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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0  나의 글쓰기  (6)
글쓰기  2008/03/20 22:02

나의 글쓰기

 글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욕구라고 생각해. 나를 드러내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 내 안에 그득한 그리움이기도 하고, 어떤 순간의 느낌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고. 도대체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는 답답함을 적나라하게 늘어놓고 싶을 때도. 이럴 때 우리는 글을 쓰지. 또 글을 쓴다는 것은 소통이기도 해. 무언가에 대해서 떠오른 생각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지금 내 기분이 이러니까 좀 알아달라고 할 때, 혹은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너에게 눈에 보이듯 일러주고 싶을 때. 그래서 글쓰기는 소통의 욕구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은 참 많아. 그런데 막상 글을 쓸라 치면, 전에 생각했던 것들은 정리가 되질 않고 오히려 머릿속은 하얗게 말라버려, 아무 생각도 안 나게 돼. 그래서 ‘난 참 생각 없이 사는구나’하고 스스로를 한탄하게 돼. 또 참 ‘거시기’했던 적이 있는데, 그걸 거시기라고 쓸 수도 없고, 도대체 요런 상황을 뭐라고 해야 할 지 막막할 때도 있어. 그래서 어디서 주워들은 몇 마디를 꾸역꾸역 A4지에 쑤셔 넣으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어. 아! 그리하여 이놈의 커서는 다음 줄로 내달리지 못하고, 옆으로만 왔다 갔다 하면서 어색하게 늘어놓은 단어들 속에서 눈만 껌뻑거리지. 그러다 결국 욕구불만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자리를 뛰쳐나가게 돼. 이렇게 하고 싶은 말도 잘 쓰지 못하는데, 하물며 뭔가 써야한다는 압박이 있을 땐 어떻겠니?

 

얼마 전에 채식하겠노라고 말해놓고, 이 기특한 생각을 남들에게 알리고 축하받고 싶어서, 채식에 대해서 블로그에 몇 자 써보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두어줄 쓰다가 포기했어. 이유는 난 채식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 왜 그렇게 아는 게 없을까 생각해보니, 그 전에는 채식에 관심이 없어서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게지. 뭔가에 대해서 글을 쓰려면, 당연히 그 뭔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거지. 인터넷으로 글 몇 개 찾아 읽고, 책 몇 권 들춰본다고 되는 게 아니라(이러면 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남의 말을 대신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좀 시간을 갖고 내 몸에 난 촉수를 멀리멀리 뻗어 놓고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또 내 항아리 안에 뭐가 있나 찬찬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웅~’하고 소리 내어 그 울림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기도 하고. 그래야 내께 튀어나오는 것 같아. 이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이걸 무시하고 급하게 글을 써내려가다 보면, 그만‘탁!’하고 막히는 것 같아. 그래서 이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

 

 2007년에 나 스스로 지키기로 한 약속 중 하나가 네이버 ‘한줄뉴스 안보기’였어. 네이버가 발 빠르게 그럴듯한 문장을 눈길이 닿는 길목에 척하고 올려놓으면, 지나치려다가도 무심결에 스리슬쩍 구미가 당기지. 그래서 어떤 때는 ‘아니! 이런!!’하며 흥분하여 클릭했다가 별일도 아닌 것에 감정을 쏟아내기도 하고, 낚싯글에 제대로 낚여 낭패를 본적도 있지. 이럴 땐 난 참 바보구나하며 씁쓸해했지. 그래서 괜히 헛심 쏟을까 더 이상 안보기로 마음먹었어. 우리가 어떤 글을 읽을 때, 많고 많은 글 중에서 내가 스스로 그 글을 선택했다고 믿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때가 더 많은 것 같아. 덩치 큰 조중동담넵(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 다음, 네이버)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기 십상이지. 그래서 어떤 글을 읽을지를 고르는 일도 참 중요한 것 같아. 더구나 내가 현장에 있었는데, 뉴스나 신문에서 완전 다르게 나올 땐 한껏 꼭지가 돌아버려. 이럴 땐, 아.. 나도 글을 쓰고 싶어! 내가 본 것을 전하고 싶어! 진실을 알리고 싶어! 이런 마음이 들어. 사실 그건 내 삶이기도 한데, 누군가가 자신의 입맛대로 요리조리 조각내고, 이리저리 붙여서 어깃장을 놓으면 무척 화가 나는 일이지. 그래서 내 삶을 내가 쓰는 것은 자존감 같은 거라고 생각해.

 

 작년 여름부터 진보네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여기는 또 다른 세상 같아. 아직 나는 제대로 글을 써보진 않았지만, 여러 갈래의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자기 색깔로 표현하지. 사실 나와 입맛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더 관심이 가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소통의 창구로서 블로그가 활성화되어 있고, 그 안에서 저마다 무지개의 한 자리씩 차지해서 반짝반짝하는 글을 포스팅하는 곳.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다짐했어. 나도 내 빛깔을 찾아 블로그 한켠에 내 자리를 만들거라고.

 

이 글이 세상을 향한 나의 첫걸음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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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0 22:02 2008/03/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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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2008/03/20 22:30
멋지네요.반짝반짝...
살림  | 2008/03/21 15:26
하루 / 이제 시작인걸요;; 암튼 올해 목표!!
이완  | 2008/03/21 21:42
ㅋㅋ오랜만~ 살림의 언어,,,무엇일까?
놀러오슈, 보고싶소
나미  | 2008/03/22 12:40
살림 글 좋아!! 마음으로 읽히는 글이야!
이완한테 놀러가좌~~~ 언제?
잔차  | 2008/03/23 16:01
이거 머야, 친절한 인간들 같으니라구.
살림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군하!!!
살림  | 2008/03/23 16:53
이완 / 나도 그대가 그리워~ ㅋㅋ 숑숑 돋아나는 복수초같은 언어?? 꽃피고 봄바람 살랑살랑하면 나비 쫓아 그곳에 닿을게요.

나미 / 마음이 전해졌다니 기쁜걸~ ^^ 정말로 도시락 싸서 이완네 놀러가자요!!

잔차 / 헐~ 어제 친절했잖아~ 선물도 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