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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매번 보는 얼굴들이 있다. 당연히 계약직 사원이라 여겼는데 어느날 아침 그들의 상당수가 일용직 창구에서 사원증을 받는 것을 보았다. 대체로 젊은 남자인 그들은 우리 팀에서 힘든 업무를 하면서도 일용직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이 일용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용직은 시간당 임금이 약간 낮고 자리가 없으면 출근을 못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에서 그들은 사실상 필수요원에 해당하므로 원하는 때 출근이 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인력이 부족할 때는 일용직에게 인센티브를 생각보다 자주 준다. 그렇다면 계약직보다 임금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일용직을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게 그들이 일용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통제가 좋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들과 달리 계약직은 향후 재계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근태에 신경을 써야 하고 생산성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다만 업무는 더 편하다. 힘든 일을 일용직들이 하겠다고 지원하니 굳이 계약직에게 그 일들을 시킬 이유가 회사 입장에서는 없는 것이다.
물류센터 일은 삼사일, 늦어도 일주일이면 적응을 하는 것 같다. 숙련도보다 체력이 더 생산성을 좌우한다. 일이 능숙해도 그날 체력이 딸리면 신입과 다를 바 없다. 월급제인 계약직과 달리 다음날 임금이 입금되는 일용직들은 이른바 금융치료를 매일 받고 지친 몸을 달래며 새벽 출근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통장에 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힘이 나는 사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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