의 탄생> 마지막 부분에서 문소리가 엄태웅을 문 밖으로 밀어낸 것처럼. 옷에 묻은 담배재를 털듯이, 툭툭.

 

그래도 어쩐지 그렇게 해버리면 그도 나도 서로 서러울 테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