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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이란 이름의 영화와 관련된 짤막한 글을 쓰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고질병인 게으름 탓이기도

오지 않는 봄 탓이기도

방글라데시에서 보낸 시간의 혼란스러움 탓이기도

하다.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꼭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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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행복 지수 세계 1위의 방글라데시에서는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다. 오랜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몽가’라는 지역에서는 10년 넘게 고기가 뭔지, 쌀이 뭔지 구경조차 못했다는 사람들이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고, ‘몽가’의 어린이들은 도시로 식모살이를 떠나거나, 성매매의 대상이 되어 인도나 중동지역으로 팔려가기도 한다. 또 길에서 사는 사람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밤이면 도시 곳곳에 커다란 짐 덩어리처럼 웅크리고 있는 도시 빈민의 움막에는 길에서 먹고, 자고 아이를 낳으며 살아가는 일가족이 있다. 구걸하고, 쓰레기를 줍고, 물건을 파는 길거리 어린이들의 생존본능은 놀랍다. 가난한 집 딸들은 입 하나라도 덜기위해 어린나이에 시집보내지거나 대도시 공장으로 미싱을 돌리기 위해 떠난다. 경제적인 책임을 한 몸에 지고 있는 남성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혹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할 수만 있다면 외국으로 외국으로 이주를 한다.

 

세계 제 1의 인구밀도, 높은 문맹률, 정치적인 부패, 엄청난 빈부격차 그리고 해마다 찾아오는 자연재해로 다수의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 그럼 도대체 이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가 어떻게 행복 순위 1위의 국가가 되었을까? 그건 어쩌면 생존을 위한 고통과 몸부림을 잊은 제 1세계의 시선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질적 풍요로움에 지친 1세계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향수하는 인간애, 공동체 중심의 사회, 생태적인 삶이 살아있고, 덜 자본화된 이 가난한 나라가 행복지수 1위 국가로 보였는지 모르지만, 정작 먹고 사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할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씁쓸하고도 자조적인 웃음으로 ‘행복한 사람들’임을 이야기 한다.

 

물론 악다구니 쓰던 길거리의 아이들에게도 환한 미소 가득한 찬란한 순간은 존재할 것이고, 누구에나 행복의 순간은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이 굶어죽고, 아이들이 팔려가고, 어린 여성들은 학교 대신 자물쇠로 꼭꼭 잠긴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다 목숨을 잃는 현실이 방글라데시에는 존재한다. 그리고 제1 세계의 시선으로 본, 물질적 빈곤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인, 개발 이전의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은 방글라데시를 향해 맹렬히 뻗쳐지고 있는 자본의 마수 속에서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빈곤은 개발을 요청하고, 개발은 또 다른 빈곤을 낳는, 자본의 뫼비우스 띠가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방글라데시에도 널리널리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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