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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7
    '생활습관을 바꾸어보자!'
    씨앗(산길)
  2. 2010/04/07
    [서평]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2)
    씨앗(산길)

'생활습관을 바꾸어보자!'

내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에서 물을 조금이나마 덜 더럽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맹물로 머리를 감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한 번 시도했었지만, 머리가 너무 가려워서 참지 못하고 하루만에 그만두었었는데 이번엔 한 달 이상 시도해보리라 결심했습니다.

때때로 너무 가려울 때 한두 번은 샴푸를 썼음을 고백합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 맹물로 감고 있습니다. 걱정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머리가 개운하고, 비눗물, 샴푸물이 나오지 않아서 마음이 가볍습니다.

단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보통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씩 감던 것을 하루에 한 번씩 감는다는 것이지요. 흠....

 

그리고 한동안 이를 닦을 때에 죽염을 사용했었는데 일을 그만두고 부모님 집에 있으면서 치약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독립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습관을 바꿔보기 시작했습니다. 뭐 완벽하겠습니까? 가끔 습관적으로 치약에 손이 가는 경우가 있긴 종종 합니다만~

 

목욕을 할 때도 비누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도 몸은 개운합니다. 땀이 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 비누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씻을 수 있습니다. 샤워기를 쓰던 습관을 바꿔서 대야에 물을 받아 써 보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화장실 문제였습니다. 부모님 댁도, 지금 사는 집도 수세식 화장실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재래식 화장실이라고 해도 똥오줌을 퇴비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수세식 화장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결국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들어가서 하수슬러지가 되어 바다에 투기 처리 되기 때문입니다. 습관을 바꾸어보고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결국은 친환경화장실을 지어서 퇴비를 만들어 쓰기 전에는 문제를 뿌리뽑을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당장 해결이 되지 않더군요. 하지만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말통에 오줌을 모아 삭혀 나중에 농장에서 퇴비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대변을 발효시킬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렵기에 마음 한 켠이 조금 불편합니다..흠.. 주변에 사람들이 안 살면 구덩이라도 파서 묻겠지만 하하핫.

 

화장실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을 살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관점이겠지만, 땅을 살리는 뜻에서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뒷물을 하게 됐습니다. 예전에 한 번씩 시도해본 것들이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없었고, 뒤도 시원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가볍습니다. 화장실에 쌓여가던 화장지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 무엇보다 가장 마음도 개운하고, 뒤도 개운한 일이죠^^

 

주변을 둘러보니 바꿔야 할 것이 몇 가지 더 있었습니다. 설거지를 할 때 저는 예전에 밀가루를 사용해서 설거지를 했었지만, 어머니의 핀잔으로 그만두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가장 친환경적이라고 판단되는 친환경주방비누를 사서 사용하고 있는데 훨씬 거품도 적게 나고 헹굼물도 맑습니다. 광주에 있는 '강청'이라는 비누회사입니다. 예전에 일하던 단체 회원이셔서 한 번 만나뵌 적도 있는데, 믿을 수 있는 분입니다. 공장 옆에 수세미도 기르고 있는데 구매고객에게 서비스로 제공하시려고 심으셨답니다.

당시 저는 그 단체에서 소식지를 담당하던 시기여서 그 분을 만나뵙고 비누에 대한 이야기,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해서 실은 적이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그 비누에 애정이 가는거죠 물론 품질도 좋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주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실, 친환경비누보다는 밀가루가 나을 것 같아 밀가루설거지를 오랜만에 다시 시도해보았는데 강한 기름때는 잘 지지 않는 단점이 있어서 고민이 됩니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경우에 따라 섞어서 쓰고 있습니다.

 

아직도 바꾸어야 할 것이 여러 가지 입니다. A4 용지를 사무실에서 줄여보려고 해도 잘 되지는 않네요. 그리고 재생지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도매로만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 문제와 더불어 생활쓰레기를 줄이는 것, 그리고 전기를 안 쓰는 것 - 일찍 자기 때문에 집에선 전기를 별로 쓰진 않지만 컴퓨터를 쓰며 일하다보니 낮 시간에는 전기를 계속 쓰게 됩니다. - 앞으로 실험해보고 싶고 바꿔보고 싶은 것들입니다.

 

과연 어떻게 바꾸어갈 것인가 쉽고 즐거운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요즘의 새로운 궁리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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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

[서평] 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
 
  김하나 (rjadmsdlv)
 
 
 
 

이 책은 지은이 정청라 씨가 첫 벼농사를 지었던 경험담과 화가 김중석 씨의 그림이 어우

러진 동화책입니다. 정청라 씨는 29세 되던 해 시골로 내려갑니다. 전부터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엇던 그녀는 뜻을 함께 하는 친구와 함께, 출판사 근무 시절 알게 된 시인의 소개로 그가 살고 있는 동네로 귀농을 하게 되었습니다. 빈 집을 수리하고, 아기자기하게 농사도 짓고 살림을 하며 시골에서의 생활을 만들어가던 그녀는 지금도 그 곳에서 건강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시골에 내려와 첫 벼농사를 지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 <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이야기> 그림책 표지 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이야기 그림책 표지입니다. 김중석 작가의 그림입니다.
ⓒ 김하나
벼농사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경험한 시행착오와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웃고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어린 아이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동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씨앗을 준비하기 시작한 4월 15일부터 수확한 햅쌀로 처음 밥을 해 먹었던 11월 21일까지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 이야기를 세세하고 재미나게 기록하였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 또한 함께 농사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고나 할까요?

 

그녀가 농사를 짓게 된 땅은 초승달처럼 생긴 조그만 논이었기 때문에 '초승달배미'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지요. 그리고 초승달이 보름달로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농부가 되고 싶은 꿈도 그 논 안에서 둥실둥실 부풀어올랐으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마을에는 자연을 닮은 맑은 아이 구름이네 가족, 홀로 총각, 시인 아저씨, 설매실 아주머니, 여성 둘이 귀농한 구들과 마루 언니네 등 여러 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정청라씨는 실수도 하면서 어르신들로부터 농사에 대한 여러가지를 많이 배우게 되지요. 논에 물을 대는  방법도, 논둑에 두름을 치는 방법도 어르신들 덕분에 알게 되지요.

 

그리고 정청라 씨처럼 기계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지으려고 했던 홀로 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벼를 수확할 때가 되자 낫으로 벼를 베고 홀테로 훑는 품앗이를 합니다. 그러다가, 벼를 베던 총각이 논바닥에 볏짚으로 "나랑 가치(같이) 살자"라고 쓰고 나락 다발을 들고 프로포즈를 했다는군요. 초승달배미 논에서 그녀는 40킬로그램 쌀 포대로 한 포대 반을 수확합니다. 쌀을 보며 무엇을 해 먹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던 중 총각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씻나락으로 쓸 건 따로 남겨 둔 거죠?"

"씻나락이요? 먹고 남으면 그걸로 하죠 뭐"

"뭐라고요? 남는 걸로 씨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가장 튼튼하고 잘 여문 걸로 씨부터 챙겨 놓고, 그런 다음 남는 걸 먹어야죠"

 

그래서 그녀는 또 한 가지를 배우게 됩니다. 결국 둘은 2009년 4월 동네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을 하고 12월에는 아들도 낳았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몇 년 전 어떤 한 모임을 통해서 이 책의 지은이인 정청라 씨를 알게 되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그녀는 대안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모임을 하던 어느 날 뜻을 같이 하는 친구와 함께 시골로 내려가겠다는 선언을 했는데 그 때 참 신선하고도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시골에서의 삶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젊은이입니다. 건강한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땅과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저는 건강한 노동을 하며 살고 있지 못하지만, 친구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제가 살아갈 삶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됩니다. 

 

벼농사는 청라 씨 뿐 아니라 자연과 동네 사람들이 함께 지은 것이었습니다.그리고 청라 씨는 벼농사를 통해 쌀만 얻은 것이 아니라, 한 끼 밥의 소중함과 마을 사람들의 소중함,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겠지요.

 

수확한 쌀로 처음 밥을 해 먹을 때 일곱 살 구름이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모, 밥은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우리한테 밥이 돼 줘서 우리를 살 수 있게 해 주쟎아요. 우리들도 이 밥을 먹으면 밥처럼 착해지겠죠?"

 

정말 밥만 먹어도 밥처럼 착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논농사를 마치고 겨울의 문턱에서 청라씨는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찬바람이 매서워지는 겨울 문턱에서 나는 자꾸 봄을 떠올리게 돼. 아무것도 모르면서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했을 때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지. 만약 그 때 두려움을 못 이겨서 논농사를 안 지으려고 했다면 논이 준 수많은 추억과 선물을 놓치고 말았을거야. 논아, 정말 고마워. 널 만나서 난 행복해"

 

이 책을 읽고 나서 저 또한 이웃들과 함께 논농사를 지어보겠다는 마음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그래서 논농사두레에 참여하기로 했답니다.올해 가을에는 저도 함께 농사지은 쌀 한 톨, 밥 한 그릇을 꼭 먹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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